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하면서도 따스한 ‘어무니의 시간’을 보다
김성민 사진작가 ‘어무니의 시간’전 28일까지 무등현대미술관
2024년 06월 30일(일) 18:50
‘어무니의 시간 #11’
엄마, 어머니, 모친, 어무니…

어머니를 부르는 호칭은 다양하다. 유아기와 청소년 시절 때는 대체로 ‘엄마’라고 부른다. 성인이 되어서는 ‘어머니’라고 부르며, 다른 이들에게 자신의 어머니를 말할 때는 더러 ‘모친’이라고 한다.

‘어무니’는 전라도 지역에서 부르는 ‘어머니’의 방언이다. 단순한 방언으로 치부할 수 없는 것은 ‘어무니’는 정감과 아울러 따스함을 환기한다.

김성민 사진작가의 작품을 보면 ‘어무니의 시간’이 군군데 녹아 있다. 오는 28일까지 무등현대미술관에서 열리는 ‘어무니의 시간’은 소박하면서도 따스한 기억을 소환한다. 청산도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던 작가에게 청산도의 풍광과 추억, ‘슬로시티 청산도 돌담’ 등은 주요 소재였다. 이러한 소재들은 결국 ‘어무니’라는 본질적이면서도 근원적인 대상으로 수렴된다.

이번 전시에서도 김 작가 작품의 기저에는 모두 ‘어무니’가 드리워져 있다. 작품에 늙으신 등장하든, 안 하든 그의 사진은 모두 어머니와 함께한다는 데 특징이 있다.

초가집 마당에 널린 붉은 고추는 뙤약볕에서 힘들게 고추농사를 지었을 어머니의 시간을 초점화한다. 고적한 시골집 마당에 널린 고추는 자식들에게 보낼 어머니의 마음 또한 담겨 있다. 쓰러져 가는 초가집을 배경으로 빨래를 너는 어머니 모습은 평화롭다. 남루한 듯 보이지만 결코 가난하지 않은 어머니의 삶과 모습은 오늘의 우리를 키워낸 근원일 것이다.

‘어무니의시간 #1’
그러나 해질녘 툇마루에 앉아 상념에 잠겨 있는 어머니 사진은 뭉클하다. 모든 것을 내어주고 삶의 황혼에 다다른 어머니는 모든 어머니의 본편적인 모습으로 다가와 여운을 준다.

이렇듯 김 작가의 작품에는 기억의 무게와 기억의 언어가 드리워져 있다. 단순한 개인사적 기억이 아닌 사진을 매개로 사회적, 문학적, 미학적 의미와 정체성을 환기하며 그것을 조율하는 것은 평면성과 정면성이다.

김 작가는 “창문 너머로 스며드는 청량한 바람에서 ‘공기 읽기’는 나의 시각적 표현의 연습 시간”이라며 “2020년과 지난해 출간한 작품집은 시간적 요소를 매개로 인간의 경험을 담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최행준 미학박사는 “사진의 배경은 대부분 드넓은 공간이 아니라 평면이다”며 “흙담, 돌담, 방, 창호문이 배경을 막고, 삶을 일구는 데 필요한 도구들이 소품처럼 배치된다”고 평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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