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비엔날레, 광주만의 콘셉트·시대 트렌드 선도할 마케팅 등 혁신 필요
창설 30주년 광주비엔날레, 베니스비엔날레서 길을 찾다 (하)
근본적 문제는 재단의 ‘매너리즘’ 국제미술축전 면모 찾기 힘들어
전시 퀄리티·조직의 전문성·역량 부재 등 창설 30주년 명성 ‘무색’
올해 주제 ‘판소리, 모두의 울림’, 소리로 공간 구현 가능할 지 우려
근본적 문제는 재단의 ‘매너리즘’ 국제미술축전 면모 찾기 힘들어
전시 퀄리티·조직의 전문성·역량 부재 등 창설 30주년 명성 ‘무색’
올해 주제 ‘판소리, 모두의 울림’, 소리로 공간 구현 가능할 지 우려
![]() 광주비엔날레 창설 30주년 기념 특별전 ‘마당-우리가 되는 곳’(베니스 비엔날레 홍보관)을 찾은 독일 관람객들이 제1회 광주비엔날레 대상작인 크초의 ‘잊어버리기를 위하여’를 감상하고 있다. |
지난 4월1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니스의 비아 가리발디(Via Garibaldi) 거리에 때 아닌 판소리가 울려 퍼졌다. 제60회 베니스 비엔날레(4월20일~11월24일)를 기념해 광주비엔날레재단이 올해 창설 30주년을 맞아 의욕적으로 기획한 아카이브 특별전 ‘마당-우리가 되는 곳’(베니스 홍보관)의 개막식이 열린 것이다.
이날 행사에는 강기정 광주시장을 비롯해 박양우 광주비엔날레재단 대표,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니콜라 부리오 제15회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 미술계 인사 등 200여 명이 참석해 제1회 대회의 화제작 크초의 ‘잊어버리기 위하여’(대상 수상작)와 5·18 희생자의 정신을 기린 백남준의 ‘고인돌’(재단 소장) 등을 둘러 보며 광주비엔날레와 오는 9월 개막하는 제15회 행사를 알렸다.
그로부터 두 달이 지난 5월 말, 기자가 찾은 광주비엔날레 특별전은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개막식의 뜨거운 열기와 달리 전시장은 안내를 맡은 2명의 직원 외에는 관람객들이 거의 없어 썰렁했다. 전시장인 ‘비안코 아트 스페이스’(Il Giardino Bianco Art Space)는 베니스 비엔날레의 행사장(지아르디니, 아르세날레 전시관)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데도 별다른 ‘특수’를 누리지 못하고 있었다. 안내를 맡고 있는 프란체스카 씨는 “평일에는 평균 50명 안팎, 주말에는 100~200명의 관람객이 전시장을 찾는다”고 말했다.
독일에서 온 시그문드 스타우스(Sigmund Staus)씨는 “베니스 비엔날레는 2~3번 정도 방문했지만 광주비엔날레는 처음 들어봤다”면서 “전시된 작품이나 자료가 충분치 않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지만 세계적인 아티스트 백남준의 작품 ‘고인돌’을 접할 수 있어 신선했다”고 말했다.
‘아시아의 넘버 1’, ‘세계 5대 비엔날레’를 자임하는 광주비엔날레는 예상과 달리 국제미술현장에서는 ‘신인’에 가까웠다. 물론 큐레이터나 갤러리스트, 미술계 인사들 사이에는 인지도가 있지만 대다수 관광객들에게는 무명에 가까웠다. 전시장에서 만난 몇몇 관람객에게 광주비엔날레에 대해 물었지만 대부분 ‘처음 들어본다’는 답이 많았다.
