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서 박사 과정 이루리씨 “외국어로 논문 쓰기 도움 주는 연구하겠다”
2023 으뜸인재 <5>
유학생 ‘학술적 글쓰기’ 무료 상담…소녀상 지키기도 앞장
“고국서 외국어 교육 인식 개선·정보 격차 해소 역할 할 것”
2023년 07월 04일(화) 20:00
“힘들게 유학와 자신의 전공 분야에 대한 성과와 과정, 경험 등을 논문에 소개하고 싶은데 뜻대로 되지 않으면 얼마나 답답하고 속상할까요? 외국어로 논문 쓰는 게 말하는 것, 시나 소설 쓰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잖아요. 딱히 물어볼데도, 도움을 요청해볼 기관도 없으니까요.각 분야의 인재들인데….”

올해 전남 으뜸인재로 선정돼 독일에서 박사 과정을 준비중인 이루리(34)씨가 유학생들이 호소하는 학술적 글쓰기의 어려움을 전공 분야 박사 논문 주제로 삼은 이유다.

정확한 박사논문 주제는 ‘외국어 글쓰기 교수학습 분야를 학술적 글의 상호텍스트성을 중심으로 연구’하는 것이다. 독일에서 유학하는 한국인 유학생들이 논문을 쓸 때 언어·문화적 차이로 인해 어려워 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어떤 전략을 사용하는 지 파악하고, 교수법적으로 제언하는 연구다. 오는 2025년까지 2년 5개월 정도 예비실험, 본실험 등 연구를 진행할 계획을 세워놓았다고 한다.

“독일 대학에서는 학위 논문 말고도 매 수업 때마다 소논문 형태로 과제가 주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의 유학생들이 어려워해요. 소논문이나 학위 논문의 벽에 가로막혀 학업을 포기하는 학생들도 있어요.”

이씨는 독일 학술교류처 장학생으로 독일 예나대에서 독일어 교육 과정을 마치고 독일 카셀대학에서 석사 과정을 밟으며 대학 부설어학원 독일어 초급반 강사를 맡아 다양한 국가에서 온 학생 등을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또 독일의 한국 유학생들의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무료 온라인상담과 독일어 학습방법을 상담하면서 유학생들도 자신과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게됐다.

이러한 경험과 활동 과정에서 보다 심층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자신의 전공을 활용, 유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연구를 하기로 선택했다는 것이다. 이씨는 한국외대에서 독일어학을 전공하면서 외국인을 위한 독일어 교육을 공부했었다.

석사논문도 이같은 문제 인식에서 출발, ‘독일어 수업 내 문화적 차이에서 생길 수 있는 상황에 대한 숙련된 교사들의 대처능력 연구’를 주제로 했었다.

“(유학생들은) 자신의 글이 왜 낮은 점수를 받았는지, 어떻게 해야 더 나은 소논문, 학위 논문을 쓸 수 있는지 제대로 알려주거나 물어볼 데가 충분하지 않거든요. 박사 과정으로 ‘외국어 및 제 2 언어로서의 독일어 교육’ 학과를 선택해 유학생들이 자신의 전공 분야에서 필요한 학술적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연구를 해보고 싶었어요.”

이씨의 다양한 지역사회 봉사 활동은 한국 유학생들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전공 선택, 심층적 연구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계기가 됐다. 한국에서는 연탄 나르기 봉사, 독거노인 말동무 봉사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독일 유학 중에는 카셀 이주 난민들의 정착을 돕는 단체의 언어문화 교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으며 노숙자들과 약물 중독 문제를 겪는 사람들을 돌보는 단체에서 무료 배식 봉사 활동도 하고 있다.

독일의 한국 유학생들의 온라인 학습 상담을 꾸준히 진행하는가 하면, 카셀대에 설치됐다가 강제 철거된 평화의 소녀상을 지키기 위한 학생 모임 대표도 맡고 있다.

목포에서 태어나 문태중, 전남외고를 거쳐 한국외대 독일어과를 졸업한 뒤 독일 유학을 밟고 있는 이씨는 박사 과정을 마친 뒤에는 전남에서 외국어교육에 대한 인식 개선과 정보 격차를 줄이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제가 배우고 익힌 전공과 지식을 활용해 지역사회 인재들이 자신들의 재능으로 관심 있는 분야에서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서울과 달리 영어 외에 외국어를 배우기가 힘든 지역적 여건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 같아요.”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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