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가 ‘모루’가 되기까지, 그 우정의 시간
광주대 호심미술관 길고양이와의 만남 ‘모루’전 10일까지
교수, 학생 등 모두 22명 참여…팝업스토어도 함께 운영
2024년 06월 03일(월) 17:15
문정운 작 ‘toy Moru’
지난 2022년 1월. 광주대 극기관 1층 금속공예실에 ‘손님’이 찾아들었다. 들고나는 이들이 항상 있어 왔던 터라 그리 낯선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번 손님은 달랐다. 평소와는 다른 길고양이었던 것이다.

주얼리디자인전공 학생들은 길고양이에게 이름을 붙여줬다. ‘손님’에 대한 환대였다. 금속판재를 성형할 때 쓰는 공구인 ‘모루’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학생들은 그렇게 집사가 돼 ‘모루’와 1년이 넘는 추억을 쌓아왔다. 한편의 짧은 드라마이자 의미있는 서사는 그렇게 탄생했다.

광주대 주얼리디자인전공 교수와 학생들이 길고양이와의 우연한 만남을 모티브로 한 전시를 호심미술관에서 10일까지 연다.

팝업스토어도 운영하는 이번 전시는 지난 겨울 ‘모루’ 1주년 생일 파티를 하며 자연스럽게 기획됐다. 반려동물과 집사를 위한 전시에는 졸업생까지 포함 22명이 참여했다.

문정운의 ‘toy Moru’는 이번 전시 주인공 ‘모루’를 표현한 작품이다. 율동감이 느껴지는 몸체와 어딘가를 주시하는 호기심이 밴 동작은 사실적이면서도 은유적이다. 길고양이에서 ‘반려’로 변화된 고양이의 모습에선 안정감이 배어나온다.

김지은 작 ‘crazy about you’
김지은의 ‘crazy about you’는 마치 캐리커처처럼 이미지를 단순화한 작품이다. 직역하자면 ‘그대에게 미쳐있는’이라는 뜻인데, 아마도 ‘모루’를 향한 애정어린 관심을 구현한 것 같다. 작은 의자 형상에서 ‘모루’를 떠올리는 건 어렵지 않다. 한편으로 ‘crazy’는 상호적일 수도 있겠다 싶다. ‘무루’ 또한 자신을 좋아해주는 학생들에게 집착하고 있다는 의뜻인 것도 같다.

최준호 호심미술관장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30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아침이나 저녁 개를 데리고 산책을 하는 사람들을 보는 건 익숙한 풍경이 됐다”며 “이번 전시는 길고양이 ‘모루’와의 추억과 우정을 교수님들과 학생들이 담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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