반면, 베니스 비엔날레는 달랐다. 전시장에서 인터뷰를 위해 만난 상당수가 이탈리아 출신이 아닌, 독일·프랑스·영국·미국 등 외국인이었다. 일부러 여름 휴가에 맞춰 비엔날레를 관람하기 위해 온 평범한 이들이었다. 실제로 지난 2022년 베니스 비엔날레 조직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총 유료 방문객 80만 명(전년 대회 보다 35% 증가, 하루 평균 4062명 관람)가운데 59%가 외국인이며 이탈리아인은 41%로 나타났다.
하지만 50만 명(무료 관람 등 포함)을 기록한 제14회 광주비엔날레는 외국인 비율이 1%에도 못미치는 데다 개막식 전후에만 외국작가와 큐레이터를 제외하면 아시아 등 외국인 관람객을 보기 힘들다. 물론 매년 전 세계에서 3200만 명이 다녀가고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 등 관광명소가 많은 베니스를 광주와 비교하는 건 무리다.
문제는 올해로 창설 30주년을 맞고 있지만 국제미술축전 다운 면모를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129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베니스가 해를 거듭할 수록 퀄리티 높은 전시와 효율적인 운영으로 ‘세계 최고’(最高)의 자리를 구가하고 있는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비엔날레 재단의 ‘매너리즘’이다. 비엔날레의 성패를 좌우하는 전시의 퀄리티와 유능한 감독 선임 등 조직을 지휘하는 수장의 전문성 부재가 크다.
대표적인 예가 이번 베니스 홍보관이다. 남의 집 ‘잔치’에 판을 벌여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들에게 홍보를 알린다는 취지에서 재단이 기획했지만 정작 니콜라 부리오 예술감독도 회의적으로 생각했을 만큼 유례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단은 2년 전 부터 홍보관을 운영하기로 하고 예산 15억 원을 특별 편성했다. 여기에 올해 대회 전시예산 48억원, 홍보비 10억 원 등 총 73억 원의 예산을 책정하고 부족한 예산은 1회 대회부터 적립한 기금 275억 원에서 15억 원을 빼내 사용했다. 한푼이라도 기금을 늘려도 부족할 상황에 말이다.
무엇보다 조직의 전문성과 역량은 창설 30주년이라는 타이틀을 무색하게 한다. 최근 몇 년 사이 국제적 행사를 앞두고 비엔날레 구성원들이 이런 저런 이유로 조직을 떠나면서 역량을 쌓은 전문인력이 부족하고, 이를 합리적, 효율적으로 조정하는 리더십도 미흡한 탓이다.
특히 비엔날레의 성패를 좌우하는 ‘전시’에 대한 재단의 ‘시스템’도 아쉬운 대목이다. ‘판소리, 모두의 울림’을 올해 대회로 정한 니콜라 부리오 감독은 소리를 공간으로 해석해 연출하는 신 개념의 ‘소리 풍경’(sound scape)을 추진하고 있지만 과연 예술감독의 의도대로 구현해낼 수 있을까하는 우려가 미술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조직과 전시, 운영 등을 총괄하는 수장의 전문성과 리더십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유다.
미술평론가 정준모씨는 “베니스 비엔날레는 아트페어에 비해 대중의 관심이 줄어 들고 있는 추세 속에서도 여전히 매회 방문객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30년의 역사를 가진 광주비엔날레가 지속 가능한 대회가 되기 위해서는 광주에서만 볼 수 있는 콘셉트와 재단의 대표 및 조직의 역량 강화, 시대의 트렌드를 선도하는 마케팅 등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베니스=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
그로부터 두 달이 지난 5월 말, 기자가 찾은 광주비엔날레 특별전은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개막식의 뜨거운 열기와 달리 전시장은 안내를 맡은 2명의 직원 외에는 관람객들이 거의 없어 썰렁했다. 전시장인 ‘비안코 아트 스페이스’(Il Giardino Bianco Art Space)는 베니스 비엔날레의 행사장(지아르디니, 아르세날레 전시관)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데도 별다른 ‘특수’를 누리지 못하고 있었다. 안내를 맡고 있는 프란체스카 씨는 “평일에는 평균 50명 안팎, 주말에는 100~200명의 관람객이 전시장을 찾는다”고 말했다.
