“광주·전남 공항 이전 난항 안타까워…대승적 결단”
[광주일보가 만난 경제人]
이상 기후로 인한 농산물 가격 변동폭 주시…물가상승률 2% 목표
"제조업 기반 취약심각…AI·데이터산업 관련 대기업 유치 힘써야"
이상 기후로 인한 농산물 가격 변동폭 주시…물가상승률 2% 목표
"제조업 기반 취약심각…AI·데이터산업 관련 대기업 유치 힘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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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가 만난 경제인 홍철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장
15세기 이탈리아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이 유럽 각 도시로 진출하는 과정에서 고안한 어음이 상업은행을 만들어낸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는 비슷한 시기 일반인의 예금을 받는 은행이 생겨났다. 그러다가 자금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대규모 자본이 필요해지고, 국가 주도의 무역, 식민지 개척 등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유럽 여러 국가에 중앙은행이 출현한다. 영국의 뱅크오브잉글랜드, 암스테르담의 비셀방크, 스웨덴의 스베어리크스방크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통화 신용 정책을 주도하면서, 금융 안정, 화폐 발권 등의 기능을 하는 중앙은행은 20세기에 들어서야 비로소 등장했다.
대한제국의 한국은행이 설립된 것은 1909년 10월, 1910년 8월 경술국치로 국권이 상실되기 바로 직전이었다. 유럽 선진국에 비해 그리 늦은 시점은 아니었다는 의미다. 하지만 1년도 채 안 돼 한국은행은 일제에 의해 조선은행으로 명칭이 바뀌고, 해방 이후 미군정은 이를 그대로 사용했다. 1948년 9월 미군정청 소유 국유재산이 대한민국 정부로 이양되면서 중앙은행 설립 논의가 이뤄져 1950년 5월 한국은행법이 제정되었다.
한국은행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금융통화위원회의 최초 회의는 1950년 6월 5일 열렸다. 이 모습은 그림으로 남겨져 한국은행 회의실 의장석 바로 뒤에 걸려 있다. 회의 참석자들은 7명의 위원, 은행 임직원 등 13명으로, 비장하게 서류를 검토하거나 정면을 응시하는 등 다양한 표정이 인상적이다. 국가 재건, 경제 안정 등 막대한 임무를 어깨에 짊어진 당시 최고의 경제·금융 전문가들의 고뇌가 그대로 전해지는 듯하다.
한국은행에는 모두 16개의 지역본부가 있으며, 이 가운데 부산·대구경북·목포·광주전남·전북·대전세종충남 등 6개 본부가 은행 창립과 동시에 설치됐다. 과거 호남이 차지하는 경제적 비중이 컸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광주·전남본부는 광주와 전남 중부·동부권을, 목포본부는 전남 서남권을 관할구역으로 하고 있다. 광주·전남본부는 동구 금남로 3가(현 금남로공원)에 있었으나, 1999년 11월 서구 치평동(상무지구)로 이전했다.
홍철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장은 2023년 8월 부임했다. 대전이 고향인 그는 1994년 입행한 뒤 30년간 정책기획국·금융결제국 과장, 독일 프랑크푸르트사무소, 금융결제국 팀장·부국장 등을 거쳐 지난 2022년 2월 목포본부장에 올랐다. 2년 이상 지역 내 최상위 금융기관장의 위치에서 광주·전남의 경제를 지켜보고 있는 전문가다. 2007년에는 카이스트에서 금융공학 석사학위를 받기도 했다. 그에게 지역 경제의 문제점, 한국은행의 역할, 광주·전남이 나아가야 할 방향 등을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은행은 무엇을 하는 기관인가.
▲한국은행의 설립 목적은 물가안정이다. 물가가 치솟게 되면 화폐가치가 하락하게 되어 그 부정적 영향은 고스란히 일반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겪으면서 물가안정 못지 않게 금융안정도 중요하다는 판단 아래 2016년 3월 한국은행법 개정을 통해 제1장 총칙 제1조 목적에 “한국은행은 통화신용정책을 수행할 때에는 금융 안정에 유의하여야 한다”는 조항이 추가됐다. 금융위기 시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을 통한 최종대부자 기능(금융시장에 일시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는 기능)이 없다면 금융시스템의 기능이 원래대로 복원되기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통화신용정책이라는 말이 어렵다.
