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살린 ART 투어리즘 선진현장을 가다 <8> LA 폴게티 미술관
‘구두쇠’ 대부호의 선물…방대한 수집품 세상에 내놓다
1997년 12월 개관
전 세계서 매년 180만명 찾아
그리스미술부터 현대미술까지
90만 여점 컬렉션과 기획전
설립자 유지 따라 무료 개방
북·동·남·서·전관, 타원형 동선
작품 연대 다른 작품들 전시
트램서 바라본 도시풍경도 작품
1997년 12월 개관
전 세계서 매년 180만명 찾아
그리스미술부터 현대미술까지
90만 여점 컬렉션과 기획전
설립자 유지 따라 무료 개방
북·동·남·서·전관, 타원형 동선
작품 연대 다른 작품들 전시
트램서 바라본 도시풍경도 작품
![]() 뉴욕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리처드 마이어(Richard Meier)가 설계한 게티 미술관은 3만 평의 대지 위에 6개의 건물이 어우러진 뮤지엄 복합단지다. 마치 울창한 숲속에 안긴 듯한 순백의 외관이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을 연상시킨다. <사진제공=게티 미술관> |
3천952만 명, 6조 2000억 원, 3만5000개.
미국 관광시장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아트 투어리즘의 핵심 키워드다. 지난 한해 미국이 3만5000개 미술관(미술관, 박물관, 기념관 등)에서 벌어 들인 GDP(국내총생산)는 약 6조 200억 원이다.
미국미술관협회(American Alliance of Museums)가 발표한 ‘미술관 산업 현황’(2022년 기준)에 따르면 미국을 찾은 외국 관광객 5천200만 명 가운데 3천952만 명(76%)이 미술관을 비롯한 문화시설을 방문했다. 특히 ‘문화와 예술의 본산’으로 불리는 캘리포니아는 전 세계에서 2800만 명이 찾는다. 이들이 지출한 소비는 1천544억 원으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에 비해 무려 두배나 증가했다
그중에서도 ‘천사의 도시’로 잘 알려진 LA는 캘리포니아에서도 가장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다. 가족단위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유니버설 스튜디오 할리우드를 필두로 그리피스 천문대, 베니스 비치,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 베버리 힐스 등 글로벌 관광지는 매년 4천620만 명(2022년 LA 관광청 통계)이 방문한다.
근래 부동의 글로벌 명소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할리우드를 위협하는 곳이 생겼다. 바로 ‘폴 게티 미술관’(Paul Getty Musum, 이하 게티미술관)이다. 매년 미 전역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180만 명이 찾는 게티 미술관은 캘리포니아 관광청이 메인상품으로 내놓고 있는 ‘LA 투어코스’와 ‘예술관광’에 빠지지 않을 만큼 인기가 많다. 지난 1997년 12월 개관 이후 지난해까지 누적 방문객만 2천 만 명에 이른다.
게티 미술관의 미디어 홍보 담당 데지레 제노비치(Desiree Zenowich) 부국장은 “게티는 미술사 연구와 보존, 시민들의 문화향유를 증진하는 세계에서 가장 큰 미술관이자 민간자선 재단”이라면서 “본관인 게티센터, 게티 연구소, 게티보존 연구소, 게티재단, 게티빌라 등 산하에 5개 기관을 거느리고 있다”고 말했다.
본관인 게티센터가 LA를 상징하는 관광명소가 된 데에는 무엇보다 기원전 그리스·로마 미술에서부터 21세기 현대미술을 아우르는 90만 여점의 컬렉션(회화, 드로잉, 조각, 유물 등 포함)과 수준높은 기획전을 빼놓을 수 없다. 또한 많은 미술관들이 20~25달러의 입장료를 받고 있는 것과 달리 게티 미술관은 설립자인 폴 게티(J. Paul Getty, 1893~1976)의 유지(遺志)에 따라 입장료 없이 무료로 개방하고 있는 것도 한몫한다.
여기에 La 시내를 바라보고 있는 브렌트우드 산 꼭대기에 자리한 입지조건과 뉴욕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리처드 마이어(Richard Meier)가 설계한 미술관 건물도 관광객들을 끌어 모으는 요인이다. 3만 평의 대지 위에 6개의 건물이 하나의 거대한 뮤지엄 단지로 통합되는 미래 지형적인 콘셉트이기 때문이다. 울창한 숲속에 안긴 듯한 순백의 외관은 마치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을 연상케 한다.