‘아시아의 넘버 1’, ‘세계 5대 비엔날레’를 자임하는 광주비엔날레는 예상과 달리 국제미술현장에서는 ‘신인’에 가까웠다. 물론 큐레이터나 갤러리스트, 미술계 인사들 사이에는 인지도가 있지만 대다수 관광객들에게는 무명에 가까웠다. 전시장에서 만난 몇몇 관람객에게 광주비엔날레에 대해 물었지만 대부분 ‘처음 들어본다’는 답이 많았다.
반면, 베니스 비엔날레는 달랐다. 전시장에서 인터뷰를 위해 만난 상당수가 이탈리아 출신이 아닌, 독일·프랑스·영국·미국 등 외국인이었다. 일부러 여름 휴가에 맞춰 비엔날레를 관람하기 위해 온 평범한 이들이었다. 실제로 지난 2022년 베니스 비엔날레 조직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총 유료 방문객 80만 명(전년 대회 보다 35% 증가, 하루 평균 4062명 관람)가운데 59%가 외국인이며 이탈리아인은 41%로 나타났다.
![]() 카페와 레스토랑 등이 밀집해 있는 거리에 자리한 광주비엔날레 홍보관 전경. |
문제는 올해로 창설 30주년을 맞고 있지만 국제미술축전 다운 면모를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129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베니스가 해를 거듭할 수록 퀄리티 높은 전시와 효율적인 운영으로 ‘세계 최고’(最高)의 자리를 구가하고 있는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비엔날레 재단의 ‘매너리즘’이다. 비엔날레의 성패를 좌우하는 전시의 퀄리티와 유능한 감독 선임 등 조직을 지휘하는 수장의 전문성 부재가 크다.
대표적인 예가 이번 베니스 홍보관이다. 남의 집 ‘잔치’에 판을 벌여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들에게 홍보를 알린다는 취지에서 재단이 기획했지만 정작 니콜라 부리오 예술감독도 회의적으로 생각했을 만큼 유례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단은 2년 전 부터 홍보관을 운영하기로 하고 예산 15억 원을 특별 편성했다. 여기에 올해 대회 전시예산 48억원, 홍보비 10억 원 등 총 73억 원의 예산을 책정하고 부족한 예산은 1회 대회부터 적립한 기금 275억 원에서 15억 원을 빼내 사용했다. 한푼이라도 기금을 늘려도 부족할 상황에 말이다.
무엇보다 조직의 전문성과 역량은 창설 30주년이라는 타이틀을 무색하게 한다. 최근 몇 년 사이 국제적 행사를 앞두고 비엔날레 구성원들이 이런 저런 이유로 조직을 떠나면서 역량을 쌓은 전문인력이 부족하고, 이를 합리적, 효율적으로 조정하는 리더십도 미흡한 탓이다.
특히 비엔날레의 성패를 좌우하는 ‘전시’에 대한 재단의 ‘시스템’도 아쉬운 대목이다. ‘판소리, 모두의 울림’을 올해 대회로 정한 니콜라 부리오 감독은 소리를 공간으로 해석해 연출하는 신 개념의 ‘소리 풍경’(sound scape)을 추진하고 있지만 과연 예술감독의 의도대로 구현해낼 수 있을까하는 우려가 미술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조직과 전시, 운영 등을 총괄하는 수장의 전문성과 리더십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유다.
미술평론가 정준모씨는 “베니스 비엔날레는 아트페어에 비해 대중의 관심이 줄어 들고 있는 추세 속에서도 여전히 매회 방문객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30년의 역사를 가진 광주비엔날레가 지속 가능한 대회가 되기 위해서는 광주에서만 볼 수 있는 콘셉트와 재단의 대표 및 조직의 역량 강화, 시대의 트렌드를 선도하는 마케팅 등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베니스=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