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선 시인 시조집 ‘가시는 푸름을 기워’ 펴내
광주일보 신춘문예 출신…시·소설 등 장르 초월 다채로운 작품활동
유성호 평론가 “완결성 있는 시조미학 구축해가는 시인”
2024년 02월 26일(월) 11:05
강대선 시인은 시와 시조, 소설이라는 장르를 넘나들며 활발하게 창작활동을 펼치는 문인이다. 그의 이력을 보면 성실하고 부지런한 작가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젠 체 하는’ 문인이 아니라 더더욱 시인이라는 ‘명패’만을 단 채 창작활동과는 무관한 삶을 사는 시인이 아니다.

지난 2019년 광주일보 신춘문예에 시,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조로 등단한 시인은 그동안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왔다. ‘작가는 작품으로 말한다’는 고전적인 명제를 묵묵히 증명해오고 있는 셈이다.

나주 출신 강 시인이 최근 시조집 ‘가시는 푸름을 기워’(상상인)을 펴내 눈길을 끈다.

‘봉숭아’, ‘노을역’, ‘아몬드꽃 피는 나무’, ‘시지프스’, ‘코스모스’, ‘함박눈’, ‘사각지대’, ‘남평’ 등 모두 50여 편의 작품들은 서정과 고아의 울림을 선사한다.

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국문과 교수)에 따르면 “자연 경험의 시간에서 비롯된 사유와 감각을 심미적 언어에 담음으로써 완결성 있는 시조 미학을 구축해가는 시인”이다.

작품들이 발하는 압축과 깊이, 배면에 흐르는 율격은 흐트러짐 없이 정갈하다. 시와 시조, 소설이라는 장르를 오가며 다양한 작품을 창작하면서도 시인은 장르에 합당한 절묘한 균형추를 찾아 안정감을 유지한다.

강대선 시인
강 시인은 “생각하니 옛 나는 드들강에서 버들치와 살았다”며 “그 시간이 나를 지었다”고 작품집을 펴내게 된 배경에 대해 말했다.

“바랭이 강아지풀 숨죽이는 저물녘에/ 장독대 틈 사이로 구렁이 지나간다/ 고요는 툇마루에서 먼지로 층을 쌓는다/ 우체통은 주인 없는 고지를 받아놓고/ 별들은 감나무 가지에 오종종 앉아 있다/ 처마는 구부러지고 기와 물결 끊어진다/ 바람이 들락거리는 양주댁 방안으로/ 손주들 웃는 모습 흙벽에 즐비한데/ 흩어진 근황을 묻는 달빛만 수심 깊다”

위 시 ‘마당 깊은 집’은 강 시인의 심미적 특질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빈집이 주는 적막함, 주위의 소담한 풍경은 오늘의 시골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화자는 들뜨지도 침잠하지도 않은 일정한 어조로 대상을 있는 그대로를 묘사한다. ‘마당 깊은 집’을 향한 화자의 눈은 깊은 우물처럼 무엇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그 흔들리지 않는 초점이 오히려 역설적인 슬픔과 아련함을 느끼게 한다.

강 시인은 “방학 동안 그리고 하루하루 틈틈이 글을 쓰고 있다”며 “특정한 장르에 묶이지 않고 문학이라는 여정을 향해 뚜벅뚜벅 앞으로 걸어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강 시인은 시집 ‘구름의 공터에 별들이 산다’, ‘가슴에서 핏빛꽃이’ 등을, 장편소설 ‘우주일화’, ‘퍼즐’ 등을 펴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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