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 예술·건축·판타지 어우러진 ‘꿈의 도시’
세계의 문화 도시 를 가다 <1>
매년 전 세계 5000만 명 방문, 美 서부 최대 관광지
삭막한 도심에 활력 불어넣은 ‘그랜드 애비뉴 프로젝트’
디즈니홀·더 브로드 ‘ 글로벌 랜드마크’로
거리의 낙서도 ‘예술’…도시 전체가 ‘작품’
2024년 01월 01일(월) 16:40
1.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월트 디즈니콘서트홀은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과 유사한 콘셉트로 스테인레스 스틸 소재와 유선형 외관이 조화를 이룬 건축물이다 <사진=위키디피아>
“눈앞에서 문이 ‘쾅’ 닫히는 경험을 한 젊은 예술인 여러분, 이 영화를 통해 포기하고 싶은 순간 다시 일어날 힘을 얻으세요.”

지난 2017년 제74회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영화 ‘라라랜드’(La La Land, 20016년 작)로 뮤지컬 부문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엠마 스톤의 수상 소감이다. 그녀는 영화의 ‘오디션 신’ 처럼 비장한 목소리로 젊은 예술인들을 향해 희망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했다. 당시 국내에서 377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라라랜드’는 많은 이에게 LA를 꿈과 열정의 도시로 각인시켰다.

캘리포니아의 제1도시인 LA는 예술의 도시이자 매년 전 세계에서 5천만 여 명이 찾는 글로벌 관광 도시이다. LA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비벌리힐스, 할리우드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비롯해 산타모니카 해변 등 엔터테인먼트의 도시 다운 명소와 자연 경관 등 즐길 거리가 많기 때문이다.

여기에 LA 다운타운 재개발 프로젝트인 ‘그랜드 애비뉴 프로젝트(Grand Avenue Project)’를 통해 탄생한 명소들이 속속 들어서면서 미 서부지역의 문화허브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 2000년대 초 태동된 이 프로젝트는 당초 2022년 완공을 목표로 30억 달러의 자금을 투입해 그랜드 애비뉴를 거점으로 매머드 문화시설과 주거용 건물 및 호텔, 대형 상가, 공원 등을 지어 삭막한 도심에 활력을 불어 넣는 장밋빛 청사진이다. 이를 위해 LA시는 캐나다 출신의 세계적인 거장 프랭크 게리(Frank Gehry)를 그랜드 애비뉴 프로젝트의 총괄 디렉터로 임명해 주요 랜드마크의 디자인을 맡기는 등 공을 들였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로 자금조달에 차질을 빚어 완공시기가 늦춰지고 있지만 메인 시설인 미술관과 공연장이 베일을 벗으면서 세계의 문화도시로 외연을 넓혀가고 있는 중이다. 그 중심에는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이하 디즈니콘서트홀)과 ‘더 브로드’ 미술관이 있다.

#월트 디즈니콘서트홀

지난 2003년 다운타운에 등장한 디즈니콘서트홀은 ‘LA=할리우드’라는 고정틀에 갇혀 있던 도시를 문화예술의 메카로 바꿔놓은 일등공신이다. 그도 그럴것이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LA 도심은 밤이 되면 많은 건물의 불빛이 꺼지고 직장인들이 썰물처럼 근교로 빠져나가는 삭막한 도시였기 때문이다. 이에 ‘구원투수’로 투입된 프랭크 게리는 제2의 빌바오 구겐하임과 유사한 콘셉트로 LA를 상징하는 전문공연장을 설계했다. 1987년 월트 디즈니의 미망인 릴리안 디즈니가 남편의 뜻에 따라 기부한 5000만달러가 모태가 됐다.

당초 완공까지 5년을 예상했으나 경기 침체, LA 폭동, 지진 등 악재가 계속되면서 공사가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를 안타깝게 여긴 LA의 부호들이 거액을 기부하면서 공사가 재개됐고, 2003년 10월 마침내 문을 열었다. 설계에서부터 개관까지 무려 16년의 시간이 소요된 것이다. 개장하자마자 단숨에 LA의 아이콘으로 떠올랐고, 전 세계 수많은 연주자와 오케스트라들이 서고 싶은 무대가 됐다. 특히 주변의 수직적인 구조의 콘크리트 건물과 달리 스테인레스 스틸로 디자인된 유선형의 외관은 제2의 스페인빌바오 구겐하임으로 불리며 수많은 관광객들을 불러 보이는 아이콘이 됐다.

