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광주일보 신춘문예-시 당선소감] 엄지인 “시 쓰기란 글을 설득해 생기를 찾아가는 기쁨”
2024년 01월 03일(수) 00:00
무정형의 시를 오래 쥐고 있었습니다. 시는 슬라임 같아 모양 만들기가 쉽지 않습니다. 사이로 흘러내리고 추슬러도 빠져나갑니다. 손가락에 걸리는 몇을 들고 시라고 우긴 적도 있었습니다. 너무 단단하거나 너무 물렁하면 가차 없이 버려야 했습니다.

어느 해에는 삶이 너무 충만해서, 어느 해에는 삶이 너무 버거워서 뒤로 밀쳐 두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바람 잔잔해지면 이내 다시 꺼내어 전전긍긍했습니다.

본심에서 매번 탈락했기에 간절히 소식을 기다리던 중 기자님의 당선 전화를 받았습니다. 기쁨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기만 했습니다.

시는 한 번도 친절한 적 없었습니다. 대부분 창백한 단어와 문장인 채 꼼짝하지 않았습니다. 개성을 믿어주고 응원하는 문우가 없었다면 글을 설득하여 조금씩 생기를 찾아가는 기쁨을 발견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부족한 글에 기회를 열어주신 광주일보와 손택수 시인님께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 꿈은 꾸는 것인 줄만 알았는데 이루는 것이라고 알려주셨네요. 박순원 교수님, 김성철 교수님 감사합니다. 두 분을 만나 시 문을 열게 된 것은 무엇보다 큰 행운이었습니다.

시 창작에 재미를 한 스푼 더해 주신 치치시시 문우님들 감사합니다. 고 이유정 선생님 몸소 보여주신 따뜻한 열정 잊지 않겠습니다. 생오지 문예창작촌과 봄날의 시 회원님에게도 감사와 응원을 전합니다. 광용, 지산, 채원, 부르면 먹먹해지는 이름 뒤에 무슨 말을 더할까요? 사랑한다는 말 밖에.

마지막으로 아버지, 시인의 꿈을 제가 대신 이루었네요. 투박하더라도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시를 쓰겠습니다.

▲전남대 교육학과 졸업 ▲생오지 문예창작대학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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