LA 시내에서 떨어진 산 언덕에 들어선 게티센터에 가기 위해서는 지상에 차를 주차한 뒤 트램을 타야 한다. 느린 속도로 달리는 트램에서 바라 보는 도시 풍경은 또 하나의 작품을 보는 듯 하다. 5분 여 정도 트램을 타고 올라가면 낮은 자세로 엎드려 있는 듯한 흰색 건물이 눈앞에 나타난다.
트램에서 내려 미술관 본관으로 가는 길목에는 세계적인 조각가 마틴 퓨리어와 데이비드 스미스 등의 대형 작품들이 관람객들을 반긴다. 또한 클래식한 분위기의 정원을 중심으로 북관, 동관, 남관, 서관, 전관이 타원형 동선으로 펼쳐져 있다. 이들 공간에는 작품의 연대가 다른 작품들이 별도로 전시돼 미술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주로 18세기 이전의 미술품이 전시된 북관은 고대 그리스, 로마 미술부터 중세미술 등 종교를 주제로 한 작품들이 걸려 있다. 동관과 남관에는 1600~1800년대 회화와 인물화가 전시돼 있으며 서관은 현대미술계열의 작품들이 많다. 특히 게티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미술관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인상파 화가 고흐의 ‘아이리스’(Iries, 1889년 작), 렘브란트의 ‘웃고 있는 렘브란트 자화상’(Rembrant Laughing, 1628년), 르네상스 거장 루벤스의 ‘그리스도의 매장’(The Entombment, 1612년) 등 세기의 명작 4만 4000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가장 높은 층에 자리한 회화전시관은 천장 유리창을 통해 은은하게 흘러내리는 자연빛이 인상적이다. 관람객들로 하여금 작품 본연의 색채를 좀 더 편안한 분위기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한 건물과 건물 사이에는 관람객들이 편하게 쉬어갈 수 있는 휴게 공간들이 조성돼 머물고 싶은 장소로도 인기가 높다. 특히 그리스 신전을 연상케 하는 야외 테라스에는 태평양의 코발트색과 LA시내의 전경이 펼쳐져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한다.
한편, 게티 미술관에서 여운이 남는 관광객들은 자동차로 30~40분 거리에 자리한 게티 빌라와 헌팅턴 미술관 ·도서관을 찾는다. LA 관광청이 ‘폴 게티 미술과 투어’로 묶은 이 프로그램은 게티가 살던 저택을 개조해 고대미술품과 아름다운 정원으로 꾸민 말리부의 게티 빌라, 자동차로 40분 거리에 위치한 헌팅턴 뮤지엄 & 라이브러리를 둘러 보는 코스다.
/LA=글·사진 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J. 폴 게티
미국 석유 사업가 대부호
아버지 도움 미술품 수집
세계적 ‘게티 센터’개관
게티 미술관은 ‘오일 머니’로 부를 일군 J. 폴 게티(1892∼1976)의 유산이다.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유전과 미술품을 사들인 그는 미국인 최초로 10억 달러의 막대한 부를 축적한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칼에 찔려도 ‘피 한 방울 나지 않을’ 구두쇠로 악명이 높았다. 수천 평의 대저택에서 살면서도 전화요금을 줄이기 위해 거실 한 쪽에 공중전화 부스를 설치해놓고 자신의 손님들에게 동전을 교환해줄 정도였다.
지난 2018년 개봉된 영화 ‘올 더 머니’(All of the money in the world·리들리 스콧 감독)에는 돈에 집착해 혈육도 외면하는 그의 비정함이 생생하게 드러나 있다.
그럼에도, 오늘날 미국에서 게티는 추악한 기업인으로만 기억되지 않는다. 바로 세계적인 미술관 복합단지, ‘게티 센터’(The Getty Center) 때문이다.
평생 상상을 초월하는 수전노로 유명했지만 수 십 년간 모은 방대한 수집품과 자선재단을 통해 미국인들의 문화적 허기를 채워주고 있어서다.
미국 관광시장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아트 투어리즘의 핵심 키워드다. 지난 한해 미국이 3만5000개 미술관(미술관, 박물관, 기념관 등)에서 벌어 들인 GDP(국내총생산)는 약 6조 200억 원이다.
