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동학 살육 사죄비’ 한일 관계 본보기로
2023년 04월 25일(화) 00:00
한일 양국 지식인과 시민이 뜻을 모아 나주시에 동학농민혁명 사죄비를 세우기로 해 주목받고 있다.

나주동학농민혁명 위령비 건립 추진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나주 시민의 날(10월 30일)에 맞춰 ‘나주 동학농민군 희생자를 기리는 비’를 세울 예정이다. 비석에는 “두 나라 지식인과 시민들 간의 우정과 연대를 통해 세워지게 된 사죄의 비가 지식인과 시민 연대를 뛰어 넘어 동아시아의 평화, 나아가 세계 평화의 초석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문구가 새겨진다. 또 “1894년 12월 10일 일본군 후비보병 제19대대가 나주성에 입성한 이래 최후 항쟁 중이던 동학 농민군들이 근대식 소총과 전술로 무장한 일본군의 ‘전원 살육 작전’으로 처절하게 희생됐다”는 참상도 새겨진다. 이 비는 애초 2019년 계획 당시 ‘위령비’로 건립될 예정이었으나 일본군 만행에 대한 사죄의 의미를 담아 ‘사죄비’로 변경하기로 했다.

사죄비 건립 주체는 일본 시민단체인 ‘일본 시민 동학 기행단’과 나주시, 원광대 원불교 사상연구원이다. 나카츠카 아키라 일본 나라여자대학 명예교수는 동학혁명 연구자인 박맹수 전 원광대 총장과 함께 일본인들이 참여하는 ‘동학 기행단’을 꾸려 나주시 등 전적지를 답사하고 뜻을 모아 기금 118만 엔(약 1171만 원)을 모았다. 나주시와 원광대도 모금을 진행해 현재까지 2000만 원을 마련해 결실을 보게 됐다.

일본 정부가 일제 강점기를 부인하고 강제 동원 배상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가해국 국민이 사죄비 건립에 나선 것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한일 갈등을 풀기 위해서는 가해국의 진정한 반성이 선결돼야 한다는 것을 실천으로 보여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과거사를 인정하고 사죄해야만 한일 양국의 미래를 기약할 수 있다는 사실을 엄중하게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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