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예향] 남도 오디세이 美路 정원·생태도시 순천
정원의 품 활짝 연 생태도시…초록으로 가득한 순천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서 비움의 철학 공유 ‘키즈 가든’ ‘노을 정원’
꽃들과 눈맞춤 ‘비타민 저전골’ 도시재생으로 새로 태어난 정원마을
젊은 감각 음식점·카페·공방 ‘옥리단길’, 낙조 아름다운 ‘와온해변’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서 비움의 철학 공유 ‘키즈 가든’ ‘노을 정원’
꽃들과 눈맞춤 ‘비타민 저전골’ 도시재생으로 새로 태어난 정원마을
젊은 감각 음식점·카페·공방 ‘옥리단길’, 낙조 아름다운 ‘와온해변’
![]() 순천 부성 남문터 |
‘2023 순천만 국제 정원박람회’가 오는 10월 31일까지 ‘정원의 도시’ 순천에서 열린다.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탄생한 정원마을 ‘비타(Vita)민(民) 저전골’ 또한 새로운 정원의 모습을 보여준다. 핫 플레이스로 변모한 ‘옥리단길’과 매산동 근대문화유산, 노을이 아름다운 ‘와온해변’ 등 초여름 순천의 매력을 찾아 나선다.
◇정원박람회장, 초록세상 ‘비움’의 철학
순천에서 온통 초록세상을 만났다. ‘지구동문’을 통해 ‘2023 순천만 국제 정원박람회’가 열리고 있는 순천만 국가정원에 들어서자 초록 풍경이 눈앞에 파노라마로 펼쳐졌다. 녹음(綠陰)이 짙어가는 나무들과 녹색 융단을 깐 듯한 잔디밭이 시야에 가득 찬다. 마치 대초원에 온 듯 툭 틔여있는 초록 잔디밭 풍광에 ‘우와!’라는 탄성이 절로 흘러나온다.
가족단위 탐방객들은 ‘키즈 가든’(Kids Garden) 나무그늘에 놓인 S자 모양 안락의자에 누워 휴식을 취하거나, 잔디밭에 편안하게 앉아 담소를 나눈다. 아이들 역시 신이 나 잔디밭을 뛰어다닌다. 젊은 부부는 아예 신발을 벗어 들고 맨발로 잔디밭을 사뿐사뿐 걷는다. 국가정원 6개소 등 8개소에 맨발로 걸을 수 있는 ‘어싱(Earthing) 길’이 조성돼 있다. 초록 초록한 풍경에 마음마저 초록 빛깔로 물든다.
어린이를 위한 ‘키즈 가든’은 이번 정원박람회의 새로운 콘텐츠이다. 순천시와 조직위는 아이들이 자신의 미래를 그려보고 꿈을 키워갈 수 있도록 2㏊ 면적의 사계절 잔디광장이자 잔디밭 놀이터인 ‘키즈 가든’을 조성했다. ‘키즈 가든’과 ‘노을 정원’을 가르는 산책로 좌우에는 자그마한 꽃밭이 조성돼 있다. 아네모네, 버베나, 루피너스, 라벤더, 디기탈리스… 꽃들마다 이름표를 달고 있다. 형형색색 장미를 볼 수 있는 ‘장미정원’과 미로에서 길을 찾아나가는 ‘흑두루미 미로정원’도 이채롭다. ‘노을정원’은 해질녘 서녘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노을을 잘 볼 수 있는 정원이다. 다리를 건너면 ‘아낌없이 사랑을 주는 포플러나무’를 만난다. 땅위에 비스듬하게 누운 Y자 모양 나무는 그 자체로 포토 존이다. 노을정원 서편 하트모양 언덕에서 실개천으로 시작된 물길은 순천 호수정원으로 이어진다.
‘키즈 가든’과 ‘노을 정원’은 비움의 철학을 공유한다. 정원을 꽃과 나무로 채우지 않고, 개방적인 공간으로 조성했다. 탐방객들은 드넓은 잔디밭을 걷거나 휴식하면서 ‘힐링’할 수 있다. 저녁노을을 바라보면서 인생의 나이테를 헤아릴 수 있다. ‘흑두루미 미로정원’ 전망대에 오르면 나지막한 언덕에 홀로 서있는 나무에 시선이 머문다. 수형도 멋지고, 탐방객들을 위해 아낌없이 그늘을 드리운 나무는 ‘나 홀로 나무’라는 애칭을 얻었다.