3. 지난 2015년 현대미술의 메카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더 브로드’는 디즈니콘서트홀에 이어 LA 다운타운을 되살린 ‘그랜드 애비뉴 프로젝트’의 산물이다
#더 브로드

디즈니콘서트홀과 이웃해 있는 더 브로드는 그랜드 애비뉴의 두번째 산물로 지난 2015년 세계적인 현대미술관을 내걸고 문을 열었다. 100여 개의 미술관이 자리하고 있는 LA에서 근래 가장 핫한 곳으로 떠오르고 있는 데 그 이유는 압도적인 스케일의 건물과 화려한 컬렉션 때문이다. 얼핏 벌집을 엎어 놓은 듯한 독특한 외관의 미술관에는 총 3370평에 전시공간이 1700평에 이른다.

더 브로드가 그랜드 애비뉴에 들어서게 된 데에는 지난 2015년 부동산 개발로 슈퍼리치가 된 자선사업가 엘리 & 에디드 브로드(Eli &Edythe Broad) 부부의 기부 덕분이다. 엘리 브로드는 영화와 오락의 도시로 잘 알려진 LA를 글로벌 문화도시로 업그레이드 하기 위해 세계적 수준의 현대미술관을 건립하기로 하고 50년간 수집한 2000여 점의 컬렉션을 내놓았다. 앤디 워홀, 신디 셔먼, 에드 루샤, 로이 리히텐슈타인, 키스 헤링, 장 미셸 바스키아 등 현대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연중 즐길 수 있어 매년 전 세계에서 90만 여 명이 다녀간다.

#할리우드 거리

LA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할리우드 사인’(Hollywood Sign)이다. 지난 1923년 LA가 한눈에 들어오는 산 언덕에 세워진 할리우드 사인은 영화의 도시 LA를 상징하는 심볼이자 수많은 영화와 TV프로그램이 탄생할 수 있게 한 배경이 됐다. 평소 영화를 즐겨 보는 이라면 할리우드 거리(Hollywood Boulevard)는 반드시 둘러봐야 할 코스다. 매년 오스카상 시상식이 열리는 코닥 극장은 명품 상점이 입점해 있어 평소에는 복합 쇼핑공간으로 사용된다.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은 멀리 보이는 할리우드 사인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는다. 코닥 극장 앞을 지나면 ‘스파이더맨’ 등 영화 캐릭터 복장을 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여행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랜드마크인 해리포터 호그와트성 전경.
#유니버설 스튜디오

수많은 관광객로부터 부동의 1순위로 꼽히는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판타지의 세계를 체험할 수 있는 흥미로운 공간이다. 영화 ‘쥬라기공원’의 공룡과 킹콩이 눈앞에서 한판 승부를 벌이고 ‘해리포터’의 빗자루를 타는 듯한 스릴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총 면적이 181만㎡에 달하고 연간 방문객도 840만 명(2022년 기준)이나 된다. 영화를 주제로 한 4개의 테마파크와 타임스퀘어, 프런티어랜드, 판타지랜드, 어드벤처랜등 7개 구역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지난 2016년 4월 개장한 ‘해리포터 테마’(Wizarding world of Harry Potter)’는 관광객들이 놀이기구를 탑승하기 위해 1~2시간 이상 기다려야 할 만큼 인기가 많다.

2. LA 외곽에 자리한 헌팅턴 미술관& 도서관에서는 영국, 중국, 일본 등 여러 나라의 아름다운 정원을 만날 수 있다.
#헌팅턴 미술관 & 도서관

LA의 올드타운인 패서디나에 자리한 헌팅터 미술관은 자연과 예술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매력적인 곳이다. 헌팅턴 라이브러리로 잘 알려진 헌팅턴 미술관은 1910년에 지어진 본관에서는 블레이크, 레이놀즈, 터너 등 영국 대표 작가들의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 또한 LA 카운티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은 관광객들을 사로잡는다. 207에이커의 정원 중 120에이커를 직접 둘러볼 수 있으며 잉글리시 정원, 일본 정원 등 다양한 나라의 정원들을 만끽할 수 있다.

이밖에 영화 ‘라라랜드’의 배경인 그리피스 천문대(Griffith Observatory)도 빼놓을 수 없다. 두 주인공이 영화를 보다가 하늘로 날아가 별들 사이에서 춤을 추는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한 곳이다. 할리우드산 위에 자리해 시가지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는 최고의 전망 포인트다.

아울러 LA의 거리 곳곳에는 개성 넘치는 그래피티(graffiti)등이 많아 도심 여행자들을 끌어 들인다. 이제 ‘라라랜드’의 LA는 전 세계 관광객들에게 꿈과 낭만을 선사하는 ‘원더랜드’로 변신하고 있다.

/LA=글·사진 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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