미국미술관협회(American Alliance of Museums)가 발표한 ‘미술관 산업 현황’(2022년 기준)에 따르면 미국을 찾은 외국 관광객 5천200만 명 가운데 3천952만 명(76%)이 미술관을 비롯한 문화시설을 방문했다. 특히 ‘문화와 예술의 본산’으로 불리는 캘리포니아는 전 세계에서 2800만 명이 찾는다. 이들이 지출한 소비는 1천544억 원으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에 비해 무려 두배나 증가했다
![]() 게티미술관은 고대 그리스·로마 미술에서부터 현대미술에 이르기까지 90만 여점의 컬렉션(회화 작품 4만4000점 포함)을 소장하고 있다. |
게티 미술관의 미디어 홍보 담당 데지레 제노비치(Desiree Zenowich) 부국장은 “게티는 미술사 연구와 보존, 시민들의 문화향유를 증진하는 세계에서 가장 큰 미술관이자 민간자선 재단”이라면서 “본관인 게티센터, 게티 연구소, 게티보존 연구소, 게티재단, 게티빌라 등 산하에 5개 기관을 거느리고 있다”고 말했다.
![]() LA 시내를 바라볼 수 있는 게티미술관 테라스. |
여기에 La 시내를 바라보고 있는 브렌트우드 산 꼭대기에 자리한 입지조건과 뉴욕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리처드 마이어(Richard Meier)가 설계한 미술관 건물도 관광객들을 끌어 모으는 요인이다. 3만 평의 대지 위에 6개의 건물이 하나의 거대한 뮤지엄 단지로 통합되는 미래 지형적인 콘셉트이기 때문이다. 울창한 숲속에 안긴 듯한 순백의 외관은 마치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을 연상케 한다.
![]() 관람객들이 게티미술관을 둘러보기위해 트램에서 내리고 있다. |
트램에서 내려 미술관 본관으로 가는 길목에는 세계적인 조각가 마틴 퓨리어와 데이비드 스미스 등의 대형 작품들이 관람객들을 반긴다. 또한 클래식한 분위기의 정원을 중심으로 북관, 동관, 남관, 서관, 전관이 타원형 동선으로 펼쳐져 있다. 이들 공간에는 작품의 연대가 다른 작품들이 별도로 전시돼 미술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 폴 게티가 거주했던 저택을 개조한 ‘게티 빌라’ 전경. |
가장 높은 층에 자리한 회화전시관은 천장 유리창을 통해 은은하게 흘러내리는 자연빛이 인상적이다. 관람객들로 하여금 작품 본연의 색채를 좀 더 편안한 분위기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한 건물과 건물 사이에는 관람객들이 편하게 쉬어갈 수 있는 휴게 공간들이 조성돼 머물고 싶은 장소로도 인기가 높다. 특히 그리스 신전을 연상케 하는 야외 테라스에는 태평양의 코발트색과 LA시내의 전경이 펼쳐져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한다.
한편, 게티 미술관에서 여운이 남는 관광객들은 자동차로 30~40분 거리에 자리한 게티 빌라와 헌팅턴 미술관 ·도서관을 찾는다. LA 관광청이 ‘폴 게티 미술과 투어’로 묶은 이 프로그램은 게티가 살던 저택을 개조해 고대미술품과 아름다운 정원으로 꾸민 말리부의 게티 빌라, 자동차로 40분 거리에 위치한 헌팅턴 뮤지엄 & 라이브러리를 둘러 보는 코스다.
/LA=글·사진 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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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석유 사업가 대부호
아버지 도움 미술품 수집
세계적 ‘게티 센터’개관
게티 미술관은 ‘오일 머니’로 부를 일군 J. 폴 게티(1892∼1976)의 유산이다.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유전과 미술품을 사들인 그는 미국인 최초로 10억 달러의 막대한 부를 축적한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칼에 찔려도 ‘피 한 방울 나지 않을’ 구두쇠로 악명이 높았다. 수천 평의 대저택에서 살면서도 전화요금을 줄이기 위해 거실 한 쪽에 공중전화 부스를 설치해놓고 자신의 손님들에게 동전을 교환해줄 정도였다.
지난 2018년 개봉된 영화 ‘올 더 머니’(All of the money in the world·리들리 스콧 감독)에는 돈에 집착해 혈육도 외면하는 그의 비정함이 생생하게 드러나 있다.
그럼에도, 오늘날 미국에서 게티는 추악한 기업인으로만 기억되지 않는다. 바로 세계적인 미술관 복합단지, ‘게티 센터’(The Getty Center) 때문이다.
평생 상상을 초월하는 수전노로 유명했지만 수 십 년간 모은 방대한 수집품과 자선재단을 통해 미국인들의 문화적 허기를 채워주고 있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