순천시와 조직위는 저류지를 시민의 쉼과 사색공간, 커뮤니티 문화가 있는 정원으로 탈바꿈시킨 ‘오천 그린광장’과 아스팔트 천변도로를 잔디길로 조성한 ‘그린 아일랜드’ 등 발상의 전환을 시도했다. ‘인간과 생명의 공존’을 염두에 둔 결과다.
◇도시재생 통해 탄생한 정원마을, ‘비타민 저전골’
‘순천만 국가정원’을 찾은 탐방객이라면 ‘정원마을 저전동’을 반드시 들려야 한다. ‘순천만 국가정원’이 관(官) 주도로 만들어졌다면 ‘정원마을 저전동’은 도시재생사업에 따라 ‘민(民)’에 의해 조성됐다. ‘저전동은 오래전 닥나무 밭(닥밭)이 있었고, 한지가 생산된 데서 유래한 지명이다. 한자로 ‘닥나무 저’(楮)와 ‘밭 전(田)’ 자로 표기한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3위를 차지한 마라토너 남승룡(1912~2001) 선수의 출생지이기도 하다. 요즘은 ‘정원을 품은 비타(Vita)민(民) 저전골’로 새롭게 불린다.
남초등학교 내에 복합문화센터인 ‘시민활력공간 비타민센터’가 자리하고 있다. 벽면에 걸린 안내도를 보면 2018~2022년 저전동 3·4통 일원을 대상으로 일반근린형(뉴딜사업) ‘비타(Vita)민(民) 저전골’ 사업이 진행됐다. 거점시설로 복합시설인 ‘저전 나눔터’를 비롯해 마을 공·폐가를 리모델링한 임대주택(청년 셰어 하우스)과 숙박시설(마을 호텔), 청년창업지원공간이 들어섰다. 특히 ‘테마포켓정원’과 ‘이웃사촌 정원’등 20여개의 크고 작은 정원이 마을 곳곳에 들어섰다. 이채롭게도 남초등학교 운동장 부지 절반에 ‘생태놀이터 정원’이 조성돼 있다. 튜브형 미끄럼틀과 나무 오두막, 야외 교실 등 어린이들이 상상하고 제안한 내용을 실현해 호평을 받았다.
차량으로 ‘마을 호텔’을 찾던 중에 우연하게 순천시 개방정원 ‘디딤돌정원’을 발견했다. 활짝 열려있는 대문 안쪽에 다양한 옹기가 겹겹이 쌓여있고, 바닥에는 다듬잇돌(디딤돌)이 깔려 있어 눈길을 끌었다. 불쑥 찾아온 방문자를 반겨준 정원지기 강동윤(72) 씨는 40여 년 동안 정원을 가꿔오고 있다고 했다. 150평 크기의 마당에는 범부채를 중심으로 주변에 히말라야시다 나무와 마삭줄, 금목서, 은목서 등이 식재돼 있었다.
“한여름에 피는 범부채가 너무 멋있어서 군락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나무와 꽃을 많이 심는 것보다 여백을 좋아합니다. 수집해 놓은 항아리는 40년을 보고 있어도 너무 좋습니다. 그렇지만 (정원과 수집품을) 혼자만 보면 의미가 없잖아요. 여러 사람이 봐야지요!”
이어 이강철(52) 비타민 저전골 마을관리 사회적협동조합 사무국장과 동행해 도보로 마을 구석구석을 살펴볼 수 있었다. 도로와 인도사이에 조성한 ‘빗물 가로정원’을 비롯해 ‘숲먹거리 정원’, ‘ 한 평 정원’, ‘골목정원’, ‘건강정원’, ‘세모 정원’, ‘저전성당 역사정원’ 등 곳곳에 자그마한 정원이 조성돼 있었다. 또한 ‘보랏빛 향기 정원’과 ‘수더분 정원’, ‘오월의 정원’ 등 주민들이 가꾼 ‘이웃사촌 정원’ 또한 마을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주민들은 서로 ‘꽃나눔’을 하고, 꽃관리 노하우도 공유한다. 개화한 들꽃마저 함부로 뽑지 않는다.