▲상식적으로 물가가 어떻게 올라가는지를 살펴보면 이해가 가능하다. 물건에 비해 돈이 흔해지거나 물건의 수요에 비해 돈의 공급이 미치지 못하면 물가가 오르게 된다. 통화신용정책은 시중에 돈이 과도하게 많거나 부족해서 물가가 급변동하지 않도록 금리와 통화량을 조정하는 정책을 말한다. 경제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물가가 1~2% 정도 상승하는 것은 정상 범위라고 할 수 있지만, 갑작스럽게 치솟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지난 2022년 6~7월 사이 6% 이상 물가가 올랐던 적이 있었다. 그래서 한국은행에서도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물가상승률이 최근 2.4% 정도로 많이 둔화되었다. 그러나 한국은행의 중기 물가 목표가 2%라는 점에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최근 들어 이상기후 등으로 인해 농산물 가격의 변동폭이 커 지켜보고 있다.
=실제 물가는 수치보다 더 올랐다고 느껴진다.
▲불가피한 부분이 있다. 모든 것을 데이터로 반영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산출하는 과정에서 가중치를 두거나 수식을 적용하면서 괴리가 생길 수 있다. 수치와 생활물가는 아무래도 차이가 난다.
=솔직한 답변이다. 전문가로 광주·전남 경제를 2년 이상 지켜봤다.
▲광주·전남 전지역에 골고루 제조업이 들어와 분산 배치(포트폴리오)되어 있다면 문제가 없을 텐데, 생각보다 제조업의 기반이 취약하다. 광주의 경우 기아자동차를 중심으로 가전, 반도체, 건설 등이 주로 경제를 떠받치고 있다. 그런데 자동차 수출이 잘 되고 있기는 하지만 자동차부품을 생산하는 다수의 주요 협력업체가 수도권에 자리하고 있어 후방연관효과를 보기는 쉽지 않다. 전남 동부권의 석유화학·철강 산업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석유화학 소재를 수입하던 중국 기업들의 자체생산력이 점차 높아지면서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고 있는 것이다. LG화학의 경우 일찍부터 이차전지, 친환경소재 등 신성장사업으로 돌아서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광주·전남지역은 제조업 기반이 약해 철저한 준비가 없다면 앞으로 암울할 수도 있다.
=희망적인 메시지는 없는가.
▲전남은 농수축산업 등 1차 산업에 기반한 곳으로, 과거에는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과 영남으로 떠났다. 이제는 신재생에너지 부문에서는 분명한 강점이 생겼다. RE100(100% 재생에너지 사용), 탄소 중립 등 세계적인 트렌드를 우리나라도 따라갈 수밖에 없다. 수출로 먹고 사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태양광, 해상풍력 등의 역량을 산업생태계 구축으로 이어나가고, 여기에 데이터센터 등 전력 수요가 높은 기업들을 지역으로 유치한다면 발전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지역의 리더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광주·전남지역 상생을 위해 대승적 차원에서 실용적 결단이 있었으면 좋겠다. 명분도 중요하지만 상생하는 관점에서 실리도 좀 찾았으면 한다. 지금까지 광주·전남에 있으면서 가장 안타까운 것은 ‘광주 민간·군공항 이전 사업’이다. 상당히 오랜 기간 지역 현안이 되고 있는데, 아직까지 후보지조차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가 넘어가기 전에 원만한 협상을 통해 이전 후보지가 선정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지역에 대기업이 없는데.
▲우리나라 여건에서 이미 수도권에 위치한 기존의 대기업을 지역에서 유치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서울과 수도권 위주의 경제 정책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대기업들은 그곳에 위치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다만,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시대가 곧 다가올 것이므로 광주·전남지역은 AI(인공지능), 데이터산업 등 대규모 전력소요 산업을 육성해 이를 안정적으로 대응하게 할 새로운 대기업을 유치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청년들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 문화, 의료, 교통 등의 정주여건 개선도 시급한 일이다.
=최고의 금융 전문가가 돈을 모으는 방법을 알고 싶다.
▲(망설이며) 우리나라의 많은 직장인들이 하는 방식으로, 일단 장기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집을 매입한 후 원리금을 갚는 강제저축 방식의 투자를 하고 있다. 주식 투자도 좀 했었는데, 수익이 오를 때가 있기는 했지만 장기적이고 전체적으로 보면 손해다.
=그래도 성공한 투자가 있었을텐데.
▲대인관계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은행에서 30년을 근무했는데, 10여 군데의 부서를 거치면서 함께 근무했던 동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지금도 꾸준히 연락하고 지내는 동기 및 선후배 직원들이 많아 든든한 무형자산으로 생각된다.
=최근 읽고 있는 책은.
▲주역이다. 서양에 성경(Bible)이 있다면 동양에는 오천년 역사의 역경(易經), 즉 주역이 있다.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데 있어 ‘표준전과’와 같은 좋은 안내서라고 생각한다. 강진에 유배온 정약용 선생이 20년간 주역을 공부하며 주역사전(周易四箋)을 집필하기도 했다. 주역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드는 말은 ‘자강불식(自强不息)’인데, 자기를 강하게 연마하는 데 있어 쉬지 말고 노력하라는 의미다. 그렇다고 성공을 위해서만 쉬지 말고 노력하라는 뜻은 아니다. 예를 들면, 만보 걷기를 끊임없이 매일 하는 것도 자신을 강하게 성장시키는 방법이다.
