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체육 훈련 현장을 찾아서] 광주지적장애인농구팀 “올 시즌 우리가 일낸다”
지난해 전국체전 첫 준우승 여세 몰아
팀 특유의 조직력으로 올해 정상 도전
하루 3시간씩 실전 같은 강한 훈련 소화
고참과 막내 31년 차이 불구 호흡 ‘척척’
2024년 03월 19일(화) 13:30
광주광역시지적장애인농구팀이 올해 전국체전 우승을 목표로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51세의 최고참부터 20세의 막내까지 마치 가족과 같은 팀워크를 이루고 있는 광주시 지적장애인농구대표팀이 팀 창단 이후 최초로 전국 정상을 향해 코트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지난해 장애인전국체육대회(이하 전국장애인체전)에서 역대 최고의 성적을 기록한 준우승의 여세를 몰아 올해 한 계단 더 올라서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총 13명으로 구성된 농구대표팀은 토·일요일을 제외한 주 5일, 하루 2~3시간씩 광주광역시장애인체육센터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특히 체육관 전체를 단독으로 사용할 수 있는 화요일과 금요일(오후 7시부터 9시까지)에는 자체 홍백전 등으로 팀훈련이 진행된다. 대표팀 훈련은 광주시장애인체육회의 전문체육지도자인 박여호수아(33) 코치가 맡고 있다.

광주장애인체육센터에선 5대5로 나뉘어 실전처럼 진행된 자체 경기. 박 코치는 수시로 휘슬을 불어 경기를 중단시킨 가운데 개선 사항을 지적하고 선수들 개개인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을 반복하며 지도한다. 빠르게 진행되는 공수 전환에 가끔 공격자와 수비자의 몸싸움도 펼쳐지는 등 훈련에 집중한 선수들의 온몸은 어느 새 땀범벅이다.

광주광역시지적장애인농구팀은 자체 경기를 통해 실전 감각을 익히고 있다
지적장애인농구는 경기장 규격이나 골대 높이 그리고 경기 방식 등이 비장애인 농구와 크게 다르지 않다. 10분씩 4쿼터 경기 방식대로 대표팀 훈련도 이에 맞춰 진행된다.

농구대표팀 선수 중 키 크고 체격이 좋은데다, 코치보다 훨씬 연륜이 있어 보이는 선수가 눈에 띈다. 바로 주장 김원종(51). 신장 182cm로 농구를 시작한 지 7년째인 김원종은 포워드와 센터를 번갈아 맡으면서 공·수를 책임지고 있는 주축이다. 조카 또는 자식 뻘 되는 팀 동료들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체력적 한계를 느끼면서도 경기에선 밀릴 수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반면에 비록 신장은 작지만 움직임이 매우 빠르고 어려 보이는 선수가 있다. 김원종보다 31살 어린 고교생 김주영(20)으로 팀의 막내다. 가드를 맡고 있는 김주영은 공격과 수비가 적극적이고, 미들 슛도 좋아 앞으로 좋을 기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유망주이다.

국가대표 출신으로 포워드인 남건우(33)는 평소 동호회 등에서 꾸준히 연습하며 기량을 키우고 있으며, 센터인 김민찬(32)은 골밑싸움 및 리바운드가 좋아 골밑을 든든하게 지켜주고 있다. 또 포워드 민웅(32)은 3점 슛, 드라이브인, 리바운드, 수비력 모든 면에서 월등한 기량을 보이고 있다. 가드를 맡고 있는 설재민(24)도 레이업 슛, 3점 슛 등 다양한 능력을 고루 갖추고 있어 팀 전력의 핵심이다. 또 주축을 이루고 있는 김현민(31)은 지구력과 마무리 능력이 좋아 가드와 포워드를 맡고 있다. 아울러 수비 능력이 뛰어난 문준식(32), 이해력과 여러 재능을 갖춘 가드 문수영(24), 공격에 적극적인 포워드 정선우(25) 그리고 아직 경력은 짧으나 매우 적극적인 가드 송형준·경준(27) ‘쌍둥이 형제’, 포워드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는 정재혁(30)이 팀전력에 가세하고 있다.

광주광역시지적장애인농구팀은 매주 두 차례씩 실전훈련을 시행하고 있다
광주 대표팀의 강점은 속공이 잘되고 골 밑이 든든하다는 점이다. 여기에다 탄탄한 팀워크까지 받쳐줌으로써 올해는 전국장애인체전 금메달까지 넘 보겠다는 기세이다.

박 코치는 “우리 팀이 평균 연령 20대 후반인데다 체격조건이 타 팀에 비해 조금 약하지만, 특유의 조직력과 속공을 더욱 강화하면 우승도 어렵지 않다”고 진단한다.

또한 박 코치는 평소 선수들의 컨디션 체크는 물론 개인별 고민도 들어주면서 최상의 전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주력하고 있다.

지난 2019년 프로농구팀 코치 출신 감독과 지적장애인농구선수들의 얘기를 코믹하게 다룬 스페인 영화 ‘챔피언스(감독 하비에르 페서)’가 떠오르는 광주농구대표팀. 대부분 직장인으로 일하면서 운동하는 대표팀이 정상에 올라 광주 농구의 새 기록을 세우길 기대해 본다.



/서승원 기자 swseo@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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