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에티켓 - 송기동 예향부장
2023년 09월 05일(화) 00:00
얼마 전 광주 시립 도서관에서 빌려온 세 권짜리 역사소설을 펼쳤다가 경악했다. 누군가가 세 권 모두 거의 전 페이지에 연필과 볼펜, 형광펜을 사용해 밑줄을 그어놓았기 때문이었다. 마음에 새길만한 경구가 아닌데도 여기저기에 마구잡이로, 아무렇게나 밑줄을 쳤다. 다 같이 보는 책, 모두의 책인데도 불구하고 거의 난도질이나 다름없었다.

요즘 광주 시립 무등도서관 2층 종합자료실에서는 이색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오는 27일까지 열리는 훼손도서 전시다. 낙서와 오염 등 훼손되거나 파손된 15권 가량의 책들을 종류별로 선보이고 있다. ‘한번 젖은 책은 돌아오지 않아요’와 ‘옷을 벗겨가거나, 옷만 남겨놓거나…’, ‘필기는 노트에, 일기는 일기장에’, ‘페이지는 살살~넘겨주세요’와 같은 문구에서 알 수 있듯 도서관 이용자들의 부주의에 의해 심각하게 훼손된 책들을 보여준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처참한 모습이다. 도서관 측은 ‘당신이 찾는 책이 없는 이유’라는 제목 아래 ‘훼손된 책은 꼭 이용후 메모하여 알려주세요’ 등 다섯 가지 책 이용 에티켓을 강조한다.

9월은 독서의 달이다. 광주 관내 22개 공공 도서관에서 작가 강연회와 동화 인형극, 북크닉(책 나들이), 독후화그리기 대회 등 다채로운 책 관련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또한 하반기에 각 도서관마다 ‘통기타 여행’(무등도서관), ‘세상에서 하나뿐인 그림책’(사직도서관) 등 독서문화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이제 공공 도서관은 단순히 책만 빌려보는 곳이 아니라 사회공동체의 복합 문화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미국 공공 도서관 사서출신인 도서관 여행자 박기숙씨는 지난해 겨울 펴낸 ‘도서관은 살아있다’(마티)에서 미국 캘리포니아 주 맨해튼비치 공공 도서관 계단에 적혀있는 문구를 이렇게 소개한다. 도서관을 짓는 사람들이 기억해야 할 동사이다.

“읽고, 쓰고, 배우고, 만나고, 듣고, 발견하고, 탐험하고, 운동하고, 놀고, 관찰하고, 노래하고, 춤추고, 그리고 창작하고, 만들고, 경험하고, 묻고, 토론하고, 검색하고, 찾고, 쉬다.”

/so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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