=지역민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노자 도덕경에 반자도지동(反者道之動)이라는 말이 있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것이 도(道, 우주삼라만상)의 움직임이라는 의미다. 국가 경제도, 개인의 일도 같은 맥락이다. 지금은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더라도 긍정적인 사고 방식을 가지고 묵묵하게 자신이 처해 있는 일을 하다 보면 언젠가는 다시 좋은 상황으로 되돌아갈 것이다. 포기하거나 낙담하지 말았으면 한다.
/윤현석 기자 chadol@kwangju.co.kr
15세기 이탈리아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이 유럽 각 도시로 진출하는 과정에서 고안한 어음이 상업은행을 만들어낸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는 비슷한 시기 일반인의 예금을 받는 은행이 생겨났다. 그러다가 자금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대규모 자본이 필요해지고, 국가 주도의 무역, 식민지 개척 등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유럽 여러 국가에 중앙은행이 출현한다. 영국의 뱅크오브잉글랜드, 암스테르담의 비셀방크, 스웨덴의 스베어리크스방크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통화 신용 정책을 주도하면서, 금융 안정, 화폐 발권 등의 기능을 하는 중앙은행은 20세기에 들어서야 비로소 등장했다.
한국은행에는 모두 16개의 지역본부가 있으며, 이 가운데 부산·대구경북·목포·광주전남·전북·대전세종충남 등 6개 본부가 은행 창립과 동시에 설치됐다. 과거 호남이 차지하는 경제적 비중이 컸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광주·전남본부는 광주와 전남 중부·동부권을, 목포본부는 전남 서남권을 관할구역으로 하고 있다. 광주·전남본부는 동구 금남로 3가(현 금남로공원)에 있었으나, 1999년 11월 서구 치평동(상무지구)로 이전했다.
홍철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장은 2023년 8월 부임했다. 대전이 고향인 그는 1994년 입행한 뒤 30년간 정책기획국·금융결제국 과장, 독일 프랑크푸르트사무소, 금융결제국 팀장·부국장 등을 거쳐 지난 2022년 2월 목포본부장에 올랐다. 2년 이상 지역 내 최상위 금융기관장의 위치에서 광주·전남의 경제를 지켜보고 있는 전문가다. 2007년에는 카이스트에서 금융공학 석사학위를 받기도 했다. 그에게 지역 경제의 문제점, 한국은행의 역할, 광주·전남이 나아가야 할 방향 등을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은행은 무엇을 하는 기관인가.
▲한국은행의 설립 목적은 물가안정이다. 물가가 치솟게 되면 화폐가치가 하락하게 되어 그 부정적 영향은 고스란히 일반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겪으면서 물가안정 못지 않게 금융안정도 중요하다는 판단 아래 2016년 3월 한국은행법 개정을 통해 제1장 총칙 제1조 목적에 “한국은행은 통화신용정책을 수행할 때에는 금융 안정에 유의하여야 한다”는 조항이 추가됐다. 금융위기 시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을 통한 최종대부자 기능(금융시장에 일시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는 기능)이 없다면 금융시스템의 기능이 원래대로 복원되기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통화신용정책이라는 말이 어렵다.
▲상식적으로 물가가 어떻게 올라가는지를 살펴보면 이해가 가능하다. 물건에 비해 돈이 흔해지거나 물건의 수요에 비해 돈의 공급이 미치지 못하면 물가가 오르게 된다. 통화신용정책은 시중에 돈이 과도하게 많거나 부족해서 물가가 급변동하지 않도록 금리와 통화량을 조정하는 정책을 말한다. 경제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물가가 1~2% 정도 상승하는 것은 정상 범위라고 할 수 있지만, 갑작스럽게 치솟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지난 2022년 6~7월 사이 6% 이상 물가가 올랐던 적이 있었다. 그래서 한국은행에서도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물가상승률이 최근 2.4% 정도로 많이 둔화되었다. 그러나 한국은행의 중기 물가 목표가 2%라는 점에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최근 들어 이상기후 등으로 인해 농산물 가격의 변동폭이 커 지켜보고 있다.
=실제 물가는 수치보다 더 올랐다고 느껴진다.
▲불가피한 부분이 있다. 모든 것을 데이터로 반영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산출하는 과정에서 가중치를 두거나 수식을 적용하면서 괴리가 생길 수 있다. 수치와 생활물가는 아무래도 차이가 난다.
