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 배경 청소년의 교육권 보장 확대해야- 박고형준 학벌없는사회를위한시민모임 상임활동가
2023년 09월 19일(화) 00:15
2020년 경, 광주의 한 시민단체는 외국 국적 유아를 학비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는 것은 차별이라 판단하고 국내 유치원에 다니는 모든 유아들에게 학비를 지원하라고 광주시교육청에 촉구한 바 있다.

이에 광주시교육청은 “대한민국 국적이 없으므로 지침에 따라 학비를 미 지원한다.” “외국 국적 유아의 학비 지원 여부는 외교정책 및 국가 상호주의 등을 고려하여 국가 차원에서 결정할 문제로 판단된다.”며 지원 거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그런데 뜻밖의 상황이 벌어진다. 2021년 전북교육청이 유아의 존엄성과 행복추구권을 보장하여 차별 없는 유아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평등한 보육권을 누릴 수 있도록 외국 국적 유아에 대한 학비를 전액 지원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정작 광주시교육청은 거부하고 전북교육청이 이끄는 모습에 다행이면서도 씁쓸한 상황이었는데, 아래 이주배경 청소년 사례도 비슷한 양상이 벌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출입국관리사무소 관계자 말에 따르면 D-4-3(고등학교 이하 외국인 유학생) 비자를 소지한 이주배경 청소년의 경우 중학교 졸업 시 체류 연장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초등학교 5학년 때 한국에 와서 지금은 광주 모 중학교 3학년생인 ㄱ학생의 경우 이번 학기를 끝으로 제도권 교육에서 쫓겨날 처지에 놓여 있다.

단, 학비가 연간 500만 원 이상이며 교육감 설립 인가를 받은 학력 인정 기관(각종 학교 중 외국인학교, 대안학교)에 입학한 경우에는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다. 그러니까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고등학교 입학, 한국 체류 가능 여부가 결정되고 있는 것이다.

이주배경 청소년이 어떤 비자로 공부하는가는 본인의 의지나 노력 바깥의 일인데, D-4-3 비자 소지자라는 이유로 인간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교육권이 박탈되는 것이다. 그런데 교육 당국은 이러한 상황조차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참고로 광주학생인권조례에 따르면 교육감과 학교는 다문화 등 가정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사유로 권리 실현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을 배려하는 정책을 수립하고, 다문화 가정 학생 등 소수자 학생이 그 특성에 따라 요청되는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청소년복지 지원법에도 이주배경 청소년의 사회 적응 및 학습 능력 향상을 위하여 상담 및 교육 등 필요한 시책을 마련하고 시행해야 한다는 점을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로 담고 있다.

이러한 법적인 흐름과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법무부는 국내에서 출생했거나 영·유아기에 입국해 6년 이상 체류한 아동, 7년 이상 국내에 체류하며 공교육을 이수한 미등록 이주 아동에 대한 교육권을 보장하는 정책을 마련하였다.

이처럼 이주배경 청소년들에게 체류 자격을 부여하는 것은 단순히 국내에 머무를 수 있도록 국가가 허락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이곳을 유일한 터전으로 생각하며 살아온 청소년들에게 실존의 토대를 제공하는 일이며, 어떤 이유로도 훼손될 수 없는 인간의 기본적 권리를 확인하는 일이다.

이에 지금이라도 광주시교육청은 D-4-3 비자 소지자의 교육권 박탈 사례에 대해 점검하고, 이와 관련한 합리적인 구제 대책을 법무 당국과 논의하여 마련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이주배경 청소년에 대한 종합적인 교육지원 대책을 수립하고, 인권침해나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다문화 교육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이런 실천을 통해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다(혁신적 포용교육)’는 광주시교육청의 교육 비전을 달성하고 다양성, 책임, 미래, 공정, 상생 가치가 보다 활성화되길 기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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