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원 화가 양림골목 비엔날레 집행위원장] ‘마을이 미술관’ 양림골목 비엔날레
2023년 06월 28일(수) 22:00
새로운 미학으로 현대미술에 지대한 영향을 준 작가로 요셉 보이스(1921~1986)가 있다. 그는 예술이 오랫동안 예술을 연구하고 기량을 연마한 작가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인간에게는 누구나 무한한 예술적 창조자로서 내재된 의식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의 이러한 생각은 ‘모든 사람은 예술가’라는 명언에 집약되어 나타난다. 요셉 보이스는 자신의 미적인 철학을 이론적 사고에 그치지 않고 현실적인 삶에서 실현했고, 이후 새로운 형태의 현대미술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올해 두 번째 열린 ‘양림골목 비엔날레’는 ‘마을이 미술관’이라는 생각을 마을의 실제적 삶 속에서 실현하려고 노력한 행사였다. 더불어 평범한 사람들 누구나 예술을 겪고 느끼며 사랑할 수 있도록 격려한 축제였다.

2021년 처음 마을에서 작은 미술 축제를 열어보자고 의견을 나누기 시작한 것은 코로나로 사람과 사람 사이에 생긴 벽을 미술을 통해 허물어 보자는 생각이 그 출발이었다.

다행히 양림동은 오랜 시간 동안 시인 김현승·이수복, 소설가 문순태·황석영, 화가 배동신·황영성, 음악가 정율성·정추, TV드라마 작가 조소혜 등 많은 예술가들이 활동했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선배들이 떠나간 후에도 현재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들이 마을에 거처를 정해 왕성하게 작업하고 있고 마을의 정신을 이해하고 겪어본 주민, 그리고 그 일을 계획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뛰어난 기획자들이 양림마을에 살고 있으니 우연이든 필연이든 미술 축제를 실현할 수 있는 필요 요건이 충족된 셈이었다.

제1회 골목 비엔날레는 마을에 있는 빈 점포와 가게에 작가들 작품을 비치, 미술관이라는 공간을 떠난 작품들이 자연스럽게 생활 속에서 사람들과 만날 수 있게 했다. 어찌 보면 본격적인 미술 축제라기보다는 가볍게 문을 두드리는 행위였다.

그리고 2년 뒤인 2023년 제2회 양림골목 비엔날레는 광주 비엔날레와 맞물려 열리게 되었다. 마을의 예술가, 주민, 기획자는 어떻게 하면 ‘마을이 미술관’이라는 슬로건에 맞는 미술 축제가 열릴 수 있을지를 고민했고, 관의 재정적 지원 없이 스스로 재원을 마련해서 미술 축제를 열기로 했다.

우선 사전 크라우드 펀딩으로 모인 재원을 바탕으로 준비된 기획 전시는 이강하 미술관의 이선 학예실장을 전시 감독으로 선임하고 마을에 산재되어있는 빈집과 빈 점포를 찾아내 주인과 면담을 통해 기획 전시 공간을 마련했다. 이 공간들은 공모를 통해 선정된 15명의 작가에 의해 새로운 생명을 얻었고, 전시작들은 관람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또한 양림동 곳곳에 자리한 작가들의 작업실과 갤러리를 둘러볼 수 있는 오픈 스튜디오 전시와 함께 광주 비엔날레 본 전시 및 파빌리온 네 곳이 양림동에 있는 미술관에서 열리게 되어 양림 골목 비엔날레가 국제적인 미술 축제로 발돋움 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되었다.

길을 걷다 만나는 예술적 사유 양림 골목 비엔날레는 4월 14일부터 6월 25일까지 73일간 ‘기후 위기 시대 생명의 힘’이라는 주제로 열렸고 많은 이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광주 비엔날레를 찾은 국제 방문객들은 단순히 비엔날레관에 전시된 작품만 보러 오는 것은 아닐 것이다. 작품과 함께 광주라는 도시의 역사와 문화의 향기를 느껴 보고 싶을 것이다. 양림동은 그러한 예술적 추억을 환기시켜주는 마을이다. 그런 연유에서인지 광주 비엔날레 전시 기간 동안 수많은 국내외 미술 관계자와 관람객들이 양림동을 찾았다.

지난 24일에는 집행위원, 작가, 주민, 관객들이 모여 그동안 펼쳐진 일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국제적인 미술 축제 마을로 도약할 수 있는 다양한 전시의 필요성과 함께 더 많은 주민들이 참여하고 사랑하는 미술 축제로 만들어 보자는 이야기들이 오고갔다. 깜짝 손님으로 2024년 광주 비엔날레 니콜라 부리오 예술 감독도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골목길 비엔날레가 관의 경제적 지원을 받지 않으면서 마을에서 자생적으로 일어난 세계적인 미술 축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수십 년 후에도 계속 개최되는 지속력이 중요하다.

2024년에도 광주 비엔날레와 함께 양림골목 비엔날레가 열릴 것이다. 마을이 미술관이고 모든 사람이 예술가라는 생각이 양림골목 비엔날레에서 실현되기를 염원해 본다. 내년 행사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예술적 사유와 즐거움을 누려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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