◇‘핫플’로 떠오른 ‘옥리단길’과 ‘와온 해변’
순천 ‘문화의 거리’ 일대는 과거와 현재, 역사와 문화가 융합돼 있다. 자기 색깔을 지닌 동네책방과 공방, 카페 등이 어깨를 맞대고 들어서 있다. 차도와 인도 사이에 조성된 실개천에 맑은 물이 졸졸 흐른다. 매산동 일대에는 ‘순천시 기독교 역사박물관’을 비롯해 ‘매산중학교 매산관’과 ‘안락산 병원 격리병동’(현 안력산 의료문화센터) 등 기독교 관련 근대문화유산이 산재해 있다.
서문안내소에서 옥천 방향으로 걷다보면 순천의 ‘핫 플레이스’인 ‘옥리단길’과 만나게 된다. 국수, 팥죽, 부각, 돈까스 등 젊은 감각의 음식점과 카페, 공방이 즐비하다. 창작레지던시 공간인 창작예술촌은 ‘옥리단길’의 보석과도 같은 공간이다. 창작예술촌 1호는 곽재구 시인의 창작의 집 ‘정와’(精窩)로, ‘고요한 움집’이라는 의미이다. 최근 까지 단아한 1층 ‘포엠(Poem) 갤러리 은하수’에서 미술사학자이자 수묵화가로 활동하고 있는 이태호 명지대 명예교수의 기획초대전 ‘나 찾다가 텃밭에 흙 묻은 호미만 있거든’이 열렸다.
갤러리 밖으로 나오면 검게 그을린 순천부읍성 성벽돌과 만난다. 중앙로에 인접한 ‘문화의 거리’와 ‘옥리단길’ 사이 공간은 ‘남문터 광장’으로 단아하게 꾸며져 있다. 소설가 ‘구보 씨’ 처럼 옛 순천부읍성 내를 거닐다 보면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이나 공방, 또는 뜻밖의 단아한 도시공간을 접할 수 있을 것이다.
순천만에 자리한 와온 해변은 낙조가 아름다운 곳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와온(臥溫)이라는 지명은 마을 뒷산(소코봉)이 소가 누워있는 형상이라 해 붙여졌다. 요즘에는 SNS 영향으로 청년세대들의 발길도 부쩍 늘었다. 오래전 와온 해변에서 만난 젊은 사진작가는 일몰 때 와인색깔로 물드는 갯벌을 촬영하려 한다고 했다. 그동안 와온 해변을 여러 번 찾았지만 아쉽게도 아직까지 그러한 갯벌 빛깔을 보질 못했다. 와온 해넘이와 노을은 여행자들에게 아무리 봐도 질릴 것 같지 않은 설렘과 안복(眼福)을 안겨준다. 그리고 이곳에서 여행자들은 누구나 지구별을 찾은 ‘어린 왕자’가 된다.
/글=송기동 기자 song@순천=김은종 기자 ejkim@kwangju.co.kr
/사진=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
순천에서 온통 초록세상을 만났다. ‘지구동문’을 통해 ‘2023 순천만 국제 정원박람회’가 열리고 있는 순천만 국가정원에 들어서자 초록 풍경이 눈앞에 파노라마로 펼쳐졌다. 녹음(綠陰)이 짙어가는 나무들과 녹색 융단을 깐 듯한 잔디밭이 시야에 가득 찬다. 마치 대초원에 온 듯 툭 틔여있는 초록 잔디밭 풍광에 ‘우와!’라는 탄성이 절로 흘러나온다.
가족단위 탐방객들은 ‘키즈 가든’(Kids Garden) 나무그늘에 놓인 S자 모양 안락의자에 누워 휴식을 취하거나, 잔디밭에 편안하게 앉아 담소를 나눈다. 아이들 역시 신이 나 잔디밭을 뛰어다닌다. 젊은 부부는 아예 신발을 벗어 들고 맨발로 잔디밭을 사뿐사뿐 걷는다. 국가정원 6개소 등 8개소에 맨발로 걸을 수 있는 ‘어싱(Earthing) 길’이 조성돼 있다. 초록 초록한 풍경에 마음마저 초록 빛깔로 물든다.
