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 5억원 들인 황량한 생활 밀착형 숲 - 정은조 전남총괄취재본부장
2024년 06월 27일(목) 19:10
완도군이 ‘생활 밀착형 숲 조성 사업’의 하나로 고금면사무소 앞에 정원을 만들었는데 이를 두고 말들이 많다. 5억여 원을 투자해 500여 평 부지에 정원을 조성했지만, 1년도 안 돼 일부 나무가 고사 지경에 이르렀고 생육이 부진한 상태라는 것이다. 주민들은 이번 사업이 무리하게 추진됐고, 심을 나무 선정 역시 잘못된 부실행정이 부른 ‘예견된 사태’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완도군은 급변하는 기후와 이상기온 등 환경 변화를 고려해 다중이용 시설에 쾌적한 공간을 마련하고 공기 질 개선과 미세먼지 피해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2023년 이 사업에 착수했다. 군은 완도군산림조합과 공사 계약을 하고 호랑가시나무 등 군을 대표하는 나무를 심어 지난해 8월 말 공사를 완료했다. 지난 12일에는 작은 음악회를 개최할 정도로 모습을 갖춘 상태이다.

하지만 완공한 지 10개월여가 지난 현재 정원을 바라보는 주민들의 시선은 곱지가 않다. 소나무와 느티나무 등 주민이 원했던 수종은 거의 없고 작은 나무들만이 있어, 그늘조차 없는 ‘황량한 공원’이 돼버렸다는 것이다. 또 주차장에는 잔디를 심었으나 막상 나무가 있는 화단에는 잔디가 없어 심어놓은 나무들마저 고사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주민들은 이게 주차장이지 5억 원을 들인 공원이냐는 비아냥까지 하는 실정이다.

여기에 이번 공사를 두고 도급 방식에 문제가 있었다는 주장까지 제기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군이 이번 사업을 추진하면서 공개 경쟁입찰을 해야 했지만, 수의계약을 체결하면서 이 같은 논란을 자초했다고 보고 있다. 관행에서 벗어나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진행하다 보니 주민들의 의견보다 업체의 입장이 많이 고려됐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완도군은 다른 지역 업체가 입찰해 공사 후 하자가 발생하면 즉각적 조치를 해야 할 필요성이 있어 부득이 지역 업체인 산림조합과 수의계약을 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올해 노화면은 이와 같은 사업의 경우 공개 경쟁입찰을 해 군의 해명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공사를 시행한 산림조합 측은 기본 설계대로 공사가 잘 되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는 지역민의 여론에 대해 하자 보수 기간이 있어서 고사한 나무가 발생하면 다시 심으면 된다며 쉽게 말을 하고 있다. 아무리 작은 공사라도 계획한 대로 되지 않아 하자가 발생하면 사과하고 즉각 조치하는 세상인데 말이다.

주민들이 이용하는 시설에 공사가 잘 안 돼 하자 보수를 하게 되면 혈세가 들어가기 마련이다. 이제라도 지자체와 시행업체 모두가 이번 공사가 계획대로 잘 됐는지, 뭐가 잘못됐는지 살펴야 하는 이유다.

/ejhu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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