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인권상’에 홍콩 초우항텅씨
천안문 추모 집회 주도 인권변호사…사회정의 사건 다수 처리
국가보안법·대중선동죄로 수감…‘이란교사노동조합’ 특별상
2023년 05월 02일(화) 21:40
초우항텅 변호사
국가의 모진 탄압에도 불구하고 ‘천안문 사건에 대한 중국 정부의 진상규명과 책임’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여 온 홍콩 인권변호사 초우항텅(鄒幸동·38)씨가 올해의 광주인권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5·18 광주인권상 심사위원회(위원장 문희상 전 국회의장)는 2일 광주시 서구 치평동 5·18기념문화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초우항텅씨를 올해의 광주인권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초우항텅씨는 지난 1989년 발생한 중국 ‘천안문 사건’에 대한 희생자 추모 촛불집회를 주도하고 홍콩 민주주의 투쟁을 이어오다 홍콩 정부의 탄압으로 투옥돼 수감중이다.

홍콩에서 나고 자란 초우항텅씨는 지난 2003년 홍콩에서 고교를 졸업하고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 입학, 지구물리학으로 박사학위 과정을 밟았다. 이후 홍콩대 로스쿨에 입학해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뒤 인권변호사로 거듭나 투표권이나 각종 시위 등 사회 정의에 관한 사건을 다수 처리했다.

그는 4살 때인 1990년부터 부모님을 따라 천안문 사건 희생자 추모 촛불집회에 참석하며 국가폭력에 대해 보고 배웠다. 이후 천안문 촛불집회 주최측인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이하 연합회)에 소속돼 매년 촛불집회에 참석했으며 지난 2016년부터는 연합회 부주석(부의장) 자리까지 맡아 집회를 주도했다.

그가 목소리를 높일수록 홍콩 정부는 탄압의 수위를 높였다. 홍콩 정부는 지난 2020년 6월 ‘홍콩 국가보안법’을 제정했으며, 그는 ‘승인되지 않은 집회에 관여했다’는 이유로 징역 12개월을 선고받아 구금됐다.

또 2021년 6월 SNS에 대중을 선동하는 글을 올렸다며 대중선동 혐의로 징역 15개월을 추가로 선고받았다. SNS에 “정부가 코로나19를 빌미로 대중집회를 못하게 하니 각자의 자리에서 천안문 사태를 추모하자”는 글을 올렸다는 이유였다.

게다가 2021년 9월에는 홍콩 국가보안법에 따라 ‘체제 전복 선동’ 혐의로 기소됐는데, 혐의를 벗지 못할 경우 징역 10년이 추가될 위기에 처해있다. 같은 달 초우항텅씨가 주도하던 연합회 또한 정부에 의해 강제 폐쇄됐다.

심사위는 이날 광주인권상 특별상 수상단체로 ‘이란교사노동조합위원회’(이하 이란교사노조·왼쪽 사진)를 선정했다.

이란교사노조는 지난 2002년 이란 전역의 25개 교원단체를 통합해 설립된 단체로, 최근 ‘히잡 혁명’으로 불리는 이란의 민주화 흐름에 힘입어 교육 현장의 인권유린, 차별·불평등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모든 학생들과 선생님의 자유’를 요구하며 수업 거부, 국회·교육청 앞 시위 등 활동을 이어 왔는데, 이 탓에 지난 2022년 5월 노동절 이후 250여명이 넘는 교사가 체포되기도 했다.

올해 3월에는 전국 규모로 이란 정부를 규탄하는 시위를 조직하기도 했다.

시위에서는 지난 2022년 11월부터 이란 콤, 테헤란, 아르다빌 등 전역에서 여학교를 노린 의문의 ‘독성 가스’ 테러가 발생해 2000여명의 여학생들이 병원으로 실려갔는데도 정부가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다는 지적이 터져나왔다. 이란 정부는 시위 현장에 군대를 배치해 시위를 강제 진압하고 교사들을 체포했다.

문희상 심사위원장은 “초우항텅씨는 인권변호사로서 정부의 부당하고 불공정한 대우에 끊임없이 저항해왔고, 감옥에 갇히면서도 홍콩 민중에게 용기와 희망의 상징이 되고 있다”며 “이란교사노조는 민중 운동을 통해 불평등과 사회양극화, 불안정한 사회 환경을 개선하려는 의지를 표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광주인권상 시상식은 오는 18일 오후 7시 광주시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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