![]() ‘2023 순천만 제정원박람회’(~10월 31일)가 열리고 있는 순천만 국가정원 장미정원과 흑두루미 정원, 노을정원, 키즈가든(시계방향 순). |
‘키즈 가든’과 ‘노을 정원’은 비움의 철학을 공유한다. 정원을 꽃과 나무로 채우지 않고, 개방적인 공간으로 조성했다. 탐방객들은 드넓은 잔디밭을 걷거나 휴식하면서 ‘힐링’할 수 있다. 저녁노을을 바라보면서 인생의 나이테를 헤아릴 수 있다. ‘흑두루미 미로정원’ 전망대에 오르면 나지막한 언덕에 홀로 서있는 나무에 시선이 머문다. 수형도 멋지고, 탐방객들을 위해 아낌없이 그늘을 드리운 나무는 ‘나 홀로 나무’라는 애칭을 얻었다.
순천시와 조직위는 저류지를 시민의 쉼과 사색공간, 커뮤니티 문화가 있는 정원으로 탈바꿈시킨 ‘오천 그린광장’과 아스팔트 천변도로를 잔디길로 조성한 ‘그린 아일랜드’ 등 발상의 전환을 시도했다. ‘인간과 생명의 공존’을 염두에 둔 결과다.
![]() 순천 저전동 정원마을 디딤돌 정원 |
‘순천만 국가정원’을 찾은 탐방객이라면 ‘정원마을 저전동’을 반드시 들려야 한다. ‘순천만 국가정원’이 관(官) 주도로 만들어졌다면 ‘정원마을 저전동’은 도시재생사업에 따라 ‘민(民)’에 의해 조성됐다. ‘저전동은 오래전 닥나무 밭(닥밭)이 있었고, 한지가 생산된 데서 유래한 지명이다. 한자로 ‘닥나무 저’(楮)와 ‘밭 전(田)’ 자로 표기한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3위를 차지한 마라토너 남승룡(1912~2001) 선수의 출생지이기도 하다. 요즘은 ‘정원을 품은 비타(Vita)민(民) 저전골’로 새롭게 불린다.
남초등학교 내에 복합문화센터인 ‘시민활력공간 비타민센터’가 자리하고 있다. 벽면에 걸린 안내도를 보면 2018~2022년 저전동 3·4통 일원을 대상으로 일반근린형(뉴딜사업) ‘비타(Vita)민(民) 저전골’ 사업이 진행됐다. 거점시설로 복합시설인 ‘저전 나눔터’를 비롯해 마을 공·폐가를 리모델링한 임대주택(청년 셰어 하우스)과 숙박시설(마을 호텔), 청년창업지원공간이 들어섰다. 특히 ‘테마포켓정원’과 ‘이웃사촌 정원’등 20여개의 크고 작은 정원이 마을 곳곳에 들어섰다. 이채롭게도 남초등학교 운동장 부지 절반에 ‘생태놀이터 정원’이 조성돼 있다. 튜브형 미끄럼틀과 나무 오두막, 야외 교실 등 어린이들이 상상하고 제안한 내용을 실현해 호평을 받았다.
차량으로 ‘마을 호텔’을 찾던 중에 우연하게 순천시 개방정원 ‘디딤돌정원’을 발견했다. 활짝 열려있는 대문 안쪽에 다양한 옹기가 겹겹이 쌓여있고, 바닥에는 다듬잇돌(디딤돌)이 깔려 있어 눈길을 끌었다. 불쑥 찾아온 방문자를 반겨준 정원지기 강동윤(72) 씨는 40여 년 동안 정원을 가꿔오고 있다고 했다. 150평 크기의 마당에는 범부채를 중심으로 주변에 히말라야시다 나무와 마삭줄, 금목서, 은목서 등이 식재돼 있었다.
