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언어’, ‘한국미술명작’ 모티브로 한 화제의 전시 2제
광주시립미술관 본관 5일부터 8월 15일까지…미술 과거, 현재, 미래 망라
22명 수학적 시각 투영 작품…20세기 아우르는 30여명 대표작 140여점
2024년 06월 04일(화) 19:46
SPACE 0 작 ‘Eternal Light’
‘우주의 언어’, ‘한국미술명작’을 모티브로 한 화제의 전시 2제(題)가 있어 눈길을 끈다.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두 전시가 광주시립미술관(관장 김준기·5일부터 8월 15일)에서 동시에 개최되는 것. ‘우주’와 ‘명작’이라는 키워드는 과거, 현재, 미래를 포괄한다. 즉 지나온 시간과 지금, 다가올 내일을 다층적으로 조망할 수 있게 한다.

최우람 작 ‘하나-이박사님께 드리는 답장’
◇ 예술 너머의 수학, 변화하는 세상

‘우주의 언어-수’전(제1~제2전시실)은 수학의 중요성과 영향력에 주목한다. 사실 우주를 하나의 언어로 정의하면 ‘수수께끼’다. 알 수 없다. 미흡하나마 우주를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있다면 ‘수’다.

이번 전시는 ‘수학’을 다채로운 시각, 학문적 접근이 아닌 예술이라는 렌즈로 들여다본다. ‘수포자’(수학을 포기학 자)들의 이야기가 아닌 수학의 힘이 구현된 작품들을 만나는 장이다.

권영성, 김주현, 김현호, 송민규, 오현금, 이다희, 이이남, 이주행, 최우람, 홍혜란 등 22명 작가들은 예술과 수학 외에도 타 분야와의 융복합을 토대로 독특한 작품을 선보인다.

광주시립미술관 여름특별전이 5일부터 8월 15일까지 열린다. ‘한국미술명작전’ 전시실 장면.
큐레이터로 참여하고 있는 홍성미 미술사가는 학부에서는 수학을 전공하고 미술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이색적인 경력의 소유자다. 그는 “역사 이래 수학을 이용한 작가들이 많은데 미켈란젤로 등 르네상스 시대 작가들은 수학적 원리를 작품에 투영했다”며 “이번 전시는 일반인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간단한 수학의 개념 등을 생각할 수 있는 작품 위주로 선별했다”고 말했다.

전시는 모두 3부로 구성돼 있다.

1부 ‘신은 수학자였을지도 모른다’는 전시 서문격이다. 이이남 작가가 수학적 질서와 체계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작품을 선보인다.

2부 ‘예술 너머 수학: 변화하는 세상을 보여주다’에서는 기하학 바탕의 작품을 만난다. 정재일, 김주현, 홍혜란 작품은 ‘수’가 어떻게 우주의 언어가 됐고, ‘함수’와 ‘기하학’은 어떻게 세상과 미래를 바꾸고 있는지 조명한다.

수학이 다른 학문과 교섭함으로써 확장되는 양상을 보여주는 내용도 있다. 3부 ‘수학 너머 예술: 미지의 세계를 보여주다’가 그것. 최우람은 기술공학을 이용한 키네틱 아트로 움직이는 아름다움을, Space0은 NASA에서 보내온 수를 테이터로 우주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박고석 작 ‘설악 울산바위’
◇ 근현대 20세기 한국미술 아우르는 기획전

‘한국미술명작’전(제3~제6전시실)은 주요 공립 미술관을 비롯해 문화재단, 가나컬렉션, 이건희컬렉션, 개인컬렉션이 참여했으며 30여 명 작가와 140여 점 작품으로 구성했다. 20세기 한국미술을 아우르는 기획전답게 구본웅, 권진규, 김기창, 김은호, 김환기, 문신, 박고석, 박수근, 배운성, 양수아, 오지호, 이성자, 이우환, 이응노, 이인성, 이중섭, 임직순, 장욱진, 천경자, 허백련 등 주요 작가 작품들을 소개한다.

특히 공공장소에서 처음 공개되는 박고석 작가의 ‘설악 울산바위’가 이목을 끈다. 노란색 색감과 울산바위 원경을 강렬한 붓터치로 구현했는데, 몽환적 생명력이 두드러진다.

전시를 기획한 정희석 학예사는 “일반인들도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유명 작가와 작품 위주로 구성했다”며 “공립미술관의 ‘이건희 컬렉션’으로 공개돼 호응을 얻었던 작품도 20여 점 이상 선보인다”고 언급했다.

문신 작가의 다양한 조각작품들.
전시는 모두 4개의 주제로 짜여져 있다.

제3전시실에서는 ‘상상의 공동체를 넘어’라는 주제로 펼쳐진다. 존재를 천착했던 이우환의 대표작 ‘점으로부터’를 비롯해 구상과 추상 경계를 탐색했던 김기창의 ‘군마도’, 이중섭의 ‘해초와 아이들’, 장욱진의 ‘사찰’ 등도 만난다.

제4전시실 주제는 ‘우아와 아름다움의 세계’. “회화는 생명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영원화한 것”이라 정의한 오지호의 작품, 1930년대 시인 이상의 절친으로 파격적 화풍을 선보였던 구본웅 작품 등도 있다.

제5전시실에서는 근대기 합리와 이성을 민감하게 포착했던 작가들이 소환된다. ‘이성과 합리, 이상향’을 주제로, 김환기 반구상 작품부터 ‘점화’ 시리즈, 서구 기하학적 추상을 한국적 정서로 구현한 유영국 작품도 관객을 맞는다.

마지막 ‘정체성과 삶’을 초점화한 제6전시실에서는 오윤의 ‘팔엽일화’, 배운성의 ‘가족도’ 등을 만난다.

김준기 관장은 “여름특별전으로 기획된 이번 두 전시는 현대미술 작가들 작품과 근현대 미술사를 대표하는 명작을 동시에 만날 수 있는 자리”라며 “미술의 넓은 스펙트럼을 가늠하고 사유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관람료는 성인 1만2000원, 청소년 8000원, 어린이 6000원이며 광주전남지역 주민은 20%할인된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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