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사람들은 왜 망자들 곁에 다양한 형상의 토기들을 넣었을까?
국립나주박물관 오는 23일부터 7월 28일까지 ‘상형토기와 토우장식 토기’ 전
말 형상 토기, 새 닮은 토기, 집 모양 토기 등 다양한 동물·사물 토기 한자리에
2024년 04월 19일(금) 11:40
토우장식 토기와 전시 영상 모습. <국립나주박물관 제공>
말 형상의 토기, 수레바퀴 모양의 토기, 새를 닮은 토기, 집 형상을 구현한 토기 등….

짐승이나 사물을 본뜬 상형 토기와 흙으로 빚은 인형 토우는 옛 사람들의 ‘죽음’에 대한 사유를 보여주는 유물들이다.

시공을 초월해 사람들은 영원불멸에 대한 꿈이 있다. 고대 사람들 또한 사후에도 저편의 세상에서 영생할 수 있기를 희원했다. 다양한 토기와 토우에는 그와 같은 간절한 바람이 투영돼 있다. 단순한 장례의례를 넘은 사후 너머의 세상에 대한 간절한 기원을 담고 있다.

해남 만의총에서 출토된 상서로운 동물모양 토기. <국립나주박물관>
토기와 토우를 볼 수 있는 특별한 전시가 열려 눈길을 끈다.

국립나주박물관(관장 김상태)은 ‘영원한 여정, 특별한 동행: 상형토기와 토우장식 토기’전을 연다. 오는 23일~7월 28일 열리는 특별전은 망자를 보내는 공간에 넣어주었던 토기를 가까이서 볼 수 있다.

오연숙 학예연구사는 “이번 전시는 지난해 국립중앙박물관이 개최해 인기를 끌었던 특별전의 순회전시로 열린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상형토기와 토우장식 토기를 매개로 고대 사람들의 장례의례를 비롯해 내세관 등을 가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대 사람들의 장례의례는 죽음을 단절이 아닌, 현세와 사후가 연계되는 관점을 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계세사상으로서 옛 사람들의 사후관, 종교관 등을 가늠하는 것은 오늘의 우리에게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를 한번쯤 생각하게 한다”고 덧붙였다.

경주 노동동유적 출토 토우장식 항아리(국보). <국립나주박물관>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신라ㆍ가야 지역에서 출토된 상형토기를 비롯하여 경주 황남동유적 등에서 발굴된 토우장식 토기 등 240여 점도 선보인다.

전시장에서 만나는 토우들은 살아있는 동물들을 고스란히 옮겨온 듯 정교하면서도 생동감이 넘친다. 움직임이나 형상이 고정화돼 있지 않고 자유스러우며 역동적이다. 고대 사람들의 삶의 유희와 예술적 감성들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망자들이 사후세계에 가서도 현세의 삶과 같은 즐거움과 복을 누리기를, 또는 현세에서 힘겨운 인생을 살았다면 내세에서는 평안을 누리기를 바라는 소박한 기원을 읽을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토우들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미디어를 활용했다. 개개의 토우들을 상세히 볼 수 있도록 미디어를 접목한 것. 아울러 디지털 점자 정보 검색과 촉각 체험자료를 통해 생동감있게 전시를 즐길 수 있도록 구현했다.

전시는 모두 2개의 주제로 이루어져 있다.

먼저 1부는 ‘영원한 삶을 위한 선물, 상형토기’를 초점화한다. 일반적으로 상형토기는 제의용 그릇으로 쓰였다. 언급한 대로 형상은 다양했는데 사람이나 동물, 사물을 본떠서 만들었다. 그 안에 술 등을 담아 보관하는 용도로 쓰였음을 알 수 있다.

각양각색의 상형토기는 고대 사람들의 예술적 심미안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상서로운 동물 모양의 토기나 새모양 토기는 망자를 ‘하늘로 이어주고 안내’해 주는 동행자의 역할에 초점을 뒀을 것이다. 말모양 토기와 수레바퀴모양 토기, 저편의 세상에서도 ‘편안한 쉼’을 누릴 수 있는 집 형상의 토기 등은 시대는 다를지언정 영원한 삶에 대한 인간의 근원적인 추구의 열망을 보여준다.

2부 주제는 ‘헤어짐의 이야기, 토우장식 토기’이다.

경주 황남동유적에서 출토된 토우장식토기 뚜껑. <국립나주박물관>
토우장식 토기 또한 무덤에 넣어진 제의용 용도로 제작됐다. 특히 전시에서는 1926년 일제강점기 경주 황남동유적에서 발굴된 토우장식 토기가 다수 공개된다. 흥미로운 부분은 15cm 내외 토기 뚜껑에 담긴 장례 장면이 그것이다. 절하는 사람, 절 받는 사람을 비롯해 가무를 펼치는 사람의 모습이 새겨져 있다. 남과 여를 묘사한 성적인 장면도 있다. 수십 종의 동물의 형상 외에도 사람과 동물이 함께 열을 지어 행진하는 모습 등은 당대 사람들이 죽은 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부분들이다.

또한 경주 노동동유적에서 수습된 ‘토우장식 항아리’(국보)에는 개구리 뒷다리를 문 뱀과 일정한 간격을 두고 사람이 장식돼 있는 모습은 사뭇 이색적이다.

박물관은 전시의 이해를 돕기 위해 ‘박물관 속 동물이야기’, ‘큐레이터와의 대화’ 등도 준비했다.

김상태 관장은 “이번 순회 전시는 큰 틀에서 보면 나주박물관 특성화 주제인 ‘영산강 유역 고대 고분문화’와 연결돼 있다”며 “영산강 유역과 경주권 유적의 고대인들의 상례 등을 다각도로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라고 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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