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자신을 알라” 생기부·MBTI 등 MZ의 셀프 분석 트렌드
몸소영 <5>
2023년 10월 04일(수) 09:00
정부24에서 발급 받아 출력한 초등학교 생활기록부.
MZ 세대에게 MBTI는 대화 필수 주제로 자리 잡았다. 더불어 MBTI와 관련한 다양한 심리 테스트도 유행 중이다. 이러한 흐름 속 이제는 자신의 초중고 생활기록부를 살펴보고 SNS에 인증하는 게 MZ 트렌드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7월부터 9월 19일까지 정부24와 무인 민원창구 등을 통해 발급된 생활기록부는 148만3877건이다. 지난달 5일에는 정부24 홈페이지에 접속자가 몰려 일시적으로 서버가 마비되기도 했다.

생활기록부를 발급받는 방법은 간단했다. 정부24 홈페이지에 접속해 로그인하고 간단한 인증 절차만 거치면 된다. 단 2003년 1월 이후 고등학교 졸업자부터 발급 가능하다.

지난 2일 추석 연휴를 맞아 본가에 가 놀면서 초중고 모두 반경 100m 근방을 지났다. 물론 직접 가보지는 않았지만 이날 밤 괜히 추억에 젖어 집에서 생활기록부를 찬찬히 살펴봤다.

잊고 있었던, 지금과는 사뭇 다른 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먼저 첫 장부터 학창 시절 당시 증명사진이 있어 놀랐다. 또 초등학교 시절 ‘댄스스포츠부’에서 활약했고 심지어는 학교 무대까지 올랐다는 사실에 충격 받았다. 초등학교 때 ‘올백’을 맞았던 기억이 있었지만 초등학교 생활기록부에는 성적이 표기되어 있지 않아 아쉬움도 남았다.

고등학교 생활기록부는 대입 수시 전형을 준비했던 탓인지 전체 분량부터 차이가 있었다. 11장, 10장에 그쳤던 초중과는 다르게 고등학교 생활기록부는 25장이었다. MZ 세대가 SNS에 주로 인증하는 부분인 ‘행동 특성 및 종합 의견’에도 신문방송학과 진학을 위해 노력했던 ‘영상’, ‘방송’과 같은 키워드가 가득했다. 방송부, 학생회, 실장 등 열정 가득했던 과거를 마주하며 아련해질 수 있었다.

함께 생활기록부를 발급받은 김소현씨는 SNS 인증을 통해 “과거 다른 꿈을 꿨던 나”라며 달라진 진로에 대한 감회를 전했다.

서로 다른 두 사이트에서 진행한 MBTI 검사 결과.
‘셀프 테스트’의 기둥으로 자리 잡은 MBTI 검사도 다시 해봤다. 서로 다른 두 사이트에서, 또 이전과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생활기록부로 살펴본 과거의 나와 현재 MBTI가 말하는 나는 다른 사람처럼 느껴져 흥미로웠다.

이처럼 생활기록부, MBTI에 더해 퍼스널 컬러, 퍼스널 스타일 진단 등 셀프 분석 트렌드는 MZ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이는 자신의 성향을 분석하고 그것을 SNS에 인증해 타인과 공유하는 MZ 세대의 특성과 맞아 떨어지기 때문으로 보인다.

아직 셀프 분석 트렌드를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스스로를 탐구하고 전에는 인식하지 못했던 자신의 모습을 발굴하는 것도 색다른 재미로 다가올 수 있다. 이번 기회에 셀프 분석을 통해 새로운 시선으로 자신을 살펴보고 새로운 가치를 발견해보는 것은 어떨까.

/문소영 기자 mso@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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