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말8초’ 옛말…‘여름휴가’ 시계 빨라졌다
광주·전남 지역민 “비수기 요금에 인파 적은 5~6월 제격”
7월 폭염·폭우 예보도 ‘한몫’…펜션·리조트 등 예약 꽉차
2023년 06월 20일(화) 20:45
/클립아트코리아
#목포에 사는 김소영(여·29)씨는 6월 초 제주 신라호텔로 휴가를 다녀왔다. 올해 초 휴가를 계획하며 6월과 7월의 숙소와 항공권을 확인하다 깜짝 놀랐기 때문이다. 휴가 성수기인 7월 중순이 넘어가면 비용이 2배를 훌쩍 넘어 차라리 일찍 휴가를 가기로 한 것이다. 김씨는 “성수기를 피해 저렴한 비용으로 더 좋은 숙소에서 만족스러운 휴가를 다녀왔다”면서 “인파에 휩쓸리지 않아 내년에도 비수기에 여름휴가를 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조영희(여·63)씨는 6월 초 진도 쏠비치에서 가족 9명과 함께 휴가를 보냈다. 한여름의 더위는 아니지만 6월 초부터 더워져 여름휴가 분위기를 낼 수 있는데도 비용은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조씨는 “대가족이 머무는 터라 하루 숙박비만 성수기에는 50만원이 넘지만 조금 서둘렀더니 30만원에 다녀올 수 있었다”면서 “자식들이 독립해 굳이 성수기에 여행을 가지 않아도 돼 마음 편하게 다녀올 수 있어 만족했다”고 웃어보였다.

광주·전남 지역민들의 여름휴가 시계가 빨라졌다.

코로나19를 이유로 미뤄왔던 휴가를 본격적으로 떠나는 이들이 늘어난 상황에서 여름휴가 성수기(7월~8월)를 피해 비수기(5~6월)에 이른 휴가를 다녀오는 이들이 많아진 것이다.

평소보다 빨리 더워진 6월 날씨에 성수기보다 저렴한 비용에 많은 인파를 피하고 폭염과 폭우 등 기상이변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광주·전남의 여행업계와 숙박업계도 비수기 여행객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입을 모았다.

하나투어 여행지기 상무점의 경우 6월 여행객이 전년 같은기간 대비 100% 이상 늘었다. 여행업계는 여행 비용중 가장 부담이 큰 항공권으로 비교했을 때 성수기와 비수기 차이가 크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무안공항 출발 기준 베트남 다낭 항공권의 경우 비수기에는 70만원 수준이지만, 성수기에는 100만원 이상으로 오른다.

비수기 여행을 택하는 이들은 비용 부담이 큰 대학생이나 2030 직장인들로, 예전처럼 성수기에 맞춰 예약하는 추세가 덜하다고 귀띔했다.

또 전남지역 인기 관광지 숙소의 경우 일부러 비수기를 노려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단위로 찾는 풀빌라 펜션의 경우 비수기인 7월 초까지 예약은 이미 힘든 상태다.

가족단위 휴가객들이 자주 찾는 여수지역 한 풀빌라 펜션은 이미 지난 4월에 6월 예약이 모두 마감됐다. 또 다른 여수 돌산읍의 풀빌라 펜션 역시 주말 예약은 두달 전 꽉 찼고 평일도 한달전에 이미 모든 방이 예약됐다.

장성에 있는 풀빌라 펜션도 7월 초 주말까지 예약은 꽉차 있지만, 성수기인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다. 펜션 관계자들은 “과거에는 성수기 예약이 먼저 찼지만 올해는 성수기 보다 앞선 비수기 예약이 먼저 차고 있다”고 말했다.

리조트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진도 쏠비치 리조트는 분양권 소지 고객을 우선으로 예약을 받고 있는데, 올해 비수기에는 분양권을 갖고 있는 고객들의 예약문의가 넘쳐나 추첨접수를 해 당첨이 돼야만 입실이 가능할 정도다.

지난해 6월 신안에 문을 연 한 리조트 역시 비수기 예약조차 두 달 전에 해야 가능한 수준이다. 주말에는 주로 가족단위, 주중에는 커플의 방문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7월에 폭염과 폭우가 심할 것이란 기상예보도 비수기 여행이 급증한 원인이다.

기상청은 7월 광주·전남지역의 기온이 평년과 비슷하지만 높고, 엘니뇨 현상에 따라 흐리고 비가 오는 날도 많을 것으로 예보했다. 폭염과 폭우로 바깥활동이 어려워짐에 따라 성수기 전에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노명아 굿초이스투어 대표는 “코로나 이후 여행객이 늘고 있는 추세 속에 6월에 여행을 떠나는 분들도 함께 늘고 있다”며 “항공료나 숙박료가 저렴할 뿐더러 사람이 많이 없고 선선한 때인 비수기 휴가는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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