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림의 차이나 4.0] 당국 체제가 강화되는 중국-조선대 중국어문화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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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당국 체제’(黨國, party-state system)로 운용되는 국가이다. 1921년 창당된 중국공산당이 지난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이라는 국가를 수립한 역사를 기반으로 당이 국가보다 우위성을 점유하고 있는 체제를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당정 일체형 국가라고도 하는 당국 체제는 당과 국가의 이중 지배, 즉 국가나 정부의 제도나 조직을 매개하는 형태로 당의 의사를 국가나 정부에 반영시키는 정치 체제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의 당국 체제는 신해혁명(1911)을 통해 아시아에서 최초의 입헌공화국인 중화민국을 건립했던 국민당이 통치하던 시기에 배태된 역사적 경험의 소산이다. 당국 체제는 1917년 레닌이 볼셰비키 혁명 후 소련 공산당을 통해 착근시켰는데, 손문은 이 모델을 차용하여 국민당을 개조했다. 손문은 중화혁명당(이후 국민당)을 설립하고, 정당의 성격에 수직 관리, 신분 강조, 개인 복종 등을 강화했다. 총체적 성격을 갖는 혁명당으로서 당치(黨治)를 강화하고 당이 국가 건설의 경험 속에서 집권당으로 변화하는 당국 체제의 성격을 규정했다. 국민 정부 수립, 민주 집권제 실행, 당이 정부를 대신하는(以黨代政) 정치 체제, 건국대강에 기초한 군정(軍政), 훈정(訓政), 헌정(憲政) 시기 등 세 단계 국가 건설 등이 이에 해당한다.
손문이 주도한 국민당의 당국 체제 경험은 사회주의 중국으로 이어졌다. 중화인민공화국의 당국 체제는 중화민국의 국민당 훈정 체제와 동형성을 보여준다. 역사적 환경과 여건은 다르지만 당에 의한 국가와 정부의 창출이라는 점에서 공유하는 정치적 경향성을 지녔다. 초기에 공산당은 혁명과정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여 인민 대중의 지지와 동의에 의한 통치 정당성을 획득했다. 국가 건설 과정에서 당과 당원, 당과 인민의 거리를 좁히는 노력을 기울였고, 당조직이 최고 지도자의 개인 권위를 강화하는데 복무했던 역사적 유산과는 단절하는 노력도 기울였다.
그러나 당의 성격이 변하면서 당국 체제의 유산은 당과 지도자의 권위 강화로만 남아있게 되었다. 절대적 권위를 구축했던 마오 주석의 사망 이후, 중국은 개혁 개방을 통해 유연한 신권위주의 체제를 구축하고 중국식 사회주의의의 보다 높은 단계의 민주주의 체제를 향한 전환을 추구하였다고 평가된다. 시장 경제의 발전→사회적 이익의 다변화→계약의 규칙과 법치 문화 형성→시민사회와 사회단체의 충분한 발전→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민주화 과정을 통한 발전을 상정한 것이었다. 초기의 정통성은 그 효력이 약화되었고, 인민들은 인민 주권, 전체 인민이 행복한 삶을 사는 새로운 사회에 대한 공산당의 약속이 실현되기를 욕망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공산당은 경제적 발전을 통해 자신의 정당성을 제고하고, 정치적으로 인민 주권을 진정으로 실현하여 정통성을 획득해야 했다. 이 점에서 당국 체제의 정당성과 정통성은 권력보다는 전략과 정책의 유효성에서 재생산되고 유지되어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경제력과 군사력을 중심으로 한 국력 증강을 통해 중국몽과 일대일로를 강조하는 현 시진핑 주석의 일인 체제는 당국 체제의 강화와 신권위주의의 강조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국가주의의 역할을 강화하는 추세로 나아가고 이 과정에서 사회와 개인의 창발성, 다양성, 자발성 등은 제한을 받을 위험이 크다. 당국 체제에서 당은 최고의 정치적 권위로써 국가와 사회, 도덕과 법률의 관계를 처리함으로써, ‘이당치국’(以黨治國)을 형성했다. 정치, 경제, 사회의 모든 것이 당에 의해 통일적으로 관리되고, 모든 사소한 것까지 독점하며 당정이 일원화된 통치가 실행되었다.
