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에게 주어진 십자가 돌아보는 계기됐으면”
이상운 조각가 ‘십자가’전
27일까지 광주가톨릭 평생교육원
버려진 나무 등 활용 350여 점 전시
27일까지 광주가톨릭 평생교육원
버려진 나무 등 활용 350여 점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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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의 고난과 죽음을 기념하는 절기를 ‘고난주간’이라 한다. 사순절 시기(40일) 가운데 부활절 하루 전까지로, 올해는 25일부터 30일까지다. 천주교신자들이나 기독교 성도들은 이 기간 경건하고 엄숙하게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을 묵상한다.
고난주간과 맞물려 십자가를 모티브로 한 전시가 열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상운(바르톨로메오) 조각가가 광주가톨릭 평생교육원 지하1층 ‘갤러리 현’에서 오는 27일까지 진행하는 전시가 그것. ‘기억하라 가장 귀한 나무로다’라는 주제는 십자가의 소중함과 의미를 일깨운다.
이 작가는 전시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우리가 십자가를 기억하고 이 십자가를 통해 자신에게 주어진 십자가는 어떤 것인지 한번쯤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십자가는 천주교든 기독교든 가장 본질적인 부분이다. 이 작가는 “예수님의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는 말씀은 고통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라며 “더불어 살아가라는, 다시 말해 사랑의 삶을 살아라는, 뜻이 아닐까”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를 열게 된 것은 자선전시 바자회가 계기가 됐다. 작가는 에콰도르 장애인 학교와 병원을 돕기 위한 활동 등을 십수년 전부터 해왔다.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은 모두 350여 점. 작가가 10여 년에 걸쳐 만들거나 수집한 십자가가 대부분이다.
“자선전시 판매를 위해 도마나 접시 등을 만들다 보면 자투리가 나옵니다. 그것을 토대로 십자가를 만들고, 또 하나는 돌아가신 분들의 유족들이 성당에 반납한 십자가를 활용해 제작하기도 했지요.”
전시작 가운데는 여러 본당에서 반납한 십자가를 작가 자신이 만든 십자가와 결합한 작품도 있다. 묵주에 달린 작은 십자가를 수거해 만든 작품이 그런 예다. 작가가 강이나 산에서 주워온 의미있는 돌 위에 십자가를 올려놓은 것은 또 다른 의미의 십자가 작품이다.
그는 “‘집 짓는 자들이 내버린 돌을 ’모퉁이 돌‘이라고 하는데, 그 위에 묵주 십자가를 올린 작품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확히 언제부터 그는 이런 작업을 하게 됐을까. 표면적으로 자선바자 전시를 위해 십자가를 만들기 시작했다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었다.
“예전에 다니던 산길에서 우연히 떨어져 나온 십자가 모양의 나뭇가지를 보게 됐습니다. 그런데 문득 나뭇가지에 예수님의 못 박힌 상처들이 선명히 보이는 것 같았어요. 그 십자가를 버릴 수 없어 집에 가져와 걸어두었던 게 오늘에 이르렀죠.”
전시를 진행하기까지 많은 이들의 도움이 있었다. 가깝게는 가족들의 관심과 지지가 컸다. “성지순례 갔을 때 현지 성당이나 기념품 가게에 들러 수집한 십자가들”이 전시에 많이 활용됐다는 것. 작가에 따르면 지금까지 아르메니아를 비롯해 조지아, 아프리카, 남미의 여러 국가를 갔다 왔고, 그곳의 십자가가 다수 전시에 포함돼 있다.
전시실에서 만나는 십자가는 다양하다. 과장을 한다면 이 세상 모든 십자가는 다 진열돼 있는 것 같다. 오래된 나무 십자가에 철사로 엮어 만든 십자가상은 못 박혀 죽임을 당한 예수님의 고통을 상징한다.
썩어가는 나무 위에 세워진 십자가를 통해서는 새 생명의 희망과 부활의 소망을 느낄 수 있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는 성경 말씀이 연상되기도 한다.
전시는 모두 4부로 구성돼 있다.
1부는 ‘기억하라-가장 귀한 나무’로 성당의 폐성물함 등에서 수거한 부서지거나 부식된 십자가와 묵주 등으로 만든 십자가다. 성주간 시기,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생각하게 하는 ‘낮 12시, 어둠이 온 땅에’, ‘너는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다’, ‘이 잔 거두어 주소서’ 등을 볼 수 있다.
2부 ‘나무에서 묶인 죄악, 나무로써 푸시었네’는 ‘내가 너에게 잘못한 것이 무엇이냐’, ‘왼 손목이 부러진 예수’ 등의 작품이 관람객을 맞는다.
3부 ‘집 짓는 이들이 내버린 돌’은 앞서 언급한 산과 계곡에서 가져온 돌과 나무를 십자가와 함께 결합한 작품이 주를 이룬다.
