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숨쉬는 이육사 시인의 글과 정신
순국79주년 기념 특별전
31일까지 전일빌딩 245
2023년 08월 27일(일) 21:15
전일빌딩 245에서는 오는 31일까지 이육사 시인의 글과 정신을 엿볼 수 있는 특별전 ‘이육사 내면풍경’이 열린다.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계절”로 시작되는 시 ‘청포도’로 유명한 이육사 시인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을 펼쳤던 대표 저항시인이다.

이육사(1905~1944·사진)라는 이름은 투옥됐을 때의 수인번호가 264였던 것을 필명으로 쓴 것이다. 본명은 이원록이며, 고향은 경상북도 안동이다. 신석초 등과 동인지 ‘자오선’을 발간하고 ‘청포도’, ‘파초’ 등 상징적인 작품을 발표했다. 조선일보 기자로 활동하기도 했으며 항일과 문학으로 대변되는 역동적인 삶을 살았다.

일제시대 저항시인을 꼽으라면 ‘절명시’의 매천 황현, 만해 ‘님의 침묵’의 한용운,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윤동주, ‘광야’의 이육사 등을 꼽을 수 있다. 그 가운데 이육사는 형제들과 함께 독립운동단체 ‘의열단’에 가입해 항일독립운동을 펼쳤던 대표 시인이다.

이육사 시인의 육필 원고 등 다양한 자료를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육사문학관은 순국79주년 기념 ‘이육사 육필 특별전시’를 전일빌딩 245에서 오는 31일까지 연다. 이번 특별전은 광주(전일빌딩 245) 외에도 부산 가톨릭센터(10월 13일까지)에서 진행된다. 자료는 안동 이육사문학관을 비롯해 경북독립운동기념관 등의 협조를 받았다.

흔히 글씨를 보면 그 사람의 성품이나 다양한 면들이 보인다고 한다. 글은 어느 정도 ‘위장’을 할 수 있지만 글씨를 통해서는 인품이나 성격적인 면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전일빌딩 245 전시실에 들어서면 마치 이육사 시인의 ‘내면’을 마주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시뿐만 아니라 시조, 한시, 서화, 사진 등 다채로운 자료가 전시돼 있다.

이육사는 시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전시실에서 보게 되는 그는 다양한 갈래의 글을 왕성하게 발표했던 문필가이자 논객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무엇보다 그는 글씨와 그림을 남긴 서화가이기도 하다.

전시 관계자는 “이육사는 다정다감한 내면의 인간이자 자신의 신념과 윤리를 관철하기 위해 자기희생을 무릅쓴 의지와 용기의 사람”이라며 “이 전시를 통해 우리는 신화가 되어버린 과거의 이육사가 아니라 우리 앞에 살아 숨 쉬는 일상의 이육사를 구체적으로 되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후 발견된 작품 가운데 눈에 띄는 작품은 ‘편복’과 ‘바다의 마음’이다. 박쥐를 뜻하는 ‘편복’은 당시 우리 민족이 처한 상황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사후 발견된 이후 1956년 발간된 ‘육사시집’에 처음 수록됐다. 2018년 국가등록문화재 제 713호로 지정됐다.

‘바다의 마음’도 사후 발견된 원고다. 1974년 ‘나라사랑’(외솔회) 16집 이육사 특집호에 수록됐으며 2018년 국가등록문화재 제738호로 지정됐다. 시에는 당대의 우리 민족이 처한 국권 상실의 아픔 등이 깃들어 있다.

“물새 발톱은 바다를 할퀴고/ 바다는 바람에 입김을 분다/ 여기 바다의 恩寵(은총)이 잠자고잇다./ 힌돝(白帆)·백범은 바다를 칼질하고/ 바다는 하늘을 간질여 본다./ 여기 바다의 雅量(아량)이 간직여잇다./ 날근 그물은 바다를 얽고/ 바다는 大陸(대륙)을 푸른 보로싼다./ 여기 바다의 陰謀(음모)가 서리워잇다.”

또한 전시장에는 이육사 시인이 신석초 시인에게 보낸 글과 엽서도 전시돼 있다. 친구 집에 머물러 신석초에게 안부를 전한 엽서에는 시조 등이 실려 있다.

먹을 사용해 그린 ‘의의가패’는 난초 그림으로, 활달하면서도 선이 굵은 난의 줄기는 시인의 지조와 굳은 의지를 엿보는 듯하다.

시인의 장서 ‘예지와 인생’ 속표지에는 인장과 사인이 남아 있다. 시인의 인장과 사인이 남아 있는 것은 이 자료가 유일하며, 이육사의 또 다른 필명 ‘이활’(李活)을 흘려 쓴 것이다. 그냥 보면 알 수 없지만 사진을 ‘반전’해 보면 시인의 또 다른 이름 이활임을 알 수 있다.

한편 손병희 이육사문학관장은 “적은 양이기는 하지만 이육사의 편지글은 그의 일상적이고 사적인 경험과 진솔한 감정을 보여 준다”며 “그것은 공식적인 기록에서는 만날 수 없는 내밀한 세계이며 학습과 풍문에 따라 구성된 기억을 보완하거나 재구성하게 한다”고 밝혔다.

/글·사진=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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