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회 지리산문학상 수상시집 ‘파리가 돌아왔다’ 발간
박미라 시인, 50여 편 수록
2023년 11월 06일(월) 12:00
박미라 시인의 제18회 지리산문학상 수상시집 ‘파리가 돌아왔다’(달쏘)가 발간됐다.

작품집에는 ‘풍찬노숙’, ‘아플 때’, ‘파리가 돌아왔다’ 등 오랫동안 갈고 다듬은 50여 편의 시들이 수록돼 있다. 무엇보다 자신만의 언어로 형상화한 작품들은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감성을 선사한다.

오민석 문학평론가에 따르면 “그녀는 거대 서사로 목청을 높이지도, 이념의 뜨거운 날로 세계를 겨누지도 않지만, 존재와 세계의 몸통에 줄줄이 뚫린 구멍들을 드러낸다”며 “자만으로 가득찬 세계가 감추고 있는 무수한 흠집들이야말로 존재의 본래성을 구축하는 것들”이라고 평한다.

“오지 않은 편지에 답장을 쓴다/ 앵두꽃이 피는 중이라고 쓴 행간에서 그믐밤 냄새가 난다// 백년쯤 후에나 본가입납(本家入納)으로 도착할 답장에서/ 문득, 강물이 흐른다// 앵두나무 밑으로 자리를 옮겨/ 오지 않은 편지를 환하게 읽는다/ 마음에 적은 편지가 무슨 소용이겠느냐고 웃기도 했었지만// (중략)// 꽃에도, 나무에도 보여줄 수 없는 한 줄 때문에 나는 이 어둠이 달다”

위 시 ‘해찰’에서는 답장이 오지 않는 편지를 쓰는 화자의 담담한 심사가 드러나 있다. “백 년쯤 후에나” 도착할 지도 모르는 편지를 쓰는 것은 눈앞의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화자는 “한 줄 때문에” 어둠이 달게 느껴질 정도로 글을 쓴다. 그것은 글이든, 자신이 추구하는 세계든, 인간에 대한 애정이든 다른 가치의 대상을 포괄한다.

그렇듯 작품들의 기저에는 어둠을 뚫고 나가는 빛의 가능성이 내재돼 있다. 결핍과 절망의 시대 그런 시들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은 적잖은 위안으로 다가온다.

박 시인은 “간절한 것들이 사라지기 시작한 지 오래되었다. 민망하고 송구하여 목숨 쪽으로 얼굴 들기 어렵다. 다시, 간절을 발굴하고 언 땅에 묵은 씨앗을 파종하겠다. 나중에 나중에 발아의 기록을 더듬어 네게 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박 시인은 대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시집 ‘비 긋는 저녁에도 도착할 수 있을까’, ‘서 있는 바람을 만나고 싶다’ 등을 펴냈으며 충남시인협회상 본상 등을 수상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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