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실수’에서 비롯된 48가지 세계 미식탐험
세렌디피티-오스카 파리네타 지음 최경남 옮김
2024년 07월 12일(금) 00:00
커피와 코카콜라, 샴페인, 팝콘, 감자튀김, 두부, 아이스크림콘…. 대중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많은 식재료들은 어떻게 해서 일상생활 속에 깊이 뿌리를 내리게 됐을까? 놀랍게도 대부분 ‘우연한 발견(실수)’에서 비롯됐다.

신간 제목인 ‘세렌디피티’(Serendipity)는 1754년 영국 작가·미술사가인 호레이스 월풀이 ‘무언가를 찾다가 실수로 다른 것을 발견하게 된 것’을 묘사하기 위해 만든 단어로, 스리랑카의 옛 이름(세렌딥)에서 따왔다.

뜻밖의 ‘우연한 발견’에서 비롯된 48가지 미식탐험에 나선 저자는 문헌자료 대신 연관된 브랜드 CEO와 셰프, 파티시에 등을 직접 만나 독자들에게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초코잼 ‘누텔라’를 생산하는 페레로 그룹 CEO 조반니 페레로는 ‘세렌디피티’에 대해 이렇게 밝힌다.

“세렌디피티는 완벽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찾아오는데, 중요한 ‘발견’은 다른 무언가를 찾는 동안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혁신을 위한 지성과 본능이 결함처럼 보이는 것을 기회로 바꾸고 고객이 인식하기도 전에 필요를 창출할 때 발생하지요.”

‘우연’에서 시작된 미식의 역사는 흥미롭다. ‘안초비’(Anchovy)는 1880년께 스페인 북쪽 칸타브리아해에서 난파당한 이탈리아 시칠리아 출신 선원들이 바스크 현지인들에게 유럽멸치(안초비)를 소금으로 염장하는 법을 가르쳐주면서 시작됐다. 이탈리아 에스테 가문에서 탄생한 ‘발사믹 식초’는 사바(과일을 끓여서 얻은 달콤한 시럽)와 식초를 섞는 고대 식문화를 기반으로 한다. 오랜 숙성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천천히 서두르라’는 삶의 방식으로도 은유된다.

여름철에 자주 접하는 ‘막대 아이스크림’과 ‘아이스크림콘’ 또한 의미 깊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막대 아이스크림’은 1923년 프랭크 에퍼슨이 어린 시절 으깬 얼음에 다양한 시럽을 넣어 만들었던 기억을 살려 특허를 냈다. 원뿔모양 ‘아이스크림콘’은 1904년 7월 열린 ‘루이지애나 구매박람회’때 아이스크림 판매자를 돕기 위해 나선 제과류 요리사(어니스트 함위)에 의해 첫선을 보였다. 두 개의 ‘우연한 발견’을 통해 대중들은 값비싼 아이스크림을 간편하고, 빠르게 먹을 수 있게 됐다.

저자는 자연동굴에서 숙성되며 푸른곰팡이에 의해 맛과 보존력이 좋아진 치즈(고르곤졸라)를 비롯해 소화불량을 겪는 13살 어린 왕을 위해 만든 작은 막대기빵(그리시니), 1794년 9~11월 서리가 내린 후 얼어버린 포도송이를 수확해 빚은 ‘아이스 와인’, 기원전 164년 중국에서 콩국에 실수로 천일염을 넣었다가 만들어진 ‘두부’, 가난한 사람들의 향신료인 ‘고추’ 등 미식의 본향을 찾아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저자는 48번째 ‘지구 역사상 가장 중요한 세렌디피티’ 사례로 인류를 꼽으며 이탈리아 파도바대 텔로 피에바니의 기고글로 마무리한다.

“인간의 세렌디피티는 끝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리고 숨겨진 목표가 없다는 점에서 결론이 없는 이야기입니다.… 가능성에 대한 우리의 탐구는 이제 시작단계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레몬한스푼·1만9500원>

/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
이 기사는 광주일보 홈페이지(www.kwangju.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www.kwangju.co.kr/article.php?aid=1720710000770833026
프린트 시간 : 2025년 05월 14일 08: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