=솔직한 답변이다. 전문가로 광주·전남 경제를 2년 이상 지켜봤다.
▲광주·전남 전지역에 골고루 제조업이 들어와 분산 배치(포트폴리오)되어 있다면 문제가 없을 텐데, 생각보다 제조업의 기반이 취약하다. 광주의 경우 기아자동차를 중심으로 가전, 반도체, 건설 등이 주로 경제를 떠받치고 있다. 그런데 자동차 수출이 잘 되고 있기는 하지만 자동차부품을 생산하는 다수의 주요 협력업체가 수도권에 자리하고 있어 후방연관효과를 보기는 쉽지 않다. 전남 동부권의 석유화학·철강 산업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석유화학 소재를 수입하던 중국 기업들의 자체생산력이 점차 높아지면서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고 있는 것이다. LG화학의 경우 일찍부터 이차전지, 친환경소재 등 신성장사업으로 돌아서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광주·전남지역은 제조업 기반이 약해 철저한 준비가 없다면 앞으로 암울할 수도 있다.
=희망적인 메시지는 없는가.
▲전남은 농수축산업 등 1차 산업에 기반한 곳으로, 과거에는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과 영남으로 떠났다. 이제는 신재생에너지 부문에서는 분명한 강점이 생겼다. RE100(100% 재생에너지 사용), 탄소 중립 등 세계적인 트렌드를 우리나라도 따라갈 수밖에 없다. 수출로 먹고 사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태양광, 해상풍력 등의 역량을 산업생태계 구축으로 이어나가고, 여기에 데이터센터 등 전력 수요가 높은 기업들을 지역으로 유치한다면 발전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지역의 리더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광주·전남지역 상생을 위해 대승적 차원에서 실용적 결단이 있었으면 좋겠다. 명분도 중요하지만 상생하는 관점에서 실리도 좀 찾았으면 한다. 지금까지 광주·전남에 있으면서 가장 안타까운 것은 ‘광주 민간·군공항 이전 사업’이다. 상당히 오랜 기간 지역 현안이 되고 있는데, 아직까지 후보지조차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가 넘어가기 전에 원만한 협상을 통해 이전 후보지가 선정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지역에 대기업이 없는데.
▲우리나라 여건에서 이미 수도권에 위치한 기존의 대기업을 지역에서 유치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서울과 수도권 위주의 경제 정책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대기업들은 그곳에 위치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다만,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시대가 곧 다가올 것이므로 광주·전남지역은 AI(인공지능), 데이터산업 등 대규모 전력소요 산업을 육성해 이를 안정적으로 대응하게 할 새로운 대기업을 유치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청년들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 문화, 의료, 교통 등의 정주여건 개선도 시급한 일이다.
=최고의 금융 전문가가 돈을 모으는 방법을 알고 싶다.
▲(망설이며) 우리나라의 많은 직장인들이 하는 방식으로, 일단 장기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집을 매입한 후 원리금을 갚는 강제저축 방식의 투자를 하고 있다. 주식 투자도 좀 했었는데, 수익이 오를 때가 있기는 했지만 장기적이고 전체적으로 보면 손해다.
=그래도 성공한 투자가 있었을텐데.
▲대인관계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은행에서 30년을 근무했는데, 10여 군데의 부서를 거치면서 함께 근무했던 동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지금도 꾸준히 연락하고 지내는 동기 및 선후배 직원들이 많아 든든한 무형자산으로 생각된다.
=최근 읽고 있는 책은.
▲주역이다. 서양에 성경(Bible)이 있다면 동양에는 오천년 역사의 역경(易經), 즉 주역이 있다.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데 있어 ‘표준전과’와 같은 좋은 안내서라고 생각한다. 강진에 유배온 정약용 선생이 20년간 주역을 공부하며 주역사전(周易四箋)을 집필하기도 했다. 주역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드는 말은 ‘자강불식(自强不息)’인데, 자기를 강하게 연마하는 데 있어 쉬지 말고 노력하라는 의미다. 그렇다고 성공을 위해서만 쉬지 말고 노력하라는 뜻은 아니다. 예를 들면, 만보 걷기를 끊임없이 매일 하는 것도 자신을 강하게 성장시키는 방법이다.
=지역민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노자 도덕경에 반자도지동(反者道之動)이라는 말이 있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것이 도(道, 우주삼라만상)의 움직임이라는 의미다. 국가 경제도, 개인의 일도 같은 맥락이다. 지금은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더라도 긍정적인 사고 방식을 가지고 묵묵하게 자신이 처해 있는 일을 하다 보면 언젠가는 다시 좋은 상황으로 되돌아갈 것이다. 포기하거나 낙담하지 말았으면 한다.
/윤현석 기자 chad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