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자연, 문명의 관계를 탐색하다
허 진 작가 ‘가을 짐승의 털끝’ 초대전
파주 헤이리 갤러리 이레서 7월7일까지
2024년 06월 12일(수) 14:30
‘유목동물+인간-문명 2022-13’
‘장자’의 ‘제물’편에는 ‘추호지말(秋毫之末)’이라는 말이 나온다. ‘가을 짐승의 털끝’이 지니는 의미를 은유한 것으로 작은 것이 큰 것이 될 수 있으며 큰 것도 작은 것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우리 삶의 다양한 이면, 특히 보이는 것 너머의 이면을 인문학적으로 비유한 말이다.

허진 작가(전남대 교수)가 ‘가을 짐승의 털끝’을 주제로 전시를 연다.

오는 7월 7일까지 파주 헤이리 갤러리 이레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추호지말’과 연계된 인간, 자연, 문명의 관계를 탐색하는 작품을 선보인다.

특히 허 작가는 이번 전시를 위해 자신의 작품세계와 여러 필자의 글쓰기를 연계한 아트북 ‘Hurzine’도 발간했다. 허진의 ‘허’(Hur)와 매거진(mazine)을 결합한 아트북은 편집자 이근정이 기획했다. 미술작가와 편집자, 디자이너의 3인 협업으로 독창적인 결실을 이뤘다는 데 남다른 의미가 있다.

허 작가는 “기존의 화집 또는 도록과는 다른 차원으로 제작된 아트북은 이색적인 스타일로 담론을 제기하는 측면이 있다”며 “판형 또한 평소에 보던 것과 다르며, 편집의 방향을 비롯해 체제, 디자인 등도 독창적”이라고 했다.

아트북 ‘Hurzine’.
이번 전시는 허 작가가 이전부터 선보여온 ‘유목동물=인간-문명’ 시리즈와 연계돼 있다. 야생동물과 인간, 인공물의 이미지를 한데 결집해 우리가 사는 세상의 일면을 감각적이면서도 날카롭게 보여준다.

이번 작품전에서는 예전에 작업했던 ‘현대산수도’도 볼 수 있다. 화면에 거대한 산이 여러 개 수묵으로 표현돼 있고, 그 주위를 작은 채색화로 구현한 것이다.

‘유목동물+인간-문명 2022-13’은 한지에 수묵채색 및 아크릴로 형상화했다. 환상적이면서도 기이한 화풍은 여느 작가의 작품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인간과 동물, 또는 구획을 넘어선 초월적 세계는 작가 내면에 드리워진 순수한 이상향으로 수렴되는 것 같다.

이근정 편집자는 “‘동물’ 시리즈를 보면서 저는 신체적으로 느기는 것이 있다. 바로 ‘바닥’이 없다는 점”이라며 “아이들을 침대에 눕혀 놓고 천장에 투사해 보여주는 환등극이 연상된다”고 밝혔다.

한편 허 작가는 지금까지 600여 개 그룹의 기획초대전에 참여했으며 34회 개인전을 열었다.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 제1회 한국일보 천년작가 우수상, 제19회 허백련미술상 본상 등을 수상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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