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림의 차이나 4.0] 중국의 Z세대- 조선대 중국어문화학과 명예교수
2023년 04월 17일(월) 21:30
중국은 1995년에서 2009년 사이에 출생한 이들을 Z세대라고 지칭한다. 15년을 한 세대로 간주하는 현재 추세에 따른다면, 1950년에서 1964년 사이에 출생한 그룹이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1세대, X세대(1965∼1979), Y세대(1980∼1994), 다음의 제 4세대인 셈이다. Z세대는 전체 인구의 약 20%를 점유하여 대략 2억 6000만 명으로 추산되는 거대한 규모로 차세대 베이비붐 세대로 불리기도 한다. 서구의 같은 세대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여파로 어려움 속에서 성장했다면, 중국의 Z세대는 “중국이 자본주의를 구했다”는 우스갯소리일 수만은 없는 영향력을 발휘한 급속한 경제 발전 속에서 성장했다.

유복한 환경에서 ‘한 가정 한 자녀’ 정책이 강력히 시행되던 시기에 태어나 부모, 조부모, 외조부모의 애정을 듬뿍 받고 자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라는 점이 이들의 특징이다. 이전 세대에 비해 자신감이 넘치고 교육 수준도 높으며, 독립성이 강하고 개성이 뚜렷하며, 글로벌 시야와 이성적 마인드도 구비하고 있다고 평가된다. 소비 성향이 높고 소비 방식이나 상품 선호도도 기성세대와는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Z세대의 소비 특징은 주로 자신의 ‘좋아’에 관심이 반영되어 있다. 가치가 높고 재미있고 개성적이고 독창적이라고 생각한 물건에 대한 소비를 아끼지 않는다. 이전 세대가 명품 구매에 치중했다면, Z세대는 소비 내셔널리즘이라고 명명될 정도로 중국의 전통, 역사·문화 요소와 현재 트렌드를 결합한 국산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Z세대는 중국이 이미 세계 최강국의 반열에 들어선 상황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애국주의와 자부심이 강하다.

한편으로 Z세대도 많은 고민을 안고 있다. 그동안 중국의 시간은 압축되고 급속한 변화를 낳았으며, 그 변화가 워낙 빨랐기 때문에 부모 세대의 경험과 자녀의 현실이 거의 다른 차원처럼 동떨어져 의사소통이 불가능할 정도의 간극이 생기고 있다. 그 간격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것이 부모와 자녀 간에 전혀 다른 연애와 결혼관이라 할 수 있다. 부모 세대는 자식 세대의 연애와 결혼에 강하게 개입하여 자신들의 의사를 관철시키려고 하지만 Z세대는 결코 이러한 부모 세대의 의사에 따를 생각이 없다. 이 갈등이 커서 결혼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사례도 많다. 비혼주의나 동성애도 증가 추세여서 간극은 더 커지고 있다. 결혼과 주택 문제가 얽혀 더 복잡한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대도시의 부동산이 천정부지로 올랐기 때문에 양가의 부모는 합자회사를 꾸리듯이 협조하여 조건에 맞는 주택을 구해야 한다. 여기에 거주 이전의 제한이 있는 호구(戶口) 정책도 커다란 걸림돌이다. 이 지난한 과정에서 혼사가 무산되기도 하니, 결혼과 주택이 Z세대의 최대 고민이다.

세계적 불경기에, 코로나 상황까지 겹쳐서 Z세대는 취업이 힘든 실정이다. 2022년 대학 졸업자 수는 1076만 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16세에서 24세 사이 청년 실업률도 2022년 7월에 19.9%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Z세대는 직장을 구하는 조건으로 급여 수준, 개성 존중과 의견 수용, 워라밸의 세 가지를 중시한다. 이런 조건을 만족시킬 직장은 많지 않고 취업 예정자는 많으니 더욱 힘든 상황에 놓여 있다.

이런 세태를 반영하는 유행어로 첫째 ‘탕핑’( 平)이 있다. ‘똑바로 눕다’는 의미로, ‘침대족’ ‘잠자리족’이라 할 수 있다. 더 이상 노력하지 말고 과도한 경쟁을 피해 필요한 최소한의 생활을 즐기는 것을 의미한다. 외부의 고압적인 환경에 휩쓸리지 말고 자신의 의지로 똑바로 편안하게 핸드폰만 들고 눕자는 것이다. 가혹한 생존 전투에서 피폐해져 버린 사람들이 누움으로써 거기서 도망치려고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둘째는 ‘네이쥐안’(內卷)’. 원래는 학술 용어였으나, Z세대는 갈수록 치열해지는 내부 경쟁을 칭하는 뜻으로 사용한다. 좋은 학교, 직장, 승진 기회 등은 제한돼 있으니 이를 쟁취하기 위한 경쟁은 과열되고, Z세대는 살아남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쏟아 부어야 한다. 셋째로 초조하고 불안한 정서를 의미하는 ‘쥐아오뤼’(焦慮)’. 초조함을 느끼는 영역은 모든 방면으로 향하고 있고, 일종의 공황장애 수준에 이르기도 한다. Z세대는 자신들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미래 중국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세대이다. 이들은 향후 중국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이 기사는 광주일보 홈페이지(www.kwangju.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www.kwangju.co.kr/article.php?aid=1681734600751244066
프린트 시간 : 2025년 05월 11일 20:4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