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일보-한국학호남진흥원 공동기획] 호남 누정-광주 <6> 관덕정
‘활쏘기’로 덕행을 살피다, 심신을 수련하다
1963년 준공 광주활터 중심
사직공원 내 궁도장에 위치
관덕정·시중당·과녁터 구성
서까래 모양 콘크리트 구조물
부드러운 곡선·전통미 느껴겨
2017년 등록문화재로 지정
1963년 준공 광주활터 중심
사직공원 내 궁도장에 위치
관덕정·시중당·과녁터 구성
서까래 모양 콘크리트 구조물
부드러운 곡선·전통미 느껴겨
2017년 등록문화재로 지정
![]() 사직공원 안에 있는 ‘관덕정’은 우아하면서도 전통미를 발하는 누정이다. 1963년 준공된 이곳은 궁도 연습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
관덕정(觀德亭)은 사직공원 안에 있는 정자다. 정확히 말하면 사직공원 내 궁도장에 있는 사정(射亭)이다. 활터에 세운 정자(亭子)라 여느 곳의 누정과는 다른 분위기를 발한다. 쉽게 발을 들여놓을 수 없는, 위엄이 깃들어 있다. 관덕정에 들르기 위해선 옷매무시를 단정히 하고 흐트러진 마음 자락은 추슬러야 할 것 같다.
문헌에 따르면 조선시대 중기 광주에는 사장(射場·활쏘기 장)이 있었다. 희경루(喜慶樓)를 중심으로 궁동(弓洞) 방향으로 펼쳐져 있었다. 희경루는 지금의 충장우체국 자리에 있었던 2층 누각이다. 1895년 ‘광주읍지’ 지도에는 동오층석탑 옆에 사정(射亭)이 표기돼 있다.
그러나 이후 활터 위치는 명확하게 나와 있지는 않다. 분명한 것은 천변과 광주공원 등에서 활쏘기를 하다 지금의 자리로 옮겨왔다는 것이다. 당시가 1961년 무렵이다. 이후 광주 활터의 중심지로 맥을 이어왔으며 지난 2017년에 등록문화재로 등재된다.
관덕정은 사직산 아래쪽에 있다. 사직공원 전망대에서는 지척이다. 초여름 녹음이 우거진 사직산은 풍취가 그만이다. 눈에 닿는 나무와 풀과 산의 능선이 죄다 푸르다. 여름날 녹음은 그 자체로 하늘이 하사한 은전이다.
수풀 사이에 드문드문 돋은 시퍼런 시누대도 보인다. 손가락 굵기 만한 시누대는 비탈에서도 견고하다.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제 자리에 뿌리를 내린 모습이 대견하다. 시류에 영합하지 않고 대의를 지키는 선비의 자태가 어른거린다. 가끔씩 들려오는 새들의 지저귐도 푸르다. 귓가가 시원해지고 온몸이 푸르게 물들 것도 같다. 이편에서도 노래 한소절 쯤은 휘파람으로 보응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다.
관덕정이 자리한 사직산은 지금의 사직공원을 지칭한다. 일제강점기인 1943년 지정된 광주 제2호 공원이다. 일반적으로 사직(社稷)은 “나라나 조정, 왕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을 뜻한다. 한편으론 “고대 중국에서 새로 나라를 세울 때 천자와 제후가 제사를 지내던 토지의 신과 오곡의 신”이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이른 아침 관덕정에 가면 활시위를 당기는 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화살은 바람을 가르며 날아가 과녁에 박힌다. 시위가 향하는 중심은 선명하면서도 흐릿하다. 활의 중심은 늘 무념무상의 심중일 것 같다. 허공을 빗겨 빠르게 날아가는 화살은 외견상 과녁에 박힐지라도 그것이 수렴되는 지점은 일편단심, 충(忠)의 정신일 것이다.
조선시대 선비들의 모든 관념은 충으로 수렴됐다. 활쏘기를 장려해 심신을 수련하게 했던 것은 그런 연유다. 임란, 호란과 같은 국난을 거치며 충을 지지하는 이념과 수련의 방편으로 활쏘기는 더욱 보편화됐다.
무엇보다 양림산과 사직산 일대에는 화살의 원재료인 시누대가 많았다. 문헌에 시누대를 납품하고 관리하던 관죽전이 있었다고 기록된 걸 보면 근동을 중심으로 활쏘기가 성행했음을 알 수 있다.
