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와 수용, 협력의 사회 - 김원명 광주원음방송 교무
2023년 11월 03일(금) 00:00
원불교 교전 대종경 전망품에 보면 “금강이 현세계하니 조선이 갱조선이라(金剛現世界 朝鮮更朝鮮)”하신 말씀이 있다. 금강산이 세계에 드러나니 우리나라가 다시금 아침 해와 같은 희망의 나라가 된다는 뜻이다. 또 말씀하시기를 “우리에게 큰 보물 하나가 있으니 그것은 곧 금강산이라. 이 나라는 반드시 금강산으로 인하여 세계에 드러날 것이다”라고 하셨다.

원불교의 창시자인 소태산 대종사께서 이 법문을 한 때는 1930년 1월이다. 당시 일제의 탄압과 민족말살정책이 날로 심해져가는 암울했던 시대에 우리 민족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는 말씀이었다. 소태산 대종사는 해방을 2년 앞두고 53세에 열반을 하시게 된다. 원불교 교단의 법통을 이어받은 정산종사는 해방이 되자 1945년 10월 새나라 건설의 요강이 될 건국론을 발표한다. 건국론에는 국가의 통치체제며 경제·산업·복지·국방·교육·문화·외교에 이르기까지, 국가 운영 전반에 관한 원칙과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 건국론은 지금에 있어서도 매우 유효한 내용일 뿐 아니라 앞으로 우리 민족이 통일국가를 이루는 데에도 큰 지침이 된다고 생각한다.

지난 2000년 정산종사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열린 학술회의에서 올해 6월에 열반한 한국 근현대사 분야의 석학인 고(故) 강만길 교수는 건국론의 내용을 살펴보며 해방 후 두 달여 만에 이러한 내용을 기술할 수 있었던 것은 필시 그 제자들 중에 그 분야에 전문인이 있어 보필을 받았거나 평소 정치에 대한 연구가 깊지 않고는 내놓기 어려운 일일 터인데 수도를 주장하는 종교인이 내놓은 저서라는 점에서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하였다. 정산종사는 당시 친소니 친미니 하고 공산주의니 민주주의니 하며 다투는 것을 보고 자기 위주나 세력 배경을 삼기 위해 특정 국가에 편향하는 것을 어리석고 비루한 생각이라며 경계하였다. 정산종사가 염려한대로 외부 세력을 배경으로 분단 국가가 탄생하고 동족상잔의 참극을 겪으며 오랜 세월을 형제의 가슴에 총부리를 맞대고 민족 역량을 소진시켜오고 있다.

종교인들은 늘 사랑과 평화를 주장한다. 자기 가족에 대한 사랑을 넘어 인류를 사랑하고 세계의 평화를 실현하자고 한다. 하지만 형제들의 굶주림을 외면하고 형제의 가슴에 칼을 겨누면서 어떻게 사랑을 말하고 평화를 실현할 수 있을까? 분단의 극복은 우리나라가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자주 독립 국가를 이루는 온전한 건국의 길이고 형제와 동포를 아끼고 사랑하는 인간의 도리를 실천하는 길이다. 원불교에서는 스승님들의 가르침을 받들어 민족 화해와 통일을 위해 노력해 왔다. 좌산상사는 통일대도를 밝혀 민족통일로 나아가는 정신과 원칙을 밝혀줬다. 그간 민간단체와 정부 당국의 노력과 냉전체제의 변화 등을 겪으면서 통일 환경에도 변화가 왔고 통일의 지평에 커다란 변화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북핵 문제와 정권 교체 등 여러 가지 변수들에 의해서 통일의 발걸음이 주춤거리고 있다. 일제 치하의 암울했던 시기에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이 나라를 정신의 지도국이 되고 도덕의 부모국이 된다고 전망하시고 금강산 법문을 통해 우리의 밝은 미래를 예언해 주셨다. 통일은 오게 될 것이며 오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통일은 날 새듯 된다”는 정산종사의 말이 떠오른다. 해방이 갑자기 이루어지듯이 통일도 그렇게 이루어진다는 말이다. 그러나 일부 사람들은 북한이 변하지 않는데 그렇게 우리가 먼저 베풀고 우리의 노력들이 무슨 효과가 있겠느냐 그런 비판성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이 있다. 이러한 비판에 좌산상사는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크게는 우주로부터 작게는 미세한 세계까지 움직이고 변화하기 마련이다. 남북관계에 있어서도 반드시 변하게 되고 또 우리는 반드시 변화시켜야 하고 이 민족 분단의 현실을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나는 서로 상이한 체제가 만나서 하나가 되려면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모순을 극복하는 제3의 길이 창조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쪽이 한쪽을 흡수하는 그런 통일의 방식은 서로에게 수용이 되지 않으며 합의를 도출할 수도 없고 화해를 이룰 수도 없다. 서로에게 만족할 수 있는 길, 이 길이 새로운 정치체제의 방향이 될 것이다. 남과 북이 과거의 역사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열린 마음을 갖는 길, 원한을 극복하고 원망을 씻어내는 진정한 화해의 길, 서로의 약점을 들춰내지 않고 채워주며 서로의 장점을 배우고 존중해줄지 아는 그런 만남 속에서 이루어지는 화해와 수용, 협력의 사회를 만들어 간다면 사회주의적 가치와 시장주의적인 가치가 서로 보완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간다면 분명 세계의 빛이 되고 희망이 될 것이다.
이 기사는 광주일보 홈페이지(www.kwangju.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www.kwangju.co.kr/article.php?aid=1698937200759964129
프린트 시간 : 2025년 05월 10일 02: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