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원투펀치에도 압도적 ‘꼴등’…페퍼스 강점 찾아야
주전·백업 선수간 갭 줄이고 선수층 강화 필요
페퍼스만의 색 만들어갈 새 사령탑 선임도 시급
2024년 03월 20일(수) 21:15
프로여자배구 V리그 2023-2024 시즌에서 압도적인 성적 차로 최하위를 기록한 페퍼스가 다음 시즌을 위해 어떤 준비에 나서야 할까?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는 페퍼스는 다음 시즌 도약을 위해 과거의 실패를 통해 변화를 찾아 나서야 한다.

페퍼스는 지난 16일 현대건설과의 홈경기를 마지막으로 시즌을 마무리 했다. 이번에도 압도적인 ‘꼴찌’였다. 페퍼스의 세 번째 시즌 성적은 5승 31패 승점17, 페퍼스에 앞서 6위에 자리한 한국도로공사가 12승 24패 승점 39.

페퍼스는 2023-2024 시즌을 준비할 당시 무게감 있는 선수들을 대거 영입하며 기대감을 불러 일으켰었다. FA시장에서 ‘대어’ 박정아를 영입했고, 검증된 외국인 선수 야스민을 불러오며 강팀에게도 밀리지 않을 선수단 구성을 갖췄다. 하지만 페퍼스는 기대만큼의 성적을 만들어 내지 못했다.

프로리그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각 구단만의 개성이 필수적이다.

끈끈한 팀워크를 바탕으로 조직력 있는 배구를 하는 팀이 있는가 하면, 스피드를 무기 삼아 상대의 허점을 빠르게 파고 드는 팀이 있다. 하지만 페퍼스는 페퍼스만의 플레이를 만들지 못했고, 같은 흐름의 패배를 이어갔다.

초반에는 경기를 리드하며 1세트를 따낸 뒤, 흐름을 읽히거나 잦은 범실을 내며 경기를 끝까지 승리로 마무리 짓지 못하는 식이었다. 여기에 조 트린지 감독의 배구, 선수들에게 익숙한 플레이 방식에 차이가 있었다는 점도 경기력 부진의 큰 원인이 됐다.

이번 시즌 페퍼스는 특히 중앙 블로킹 자원에 대한 약점을 드러냈다. 코트 중앙을 지켰던 미들 블로커 필립스는 공격면에서는 활약을 펼쳤지만 가장 중요한 블로킹에서 약세를 보였다.

또 다른 미들 블로커 염어르헝은 고질적인 우측 무릎 문제로 지난 1월 반월상연골 제거 수술을 마친 뒤 현재 재활 중이다.

처참했던 성적에는 아웃사이드 히터의 득점 지원률이 높지 않다는 문제도 있었다. 아웃사이드 히터는 공을 리시브로 받아내고 공격으로 전환시켜야 하는 핵심적인 자리다. 박정아를 포함해 박은서, 이한비 등 아웃사이드 히터 포지션에서 뛰었던 선수들의 리시브 능력이 아쉬운 이유다. 공격형 아웃사이드 히터로 박정아를 둔 상태로 득점을 지원할 새로운 수비형 아웃사이드 히터의 필요성이 절실해졌다.

그간 야스민은 팀의 ‘최다 득점’을 도맡으며 분전해 왔다. 야스민이 계속해서 페퍼스와 함께 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야스민이 다음 시즌에도 페퍼스 유니폼을 입기 위해서는 4월에 있을 리그 챔피언 결정전이 끝난 뒤 직접 트라이아웃 신청을 해야 한다. 야스민은 이에 대해 ‘생각을 해보는’ 상태다.

허리부상으로 현대건설을 떠났던 야스민은 부상 문제가 완벽하게 해결되지는 않은 상태로 페퍼스 유니폼을 입었다. 경기에서 무리를 할 때는 종종 뻐근함을 느끼기도 했고 이에 따라 지속적인 관리도 필요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컨디션을 거의 완벽하게 회복한 상태다. 팀의 소중한 승리를 이끄는 데 주력했던 야스민인 만큼 그와 구단의 결정에 관심이 쏠린다.

더불어 시급한 문제는 바로 1군과 2군의 경기력 차이를 좁혀 나가는 것이다. 큰 기복 없이 시즌 처음부터 끝까지 경기를 끌어 나가기 위해서는 폭 넓은 기용이 중요한 만큼, 페퍼스는 주전 선수뿐 아니라 교체 선수들의 실력을 최대치로 끌어 올릴 수 있는 훈련과 선수층 강화에 주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는 새 사령탑 선임이다.

페퍼스는 5경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조 트린지 감독을 보내고, 이경수 감독 대행체제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초대 사령탑 김형실 감독은 두 번째 시즌에서 개막 후 10연패를 남기고 자진사퇴했고, 2대 감독이었던 아헨 킴은 지휘봉을 들지도 않고 개인 사정을 이유로 떠났다. 그리고 미국 대표팀 감독이라는 화려한 이력으로 주목받았던 조 트린지 감독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팀을 하나로 묶고, 페퍼스만의 색을 만들 사령탑을 찾아 새 판으로 짜야 한다.

/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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