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것의 물질 - 수지 시히 지음, 노승영 옮김
2024년 02월 02일(금) 08:00
원자의 핵을 이루는 양성자와 쿼크 등은 물질의 근본이 되는 소립자다. 이들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음에도 사람들이 그 존재를 믿는 것은, 물리학을 통한 귀납적·과학적 증명을 거쳤기 때문이다.

소립자 연구에 중심이 된 것은 실험물리학자들이다. 이들은 1900년대 초반에 경쟁적으로 방사선, 우주선, 인공 방사능 연구 등을 연구했는데, 이전까지 물리학 연구가 이론물리학에 편중됐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었다. 실험물리학자들은 3세대 입자의 수수께끼마저 풀어 나가면서 인류에게 인식의 지평을 넓혀 줬다.

실험물리학의 진전을 다룬 책이 나왔다. 물리학자이자 과학 커뮤니케이터인 수지 시히의 ‘세상 모든 것의 물질’은 저자가 옥스퍼드대, 멜버른대에서 입자 가속기를 개발하며 쌓인 노하우를 풀어낸다.

책은 입자 가속기가 점차 ‘선형 가속기’, ‘테바트론(빔의 속도를 테라 규모까지 올리는)’, ‘대형 강입자 충돌기’로 발전해 온 변천사에 주목한다. 2억5000만 달러 예산이 들었던 입자가속기 사업을 승인받았던 비화, 20년간 방치된 중성미자 실험 당시 방사선을 막으려 파라핀납으로 직접 벽돌을 만들었던 이야기 등 과학자들의 노력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25년간의 공사 끝에 만든 대형 강입자충돌기(CERN)의 개발과 이로 인한 2012년 힉스 보손의 발견의 중요성도 시사한다. 그러면서 현대사회의 과학이 개인이나 단체를 넘어 초국가적 합동 연구를 통해서 진전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저자는 19세기 말 X선의 발견이라는 경이로운 이야기부터, 과학이 나아 온 극단까지를 살펴본다. 비교적 생소한 물리학 개념들인 음극선관과 광전 효과, 금박 실험, 싱크로트론 등도 쉽게 풀어낸다. <까치·2만2000원>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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