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로 풀어낸 ‘심상의 세계’
해남 출신 신남영 시인 두번째 시집 ‘명왕성 소녀’ 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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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머리를 넘지 못하는 나의 거문고는 아직도 진양조에 머물러 있다. 내가 닿지 못하는 짧은 산조의 끝에도 예인들의 독공의 시간이 담겨 있다. 천공(天空)의 소리를 엿보고 엿듣는 일은 그 극점의 무진강산으로 함께 들어가는 시간, 그것은 언어로 진세(塵世)를 건너가고자 하는 한 수행자(修行者)의 비망기(備忘記)인 것이다.”
시인의 말에서 그가 상정하고 있는 시의 지점이 예사롭지 않음을 짐작한다. 시인이 생각하는 시의 경지는 어디쯤일까.
해남 출신 신남영 시인이 두 번째 시집 ‘명왕성 소녀’(황금알)를 펴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23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이기도 한 작품집은 독특한 심상을 형상화한 시들로 채워져 있다.
호병탁 문학평론가의 표현대로 “그의 시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처는 바로 이런 심상과 비유들의 집합”이라 할 수 있다.
“늘 시차를 안고 살아야 하는/ 넌 어느 별에서 왔을까// 끊어질 듯 이어지는 너의 메시지는/ 새벽을 건너온 지친 목소리로/ 무겁게 쓰러지고 만다// 아마 처음으로 내게 건너온/ 너의 메시지는 박하향 나는/ 캔디맛 같은 것// 잠시 스쳐 간 손길이라도/ 한때는 굳게 다짐했던 약속도/ 이제는 네가 멀어져 갈수록/ 허공에 사라지는 별빛이 되겠지…”
위 시 ‘명왕성 소녀’는 화자의 상상을 시어로 구체화한 정갈한 작품이다. 지구에서 가장 먼 소행성인 명왕성을 사랑으로 빗대 아프게 그리고 있다. 화자는 멀고 먼 행성으로 떠나려 는 이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토로한다.
그러나 언젠가는 다시 말날 수도 있다는 일말의 희망의 끈도 놓지 않는다. “시간과 공간이 휘어버린 그런 행성 하나쯤 있다면” 혹여 다시 재회할 수 있다고 본다.
이밖에 ‘북 치는 소년’, ‘마른 발목이 보인다’, ‘늦가을 저 갈가마귀는’, ‘하늘의 소리를 엿듣다’ 등의 작품은 간결하면서도 문기가 가득하다. 시인의 심상에 드리워진 순하면서도 애틋한 감성이 오랜 여운을 준다.
호병탁 문학평론가는 “작품들은 전체적으로 밝고 환한 정서와는 거리가 먼 슬프고 어두운 분위기다”며 “그러나 직선으로 뻗은 대로도 좋지만 산 따라 물 따라 돌아가는 길이 때로는 더 아름다운 것도 사실이 아닌가”라고 평한다.
한편 신 시인은 2013년 ‘문학들’로 등단했으며 시집 ‘물 위의 현’이 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해남 출신 신남영 시인이 두 번째 시집 ‘명왕성 소녀’(황금알)를 펴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23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이기도 한 작품집은 독특한 심상을 형상화한 시들로 채워져 있다.
호병탁 문학평론가의 표현대로 “그의 시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처는 바로 이런 심상과 비유들의 집합”이라 할 수 있다.
“늘 시차를 안고 살아야 하는/ 넌 어느 별에서 왔을까// 끊어질 듯 이어지는 너의 메시지는/ 새벽을 건너온 지친 목소리로/ 무겁게 쓰러지고 만다// 아마 처음으로 내게 건너온/ 너의 메시지는 박하향 나는/ 캔디맛 같은 것// 잠시 스쳐 간 손길이라도/ 한때는 굳게 다짐했던 약속도/ 이제는 네가 멀어져 갈수록/ 허공에 사라지는 별빛이 되겠지…”
그러나 언젠가는 다시 말날 수도 있다는 일말의 희망의 끈도 놓지 않는다. “시간과 공간이 휘어버린 그런 행성 하나쯤 있다면” 혹여 다시 재회할 수 있다고 본다.
이밖에 ‘북 치는 소년’, ‘마른 발목이 보인다’, ‘늦가을 저 갈가마귀는’, ‘하늘의 소리를 엿듣다’ 등의 작품은 간결하면서도 문기가 가득하다. 시인의 심상에 드리워진 순하면서도 애틋한 감성이 오랜 여운을 준다.
호병탁 문학평론가는 “작품들은 전체적으로 밝고 환한 정서와는 거리가 먼 슬프고 어두운 분위기다”며 “그러나 직선으로 뻗은 대로도 좋지만 산 따라 물 따라 돌아가는 길이 때로는 더 아름다운 것도 사실이 아닌가”라고 평한다.
한편 신 시인은 2013년 ‘문학들’로 등단했으며 시집 ‘물 위의 현’이 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