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정치 복원 과제] 초선 61% … 지역 현안 해결 ‘한 목소리 구조’ 만들어야
정치신인 당선되기 쉬운 지형, 중량감 있는 다선 배출 어려워
상임위 배정, 위원장·간사 선임 과정 불이익…정치력 약화 되풀이
개개인 ‘정치력’ 관건…현안 해결 관련 법률 개정·제정 협업 시급
2024년 04월 11일(목) 00:40
/클립아트코리아
22대 국회에 입성하게 된 광주·전남 지역구 당선자에게는 ‘호남 정치 복원’이 최대의 숙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 지역 당선자 중 초선 비율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 자칫 정치력 약화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는 만큼, 의원간 활발한 소통과 협업 등을 통해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5·18민주화운동의 헌법 전문 수록과 광주군공항 이전 등 현안 해결과 긴축재정 기조 속에서 지역 예산을 챙겨야 하는 등 지역 국회의원의 정치력 발휘도 절실한 실정이다.

10일 총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하게 된 광주·전남 국회의원 당선자 18명 중 11명이 초선이다. 현역 물갈이 비율은 61.1%다. 이는 지난 21대 총선에서 초선 13명(72.2%)인 것과 비교할 때 물갈이율은 다소 낮아진 셈이다.

광주는 민형배(광산을) 당선자를 제외하고는 7명이 초선이고, 전남은 10명 중 조계원(여수을)·김문수(순천광양곡성구례갑)·권향엽(순천광양곡성구례을)·문금주(고흥보성장흥강진) 등 4명의 초선이 여의도행 열차의 탑승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전남에서는 김원이(목포)·주철현(여수갑) 의원의 재선에 성공했고, 서삼석(영암무안신안)·신정훈(나주화순) 의원은 3선 고지에 올랐다. 4선과 5선에 성공한 당선인은 이개호(담양함평영광장성)·박지원(해남완도진도)이다.

이처럼 광주·전남의 현역 교체 비율이 높은 이유는 ‘당 지도부 입맛에 맞는 사람으로 교체해도 당선이 되는’ 정치 지형 탓이며, 오랜 시간 되풀이되다 보니 호남 다선 의원의 씨가 마르고 있다.

특히 광주지역의 경우 현역의원 8명 중 7명이 교체되면서 다선의 무게감을 갖는 정치인들이 대폭 줄어 ‘호남 정치력’의 축소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따라서 초선 그룹이 계파 등에 휘둘리지 않고 어떻게 향후 정국에서 무게감 있는 자신들만의 정치력을 발휘할 지가 과제로 꼽히고 있다.

국회는 다선 의원 우선으로 상임위 위원장과 간사가 정해지고 주요 상임위 배정 등도 다선 의원을 중심을 짜여지고 있다는 점에서 초선 의원 비율이 높은 지역은 당 지도부 선정과 주요 상임위 배정, 상임위 위원장·간사 선정 과정에 불이익을 받을 수 밖에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광주·전남지역은 선출직 최고위원을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서삼석(영암무안신안) 의원과 송갑석(서구갑) 의원이 잇따라 최고위원 경선에 도전했지만 지역 분열과 ‘친명’(친 이재명)주자에 대한 압도적인 지지 탓에 지도부 입성에 실패했다.

다만, “지도부에 호남의 목소리가 전혀 담기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 송갑석 의원이 뒤늦게 지명직 최고위원에 선임됐지만 이마저도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의결 과정에 사퇴할 수 밖에 없었다.

주요 상임위 배정과 위원장·간사 선임 과정의 불이익도 컸다. 21대 국회에서 광주·전남은 상임위 간사는 전혀 맡지 못했고, 그나마 21대 국회 하반기에 당 지도부의 배려에 따라 재선이었던 서삼석 의원이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지역 예산을 챙길 수 있었다.

상임위 배정과정에서도 호남은 큰 목소리를 내지 못했고, 전남지역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의원들이 쏠리면서 주요 상임위에는 전남지역 의원이 전혀 없는 불균형도 발생했다.

이처럼 당 지도부와 주요 상임위에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구조는 호남 정치력 약화로 이어질 수 밖에 없어 22대 총선 당선자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국회 운영 전반에 걸쳐 초선 의원의 진입 장벽이 있는 건 사실이다. 다선 의원 중심으로 각 당의 지도부가 꾸려지고, 위원회도 의원 선수로 뽑기 때문에 초선이 많은 지역은 불리할 수 밖에 없다”면서 “이런 상황을 고려해 당 지도부가 특정 지역을 배려하기도 어려운 형편이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번 당선자들은 각자의 정치행보와 이익을 앞세우기 보다는 지역의 공통적인 현안에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논의 구조를 만들어 함께 극복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역 현안 해결과 관련 법률 개정·제정을 위한 지역 당선자의 협업도 시급하다.

무엇보다도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를 거치면서 논의만 되고 아직 실현되지 않은 5·18민주화운동 헌법 전문 수록은 이번 국회에서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손꼽힌다. 국민의힘도 이 문제를 총선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지역 당선자들의 발빠른 준비와 대응이 곁들여진다면 광주의 오랜 한을 풀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초선 비율이 높은 만큼, 광주시·전남도 예산 확보에도 국회 차원의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민주당이 지역 안배를 통해 광주·전남지역 국회의원을 국회 예산 심의의 핵심 요직인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배정해주기 때문에 전략적인 선택과 체계적인 대응도 뒤따라야 한다.

또 지역 예산 확보를 위한 전략적인 상임위 배분도 절실하다. 일부 인기 상임위에 지역 당선자들이 몰리면 현안 사업과 예산 확보를 위한 다양성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광주의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과 광주군공항 이전을 위해 문화체육관광위원회와 국방위원회에 전략적으로 의원을 배치했다. 반면, 농어촌지역이 많은 전남의 경우 절반 가량의 의원이 농해수위에 배정되면서 불균형한 상임위 활동이라는 지적도 받았다.

/오광록 기자 kro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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