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역사 ‘유스퀘어문화관’ 폐관 수순…지역 예술계 영향은
금호·동산아트홀, 금호갤러리, CGV광주터미널점 등 문화공간 존치 불투명
지역 최대규모 스크린X, 아이맥스 스크린 소멸 위기, 주니어 콘서트도 중단
2024년 06월 23일(일) 15:00
금호아트홀 공연장 전경. 단풍나무 플로어링을 갖춘 22평 규모의 무대, 316석에 달하는 객석은 실내악 및 독주를 감상하는 데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유스퀘어문화관 제공>
공연, 전시, 영화 등 복합문화시설을 갖춘 광주 유스퀘어 문화관이 개관 15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최근 유스퀘어문화관은 오는 30일을 끝으로 문화관 운영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광주신세계가 광주 유스퀘어 부지를 인수해 복합쇼핑몰 ‘아트 앤 컬쳐파크(가칭)’로 준공하겠다는 계획과 맞물린 결정이다.

이에 따라 클래식 공연장 ‘금호아트홀’은 물론, 가변형 공연장 ‘동산아트홀’, 전시실 ‘금호갤러리’, ‘CGV광주터미널점’이 폐관 수순을 밟을 예정이어서 지역 문화예술계가 주목하고 있다.

먼저 공연장 폐관이 눈에 띈다. 지역 유일 클래식 음악회 전용 홀인 ‘금호아트홀’, 뮤지컬·아동극·이머시브 공연 등이 가능한 멀티공연장 ‘동산아트홀’이 사라질 전망이다.

각각 316석, 243석에 달하는 두 공연장은 그동안 수많은 예술 작품들을 무대에 올렸다. 호남권 최초로 하우스 매니저, 어셔지원 서비스를 도입했으며 극장 사무자동화 소프트웨어인 ‘극장운영시스템(COS)’을 자체 개발해 공연장 현대화에도 앞장서 왔다.

폐관과 맞물려 금호아트홀에서 펼쳐지던 ‘금호 주니어 콘서트’도 잠정 중단된 상황이다. 금호 주니어 콘서트는 지난 14년동안 매년 개최되어 왔으며 ‘신인 클래식 전공생이라면 꼭 한 번씩은 거쳐 가는 오디션’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공연기획자 최혜지(아르플래닛 대표) 씨는 “광주전남 클래식 새내기들이 수도권 콩쿠르에 도전하려면 타지에서 더 많은 비용,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며 “주니어들이 수도권 예대 전공생들과의 경쟁을 심적으로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많은데, 신인을 위한 지역 콘서트가 도움이 됐던 것이 사실이다”고 말했다.

금호주니어콘서트 출신 문윤정 플루티스트 또한 “지역 신예들이 1시간 정도를 혼자 이끌어갈 수 있는 연주회가 흔치 않다”며 “아트홀과 주니어 콘서트 명맥을 이어 나갈 대안이라도 더 생겼으면 한다”고 했다.

‘금호갤러리’ 전경. 터미널과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공연장 및 극장을 인근에 두고 있는 금호갤러리는 최적의 입지조건으로서 많은 관객들에게 사랑 받았다.


한편 가변형 전시공간으로 지역 신진 작가들에게 사랑받아온 ‘금호갤러리’ 또한 문을 닫을 것으로 보인다.

532제곱미터 규모의 대형 전시관인 금호갤러리는 그동안 신인 전시회 및 청소년·어린이 교육전시 공간으로 역할해 왔다. 이번 문화관 폐관과 함께 사라지게 되면, 갤러리에서 미술품 관람 등 전시 문화를 향유했던 시민들이 소중한 문화공간을 잃는 셈이다.

금호갤러리에서 단체전 경험이 있는 정해영(조선대) 작가는 “금호갤러리는 층고, 넓이, 접근성에서 뛰어났던 점은 물론 지역 신진작가에게 ‘봉사’하는 측면이 있었는데, 이번 폐관 소식이 안타까울 뿐이다”며 “오는 10월 전시를 앞두고 있던 동료 작가는 전시 취소를 통보 당한 뒤 다른 전시 공간을 급하게 물색하고 있는 실정이다”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광주·전남에서 유일하게 아이맥스, 스크린X 등 특별관을 보유한 CGV광주터미널점도 폐관할 전망이다. 방문객 규모와 계약 현황, 이해 당사자들의 입장을 종합해 볼 때 올해까지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내년은 불투명하다.

영화잡지 ‘씬1980’ 전(前) 편집장 김수진 씨는 “현대 문화예술의 중심이라 볼 수 있는 영화의 힘은 무시할 수 없다”며 “가칭이긴 하지만 ‘아트 앤 컬쳐’라는 사업명에 걸맞는 진정한 문화예술 복합공간이 광주에 들어서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고 했다.

영화관이 문을 닫으면 ‘프리미엄 다면 스크린’을 통해 극대화된 영상미를 보여주는 작품들을 광주에서 온전히 즐기기 어려워진다. ‘탑건 매버릭’이나 ‘아바타’ 같은 작품을 보기 위해 타 지역 원정을 나서는 영화 애호가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지역 클래식 영재들을 키우는 ‘금호주니어콘서트’ 진행 장면. 지역 음악영재 발굴을 목표로 하는 오디션인 만큼, 만 26세 이하 지역 음악 전공자에게 문호를 개방해 왔다.
한편 광주신세계는 최근 1500억원 이상의 회사채 수요예측에 나서며 ‘광주신세계 아트 앤 컬쳐파크(가칭)’ 착공을 가시화 했다. 유스퀘어 문화관과 터미널 부지 내 토지·건물 일부, 터미널 사업권 등을 매입하기로 결정했고 영업 양수를 공시하기 이르렀다.

유스퀘어문화관 측은 “향후 계획이나 대응자료 등 현재로서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며 “문화관 폐업으로 금호아트홀, 영화관, 전시관 등 지역 예술 공간들이 사라지는 점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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