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찐팬’ 이미림 “LPGA 우승 퍼트보다 더 떨렸어요”
챔피언스필드에서 시구
2024년 05월 28일(화) 20:30
프로 골퍼 이미림이 지난 26일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두산의 경기에 앞서 마운드에서 시구를 하고 있다.
“우승 퍼트보다 시구가 더 떨렸어요.”

‘호수의 여왕’ 이미림(NH투자증권·사진)이 골프공이 아닌 야구공을 들고 사람들 앞에 섰다. 그는 지난 26일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시구자로 챔피언스필드를 찾았다.

무등경기장에서 운동을 하며 프로 골퍼의 꿈을 키운 그는 부모님의 영향으로 어렸을 때부터 야구, 타이거즈를 좋아했다. 이미림은 KIA의 올 시즌 개막전을 챔피언스필드 관중석에서 지켜보기도 한 ‘찐팬’이다.

현재 부상 재활 중인 그는 “원래는 미국 투어를 하다 보니까 올 수 있는 시간이 많이 없었다. 지금 쉬면서 할 게 뭐가 있을까 생각해 봤는데 야구를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야구장 ‘도장 깨기’를 하는 게 목표다”고 미소를 지었다.

복귀 준비를 하면서 야구로 힘을 얻고 있는 이미림은 직접 시구자로 마운드에 올랐다.

경기 전 “마운드가 정말 멀다. 한 번도 던져본 적이 없는데 똑바로 던지는 게 목표다”고 언급했던 그는 마운드 위까지 올라서 공을 던졌다. 미트까지 이르지 못했지만 포수 앞에 살짝 바운드 되는 공을 던져 박수를 받았다.

자신이 좋아하는 양현종의 지도로 시구 연습을 한 이미림은 “양현종 선수님이 시구하러 오시면 남자, 여자 모두 마운드로 끌고 간다고 하셨다. 처음에는 앞에서 연습하다가 뒤에 가서 던졌다. 생각보다 잘 던진다고 해주셔서 마운드 위에서 던졌다”며 “조금 짧아서 아쉬웠는데 그래도 똑바로 날아갔다”고 웃었다.

‘특급 시구’를 선보였지만 이미림은 사실 긴장을 많이 했다.

LPGA 투어 2017 KIA 클래식 우승자인 이미림은 2020 ANA 인스퍼레이션에서는 연장 승부 끝에 LPGA 4번째 우승이자 메이저 우승까지 차지한 ‘강심장’이다. 그런 그에게도 ‘시구’는 어려운 일이었다.

이미림은 “시구하는데 정말 많이 떨렸다. 우승 퍼트보다 더 떨렸다. 우승 퍼트는 정말 거짓말 안 하고 하나도 안 떨린다. 내가 시합 때는 긴장을 많이 안 하는데 시구할 때는 너무 떨렸다. 마운드에서 내려오는데 관중이 하나도 안 보였다. 긴장이 풀리니까 1회부터 3회까지 경기를 못 봤다”며 “소리로 홈런친 것을 알았다. 너무 떨리고 긴장했는데 정말 좋았다. 그리고 경기를 이겨서 정말 좋았다. 내가 시구를 했는데 KIA가 지면 안 되니까 걱정을 했다. 비 예보도 있어서 걱정했는데 너무 다행이다”고 이야기했다.

이미림이 말하는 야구의 매력은 공 하나하나에 많은 것이 담겨있다는 점이다.

그는 “야구와 골프는 비슷한 점이 있는 것 같다. 야구는 공 하나하나에 감정 변화가 큰데, 골프도 마찬가지다. 그게 비슷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야구장에서 새로운 기운을 얻은 이미림은 ‘우승컵’을 들고 다시 챔피언스필드를 찾겠다는 각오다.

이미림은 “미국에서 웨이트를 하다가 어깨가 안 좋아졌다. 쉬면서 하고 싶은 것도 하고, 취미 생활도 하면서 지내고 있다”며 “곧 복귀를 하니까 많이 응원해주시면 좋겠다. 시구가 나에게 큰 힘이 됐다. 골프 잘하고 우승해서 한 번 더 던져보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됐다. 좋은 모습으로 팬들 앞에 다시 서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여울 기자 wo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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