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시인 김수영 삶 극화해 돌아본 현대사회의 문제의식
광주시립극단 ‘거대한 뿌리’ 4월 25~27일 광주예술의전당
박근형 작, 이은준 연출…임종 앞둔 김수영 시간여행 내용
2024년 04월 01일(월) 19:30
‘거대한 뿌리’ 공연 장면 <광주시립극단 제공>
“나는 아직도 앉는 법을 모른다./ 어쩌다 셋이서 술을 마신다. 둘은 한 발을 무릎 위에 얹고/ 도사리지 않는다./ 나는 어느새 남쪽식으로 도사리고 앉았다……” (김수영 ‘巨大한 뿌리’ 중)

“시여 침을 뱉어라”라는 구호를 주창하며 시인들이 현실에 목소리를 낼 것을 강조한 참여시인 김수영(1921~1968). 그는 3·15 부정선거부터 6·25 전쟁, 4·19 혁명까지 현대사의 거대한 질곡들을 ‘온몸’으로 견뎌내면서도 뛰어난 작품을 썼다.

타임머신을 타고 김수영의 삶과 현대사의 비극을 모티브로 문학과 예술의 원류를 찾아 가는 공연이 펼쳐진다. 광주시립극단이 4월 25~26일(오후 7시 30분), 27일(오후 3시, 7시 30분) 광주예술의전당 소극장에서 선보이는 ‘거대한 뿌리’가 바로 그것.

작품은 김수영이 썼던 동명의 시 ‘巨大한 뿌리’ 등에서 모티브를 얻어, 자유를 억압하던 시대의 부조리를 진단해 보고 당대에 문제의식을 던진다. 이를 통해 한국 사회가 여전히 겪고 있는 역사적 갈등, 지역 갈등의 문제를 들여다본다는 계획이다.

속도감 있는 장면 전환과 다양한 음악, 영상, 자막 등이 곁들여져 극적인 무대를 연출할 예정이다. 극단 ‘골목길’ 예술감독 박근형 작, 극단 ‘파수꾼’ 대표 이은준 연출.

시공간을 넘나드는 이번 작품은 개성 있는 시놉시스로 이목을 끈다.

1968년 6월, 김수영은 교통사고로 적십자 병원 응급실에 후송된다. 의식이 희미해지고 죽음까지 코앞에 둔 단말마의 순간, 시를 쓰기 위해 분투하던 그의 지난한 여정이 눈 앞에 펼쳐진다.

일본 축지 소극장에서의 추억, 거제 포로수용소에서의 경험을 비롯해 3·15 부정선거와 6·25, 결혼과 출산, 그리고 4·19까지. 이윽고 긴 시간여행을 마친 김수영은 눈을 감고, 그의 곁을 지키던 사람들은 시와 문학, 예술의 미래를 이야기한다.

김수영 역은 노희설, 김수영의 아내 김현경 역은 채윤정 배우가 맡는다. 이 밖에도 고난영, 이정진, 이영환 등 지역에서 활동 중인 배우들이 출연할 예정이다. 이은준 연출가는 제55회 동아연극상 신인 연출상, 2016년 올해의 연극 베스트 3, 서울연극제 우수상 등을 수상했다. 대표작으로 ‘아이히만, 암흑이 시작하는 곳에서’, ‘친절한 에이미 선생님의 하루’, ‘속살’ 등이 있다.

이 연출가는 연출의 변에서 “가난하지만 솔직했던, 그리고 세상을 사랑하고 나라를 사랑했던 김수영은 우리와 다르지 않은 한 사람이었다”며 “이번 공연에는 김수영의 삶과 더불어 우리의 역사와 전통, 문제의식 등을 담아냈다”고 말했다.

이어 “‘뿌리’가 있기에 풀은 누워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며 “누군가 역사를 왜곡하거나 부정한다 하더라도, 언제가 역사는 스스로 ‘진실’을 증명하기 마련이다”라고 덧붙였다.

전석 1만원(13세 이상 관람 가). 티켓링크 예매.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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