지금의 관덕정은, 광주읍성 안에 있던 활터가 1961년 옮겨온 이후 1963년 준공된 것이다. 본관인 관덕정과 부속건물인 시중당(時中堂), 그리고 과녁터로 구성돼 있으며 활 쏘는 지점에서 과녁까지는 약 145m다.
정자하면 대개 목조건물인데 이곳은 예외적으로 콘크리트 건물이다. 치맛자락처럼 부드러운 곡선과 서까래 모양의 구조물은 단아하면서도 전통미를 발한다. 처마의 곡선과 후림이나 주두 등은 전통 목조 건축에 근거를 두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통과 현대의 절묘한 조화를 느낄 수 있다.
사실 관덕(觀德)은 조선시대 관아에 속한 건물 가운데 있던 이름이다. 다분히 철학적인 깊은 뜻이 투영돼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위정자들은 덕을 우선으로 두고 백성의 삶을 살폈던 것이다.
한편으로 활쏘기는 덕행의 일환이라는 의미로 격상된다. 활쏘기의 기본자세가 덕을 살펴보는 것과 다름없다는 뜻이다. ‘예기’(禮記)의 ‘사의’편에 나오는 글귀, ‘활쏘기로 덕을 살핀다’라는 ‘사이관성덕’(射以觀盛德)에서 유래를 찾을 수 있다.
관덕정에 걸린 궁도9 계훈이라는 ‘강령’에서 삼가 행해야 할 부분을 짐작할 수 있다. 일상에서도 적용 가능한 내용들이다. 사랑과 덕으로 본을 보이는 ‘인애덕행’, 매사에 성실하고 겸손하게 행하는 ‘성실겸손’, 행실을 신중히 하고 절조를 굳게 지키는 ‘자중절조’, 예의범절을 엄격히 지키는 ‘예의엄수’, 청렴겸직하고 용감하게 행하는 ‘염직과감’,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하는 ‘정심정기’ 등이 그것이다.
천득염 한국학호남진흥원 원장은 “‘활쏘기는 사람의 덕을 본다’는 뜻에서 유래한 것에서 보듯 활을 쏘아 목표를 이루기에 앞서 마음의 자세를 올곧게 수련해야 함을 이르는 것 같다”며 “활쏘기가 행해지는 관덕정은 광주 근현대 체육시설의 역사를 담고 있는 광주의 대표 국궁장”이라고 말했다.
천 원장의 말처럼 중요한 것은 ‘관덕정’이라는 명칭에 서린 뜻이다. 관덕정(觀德亭), 관죽전(官竹田)의 동음이의어인 ‘관’을 지지하고 연계하는 것은 대나무다. 어느 곳으로 치우치거나 부러지지 않고 올곧게 자리를 지키고 선 대나무의 천품, 덕성이다. 대나무는 유연함과 강직함, 올곧음과 신축성을 견지한다. 흔들리나 꺾이지 않으며 직선을 지향하나 곡선의 특질을 버리지 않는다. 대나무는 두 가지 상반된 덕목을 모두 갖췄다. 관덕정에서 볼 수 있는 것은 그런 대나무의 품성이다.
관덕정은 학생을 대상으로 체험프로그램을 통해 궁도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관덕정에서 만난 강원주 광주남구궁도협회 회장은 “관덕정은 사직공원 내에 자리한 연유로 경관이 좋을 뿐 아니라 도심 속 힐링의 장소로 제격”이라며 “이곳을 찾는 시민들이나 학생들에게 우리의 전통 무예인 궁도가 더 많이 알려질 수 있도록 관덕정 차원에서도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그러나 이후 활터 위치는 명확하게 나와 있지는 않다. 분명한 것은 천변과 광주공원 등에서 활쏘기를 하다 지금의 자리로 옮겨왔다는 것이다. 당시가 1961년 무렵이다. 이후 광주 활터의 중심지로 맥을 이어왔으며 지난 2017년에 등록문화재로 등재된다.