마지막 4부 ‘하늘나라로 가신 분들의 십자가’는 장례 이후 가족들이 본당에 가져온 십자가를 토대로 만든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본당으로 돌아온 십자가’에서는 예수님 사랑과 십자가를 묵상했을 어느 이름없는 신자의 마음이 읽혀진다.
한편 광주가톨릭평생교육원 원장인 최윤복 야고보 신부는 “바르톨로메오 형제님의 손길로 되살아난 십자가와 세계 각국의 다양한 십자가를 바라보는 모든 분들이 인류 구원을 위해 높이 매달리신 주님의 사랑을 느낄 수 있기를 빈다”고 밝혔다.
/글·사진=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고난주간과 맞물려 십자가를 모티브로 한 전시가 열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 이상운 조각가 |
십자가는 천주교든 기독교든 가장 본질적인 부분이다. 이 작가는 “예수님의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는 말씀은 고통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라며 “더불어 살아가라는, 다시 말해 사랑의 삶을 살아라는, 뜻이 아닐까”라고 말했다.
“자선전시 판매를 위해 도마나 접시 등을 만들다 보면 자투리가 나옵니다. 그것을 토대로 십자가를 만들고, 또 하나는 돌아가신 분들의 유족들이 성당에 반납한 십자가를 활용해 제작하기도 했지요.”
전시작 가운데는 여러 본당에서 반납한 십자가를 작가 자신이 만든 십자가와 결합한 작품도 있다. 묵주에 달린 작은 십자가를 수거해 만든 작품이 그런 예다. 작가가 강이나 산에서 주워온 의미있는 돌 위에 십자가를 올려놓은 것은 또 다른 의미의 십자가 작품이다.
그는 “‘집 짓는 자들이 내버린 돌을 ’모퉁이 돌‘이라고 하는데, 그 위에 묵주 십자가를 올린 작품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확히 언제부터 그는 이런 작업을 하게 됐을까. 표면적으로 자선바자 전시를 위해 십자가를 만들기 시작했다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었다.
“예전에 다니던 산길에서 우연히 떨어져 나온 십자가 모양의 나뭇가지를 보게 됐습니다. 그런데 문득 나뭇가지에 예수님의 못 박힌 상처들이 선명히 보이는 것 같았어요. 그 십자가를 버릴 수 없어 집에 가져와 걸어두었던 게 오늘에 이르렀죠.”
전시를 진행하기까지 많은 이들의 도움이 있었다. 가깝게는 가족들의 관심과 지지가 컸다. “성지순례 갔을 때 현지 성당이나 기념품 가게에 들러 수집한 십자가들”이 전시에 많이 활용됐다는 것. 작가에 따르면 지금까지 아르메니아를 비롯해 조지아, 아프리카, 남미의 여러 국가를 갔다 왔고, 그곳의 십자가가 다수 전시에 포함돼 있다.
![]() 이상운 조각가의 십자가전 ‘기억하라 가장 귀한 나무로다’가 오는 27일까지 광주가톨릭 평생교육원 갤러리 현에서 열린다. |
썩어가는 나무 위에 세워진 십자가를 통해서는 새 생명의 희망과 부활의 소망을 느낄 수 있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는 성경 말씀이 연상되기도 한다.
전시는 모두 4부로 구성돼 있다.
1부는 ‘기억하라-가장 귀한 나무’로 성당의 폐성물함 등에서 수거한 부서지거나 부식된 십자가와 묵주 등으로 만든 십자가다. 성주간 시기,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생각하게 하는 ‘낮 12시, 어둠이 온 땅에’, ‘너는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다’, ‘이 잔 거두어 주소서’ 등을 볼 수 있다.
2부 ‘나무에서 묶인 죄악, 나무로써 푸시었네’는 ‘내가 너에게 잘못한 것이 무엇이냐’, ‘왼 손목이 부러진 예수’ 등의 작품이 관람객을 맞는다.
3부 ‘집 짓는 이들이 내버린 돌’은 앞서 언급한 산과 계곡에서 가져온 돌과 나무를 십자가와 함께 결합한 작품이 주를 이룬다.
마지막 4부 ‘하늘나라로 가신 분들의 십자가’는 장례 이후 가족들이 본당에 가져온 십자가를 토대로 만든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본당으로 돌아온 십자가’에서는 예수님 사랑과 십자가를 묵상했을 어느 이름없는 신자의 마음이 읽혀진다.
한편 광주가톨릭평생교육원 원장인 최윤복 야고보 신부는 “바르톨로메오 형제님의 손길로 되살아난 십자가와 세계 각국의 다양한 십자가를 바라보는 모든 분들이 인류 구원을 위해 높이 매달리신 주님의 사랑을 느낄 수 있기를 빈다”고 밝혔다.
/글·사진=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