대의 민주제는 주기적 선거에 의해 그 지배의 정통성이 담보된다. 그러나 중국의 경우, 세습과 같은 형태로 지도자가 정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일정 부분 엘리트주의적이고 당 중심적으로 지도자가 선출된다. 일종의 중국만의 합리적인 지도자 선출 제도라고 할 수 있고, 이는 중국 피지배층이 중국의 지도자 선출에 어느 정도 수준의 타당성·정당성을 인정할 만한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산당이 대중 정당으로 변화하지 않는 한, 계급은 신분화되어가고, 국가 권력은 관료화되어가고, 당의 권력은 오히려 강화되어 갈 것이다.
이러한 당국 체제는 다양화되고 다원화되는 사회와 개인의 요구, 사회적 약자의 울부짖음, 소수 민족들의 생활과 종교 신앙 등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권력 지배를 위한 이익 배분과 이를 위한 통치 기술 개발에만 치중한다면 그 정치 체제는 곧바로 새로운 정치적 압력에 직면한다는 것은 이미 역사가 입증했다. 자기 혁신이 없는 권력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정통성을 상실하고 통치 능력을 마멸시킨다. 중국은 4.0 시대를 맞이하여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그러나 당의 성격이 변하면서 당국 체제의 유산은 당과 지도자의 권위 강화로만 남아있게 되었다. 절대적 권위를 구축했던 마오 주석의 사망 이후, 중국은 개혁 개방을 통해 유연한 신권위주의 체제를 구축하고 중국식 사회주의의의 보다 높은 단계의 민주주의 체제를 향한 전환을 추구하였다고 평가된다. 시장 경제의 발전→사회적 이익의 다변화→계약의 규칙과 법치 문화 형성→시민사회와 사회단체의 충분한 발전→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민주화 과정을 통한 발전을 상정한 것이었다. 초기의 정통성은 그 효력이 약화되었고, 인민들은 인민 주권, 전체 인민이 행복한 삶을 사는 새로운 사회에 대한 공산당의 약속이 실현되기를 욕망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공산당은 경제적 발전을 통해 자신의 정당성을 제고하고, 정치적으로 인민 주권을 진정으로 실현하여 정통성을 획득해야 했다. 이 점에서 당국 체제의 정당성과 정통성은 권력보다는 전략과 정책의 유효성에서 재생산되고 유지되어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경제력과 군사력을 중심으로 한 국력 증강을 통해 중국몽과 일대일로를 강조하는 현 시진핑 주석의 일인 체제는 당국 체제의 강화와 신권위주의의 강조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국가주의의 역할을 강화하는 추세로 나아가고 이 과정에서 사회와 개인의 창발성, 다양성, 자발성 등은 제한을 받을 위험이 크다. 당국 체제에서 당은 최고의 정치적 권위로써 국가와 사회, 도덕과 법률의 관계를 처리함으로써, ‘이당치국’(以黨治國)을 형성했다. 정치, 경제, 사회의 모든 것이 당에 의해 통일적으로 관리되고, 모든 사소한 것까지 독점하며 당정이 일원화된 통치가 실행되었다.
대의 민주제는 주기적 선거에 의해 그 지배의 정통성이 담보된다. 그러나 중국의 경우, 세습과 같은 형태로 지도자가 정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일정 부분 엘리트주의적이고 당 중심적으로 지도자가 선출된다. 일종의 중국만의 합리적인 지도자 선출 제도라고 할 수 있고, 이는 중국 피지배층이 중국의 지도자 선출에 어느 정도 수준의 타당성·정당성을 인정할 만한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산당이 대중 정당으로 변화하지 않는 한, 계급은 신분화되어가고, 국가 권력은 관료화되어가고, 당의 권력은 오히려 강화되어 갈 것이다.
이러한 당국 체제는 다양화되고 다원화되는 사회와 개인의 요구, 사회적 약자의 울부짖음, 소수 민족들의 생활과 종교 신앙 등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권력 지배를 위한 이익 배분과 이를 위한 통치 기술 개발에만 치중한다면 그 정치 체제는 곧바로 새로운 정치적 압력에 직면한다는 것은 이미 역사가 입증했다. 자기 혁신이 없는 권력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정통성을 상실하고 통치 능력을 마멸시킨다. 중국은 4.0 시대를 맞이하여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