“한여름에 피는 범부채가 너무 멋있어서 군락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나무와 꽃을 많이 심는 것보다 여백을 좋아합니다. 수집해 놓은 항아리는 40년을 보고 있어도 너무 좋습니다. 그렇지만 (정원과 수집품을) 혼자만 보면 의미가 없잖아요. 여러 사람이 봐야지요!”
이어 이강철(52) 비타민 저전골 마을관리 사회적협동조합 사무국장과 동행해 도보로 마을 구석구석을 살펴볼 수 있었다. 도로와 인도사이에 조성한 ‘빗물 가로정원’을 비롯해 ‘숲먹거리 정원’, ‘ 한 평 정원’, ‘골목정원’, ‘건강정원’, ‘세모 정원’, ‘저전성당 역사정원’ 등 곳곳에 자그마한 정원이 조성돼 있었다. 또한 ‘보랏빛 향기 정원’과 ‘수더분 정원’, ‘오월의 정원’ 등 주민들이 가꾼 ‘이웃사촌 정원’ 또한 마을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주민들은 서로 ‘꽃나눔’을 하고, 꽃관리 노하우도 공유한다. 개화한 들꽃마저 함부로 뽑지 않는다.
◇‘핫플’로 떠오른 ‘옥리단길’과 ‘와온 해변’
순천 ‘문화의 거리’ 일대는 과거와 현재, 역사와 문화가 융합돼 있다. 자기 색깔을 지닌 동네책방과 공방, 카페 등이 어깨를 맞대고 들어서 있다. 차도와 인도 사이에 조성된 실개천에 맑은 물이 졸졸 흐른다. 매산동 일대에는 ‘순천시 기독교 역사박물관’을 비롯해 ‘매산중학교 매산관’과 ‘안락산 병원 격리병동’(현 안력산 의료문화센터) 등 기독교 관련 근대문화유산이 산재해 있다.
서문안내소에서 옥천 방향으로 걷다보면 순천의 ‘핫 플레이스’인 ‘옥리단길’과 만나게 된다. 국수, 팥죽, 부각, 돈까스 등 젊은 감각의 음식점과 카페, 공방이 즐비하다. 창작레지던시 공간인 창작예술촌은 ‘옥리단길’의 보석과도 같은 공간이다. 창작예술촌 1호는 곽재구 시인의 창작의 집 ‘정와’(精窩)로, ‘고요한 움집’이라는 의미이다. 최근 까지 단아한 1층 ‘포엠(Poem) 갤러리 은하수’에서 미술사학자이자 수묵화가로 활동하고 있는 이태호 명지대 명예교수의 기획초대전 ‘나 찾다가 텃밭에 흙 묻은 호미만 있거든’이 열렸다.
갤러리 밖으로 나오면 검게 그을린 순천부읍성 성벽돌과 만난다. 중앙로에 인접한 ‘문화의 거리’와 ‘옥리단길’ 사이 공간은 ‘남문터 광장’으로 단아하게 꾸며져 있다. 소설가 ‘구보 씨’ 처럼 옛 순천부읍성 내를 거닐다 보면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이나 공방, 또는 뜻밖의 단아한 도시공간을 접할 수 있을 것이다.
순천만에 자리한 와온 해변은 낙조가 아름다운 곳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와온(臥溫)이라는 지명은 마을 뒷산(소코봉)이 소가 누워있는 형상이라 해 붙여졌다. 요즘에는 SNS 영향으로 청년세대들의 발길도 부쩍 늘었다. 오래전 와온 해변에서 만난 젊은 사진작가는 일몰 때 와인색깔로 물드는 갯벌을 촬영하려 한다고 했다. 그동안 와온 해변을 여러 번 찾았지만 아쉽게도 아직까지 그러한 갯벌 빛깔을 보질 못했다. 와온 해넘이와 노을은 여행자들에게 아무리 봐도 질릴 것 같지 않은 설렘과 안복(眼福)을 안겨준다. 그리고 이곳에서 여행자들은 누구나 지구별을 찾은 ‘어린 왕자’가 된다.
/글=송기동 기자 song@순천=김은종 기자 ejkim@kwangju.co.kr
/사진=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