![]() 사직공원 랜드마크인 전망대. |
관덕정이 자리한 사직산은 지금의 사직공원을 지칭한다. 일제강점기인 1943년 지정된 광주 제2호 공원이다. 일반적으로 사직(社稷)은 “나라나 조정, 왕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을 뜻한다. 한편으론 “고대 중국에서 새로 나라를 세울 때 천자와 제후가 제사를 지내던 토지의 신과 오곡의 신”이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이른 아침 관덕정에 가면 활시위를 당기는 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화살은 바람을 가르며 날아가 과녁에 박힌다. 시위가 향하는 중심은 선명하면서도 흐릿하다. 활의 중심은 늘 무념무상의 심중일 것 같다. 허공을 빗겨 빠르게 날아가는 화살은 외견상 과녁에 박힐지라도 그것이 수렴되는 지점은 일편단심, 충(忠)의 정신일 것이다.
조선시대 선비들의 모든 관념은 충으로 수렴됐다. 활쏘기를 장려해 심신을 수련하게 했던 것은 그런 연유다. 임란, 호란과 같은 국난을 거치며 충을 지지하는 이념과 수련의 방편으로 활쏘기는 더욱 보편화됐다.
무엇보다 양림산과 사직산 일대에는 화살의 원재료인 시누대가 많았다. 문헌에 시누대를 납품하고 관리하던 관죽전이 있었다고 기록된 걸 보면 근동을 중심으로 활쏘기가 성행했음을 알 수 있다.
지금의 관덕정은, 광주읍성 안에 있던 활터가 1961년 옮겨온 이후 1963년 준공된 것이다. 본관인 관덕정과 부속건물인 시중당(時中堂), 그리고 과녁터로 구성돼 있으며 활 쏘는 지점에서 과녁까지는 약 145m다.
정자하면 대개 목조건물인데 이곳은 예외적으로 콘크리트 건물이다. 치맛자락처럼 부드러운 곡선과 서까래 모양의 구조물은 단아하면서도 전통미를 발한다. 처마의 곡선과 후림이나 주두 등은 전통 목조 건축에 근거를 두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통과 현대의 절묘한 조화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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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로 활쏘기는 덕행의 일환이라는 의미로 격상된다. 활쏘기의 기본자세가 덕을 살펴보는 것과 다름없다는 뜻이다. ‘예기’(禮記)의 ‘사의’편에 나오는 글귀, ‘활쏘기로 덕을 살핀다’라는 ‘사이관성덕’(射以觀盛德)에서 유래를 찾을 수 있다.
관덕정에 걸린 궁도9 계훈이라는 ‘강령’에서 삼가 행해야 할 부분을 짐작할 수 있다. 일상에서도 적용 가능한 내용들이다. 사랑과 덕으로 본을 보이는 ‘인애덕행’, 매사에 성실하고 겸손하게 행하는 ‘성실겸손’, 행실을 신중히 하고 절조를 굳게 지키는 ‘자중절조’, 예의범절을 엄격히 지키는 ‘예의엄수’, 청렴겸직하고 용감하게 행하는 ‘염직과감’,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하는 ‘정심정기’ 등이 그것이다.
천득염 한국학호남진흥원 원장은 “‘활쏘기는 사람의 덕을 본다’는 뜻에서 유래한 것에서 보듯 활을 쏘아 목표를 이루기에 앞서 마음의 자세를 올곧게 수련해야 함을 이르는 것 같다”며 “활쏘기가 행해지는 관덕정은 광주 근현대 체육시설의 역사를 담고 있는 광주의 대표 국궁장”이라고 말했다.
천 원장의 말처럼 중요한 것은 ‘관덕정’이라는 명칭에 서린 뜻이다. 관덕정(觀德亭), 관죽전(官竹田)의 동음이의어인 ‘관’을 지지하고 연계하는 것은 대나무다. 어느 곳으로 치우치거나 부러지지 않고 올곧게 자리를 지키고 선 대나무의 천품, 덕성이다. 대나무는 유연함과 강직함, 올곧음과 신축성을 견지한다. 흔들리나 꺾이지 않으며 직선을 지향하나 곡선의 특질을 버리지 않는다. 대나무는 두 가지 상반된 덕목을 모두 갖췄다. 관덕정에서 볼 수 있는 것은 그런 대나무의 품성이다.
관덕정은 학생을 대상으로 체험프로그램을 통해 궁도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관덕정에서 만난 강원주 광주남구궁도협회 회장은 “관덕정은 사직공원 내에 자리한 연유로 경관이 좋을 뿐 아니라 도심 속 힐링의 장소로 제격”이라며 “이곳을 찾는 시민들이나 학생들에게 우리의 전통 무예인 궁도가 더 많이 알려질 수 있도록 관덕정 차원에서도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