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들이 저마다의 문체로 녹여낸 아름다운 전라도
24명 문인들 전남 답사기 ‘전라도 가는 길, 생명의 땅 남도기행’ 나와
박병두작가 기획...“전라도가 왜 아름다운 생명의 땅인지 알 수 있을 것”
2024년 04월 08일(월) 17:30
화순 적벽
“이번 책은 ‘생명의 땅, 남도의 기행’이라는 기획으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일반 작가들을 저자로 내세운 것은 우리 내부에서 보는 시선과 외부에서 보는 시선이 다를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죠. 아무래도 전문적인 작가들이라 느낌이나 체험이 다르겠지요.

박병두 소설가는 ‘전라도 가는 길, 생명의 땅 남도기행’을 기획하게 된 계기를 그렇게 말했다. 집필에는 시인과 소설가 등 모두 24명의 문인들이 참여했다. 박 작가가 먼저 전남도에 기획 취지를 제안하고, 전남도의 후원으로 책이 발간됐다.

땅끝탑
박 작가는 “문인들의 시선을 통해 전라도의 멋과 맛, 가볼 만한 여행지 등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다”며 “전남의 22개 시군을 한 명의 문인이 담당해 저마다의 관점과 시선, 감성으로 전남에 대한 사유나 메시지를 담아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구조화된 세상에서 한 발 비켜서서 삶의 현장을 바라보면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며 “이 책이 계기가 돼 삶에 지치고 버거울 때 아름다운 땅 전라도를 찾는 이들이 많이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얘기했다.

참여 작가 면면은 다양하다. 오늘날 풍성한 한국 문학을 일궈왔던 이들이 망라돼 있어 각각의 글을 통해 남도의 서정과 색다른 맛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참여 작가는 시인 고재종(곡성)을 비롯해 곽재구(순천), 김구슬(무안), 나희덕(고흥), 문효치(영암), 송소영(장흥), 신달자(강진), 오세영(장성), 유자효(구례), 이건청(함평), 이승하(진도), 장석주(해남), 최문자(광양), 허영자(완도), 허형만(목포), 홍신선(신안)이 포함돼 있다.

소설가로는 박병두(서문) 외에도 권지예(여수), 박상우(나주), 전경린(영광), 정찬주(화순)가 있으며 문학평론가 이경철(담양), 박해현(보성)도 참여했다. 예술인 박명성은 전국체전 문화행사 등을 모티브로 글을 썼다.

이번 책이 일반 여행서와 다른 특징이 있다면 색다른 글들을 망라하고 있다는 점이다. 글을 업으로 살아온 문인들에게는 저마다 문체가 있는데, 특유의 문체미학은 이색적인 글맛을 선사한다.

또 현장에서 보는 듯한 생생한 감성과 특유의 혜안이 담긴 인문적 통찰을 접할 수 있다. 아름다운 풍광과 그것과 매치 된 문화유산, 인간애는 전라도가 왜 생명의 땅인지를 오롯이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편 박익태 전남도 관광과 주무관은 “문학인들의 글을 통해 관광 전남을 알리기 위해 기획했다”며 “지난해 10월부터 시작해 올해 3월까지 진행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24명의 작가들이 각각의 지역을 맡아 자신들만의 감성과 시각으로 ‘생명의 땅’ 남도를 소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이번 책이 전남의 아름다운 관광지를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작가의 예리한 인문학적 사유가 담긴 여행 에세이는 한 편 한 편 아껴서 읽어도 좋을 것 같다. 차례와 상관없이 좋아하는 문인, 가보고 싶은 지역을 찾아 먼저 읽어도 무방하다.

신달자 시인은 대학에 이력서를 내고 힘들었던 때 강진을 찾았다. 혼자라는 두려움을 느끼며 무조건 달려갔던 곳이 강진이었다. “아아 강진의 청자 빛이 날 불렀구나… 그냥 푸른색인데 깊은 대화가 몇 세기 지나간 관계의 소통처럼 느껴졌다”고 회고한다.

최문자 시인은 광양의 풍광을 이야기하며 오래 전 내적 고통의 시간을 꺼낸다. 그는 “그해 어떤 사람을 생으로 뽑아낼 수 없어서 생으로 사랑니 하나 뽑아내고, 치통을 견디다 못해 전라도로 꽃구경을 갔었다”고 회고한다. 광양 10만 평의 매화군락지 홍쌍리 매실가, 섬진강과 어우러진 매화와 마을에 대한 단상은 현장에 있는 듯한 생생함을 전한다.

박상우 작가는 특유의 소설가 문체로 나주 혁신도시를 풀어낸다. 목사내아를 비롯해 백호문학관, 복암리고분전시관 같은 문화자원 외에도 문예위 등 공공기관이 자리잡은 과거와 오늘의 나주를 만날 수 있다.

한편 책은 인터넷 전자도서로도 볼 수 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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