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절벽 대한민국- 송민석 수필가·전 여천고 교장
2023년 03월 21일(화) 22:00
오늘의 7080세대가 태어나던 시절은 부귀다남(富貴多男)의 시대였다. 농사 기술이 발달하지 않은 농경시대에 생산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는 노동력, 그것도 남성 노동력이었다. 그 때문에 여성에게 다산, 다남이 강요될 수밖에 없는 조건이었다. 부부의 베갯모에 부귀다남이란 글씨를 수놓아 아들 많이 낳기를 권했던 시절이었다.

1960년대까지는 비록 먹을 것이 없어도 출산을 곧 축복으로 받아들인 세월이었다. 필자는 8남매의 맏이로 심한 보릿고개를 겪는 농촌에서 태어났다. 부친은 외아들이었으나 7남 1녀의 자녀를 두어 증손주까지 모두 60명이 넘는 자손을 두고 88세에 작고했다. 한국전쟁 이후 집마다 그렇게 아이를 낳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한 여성이 평생 출산하는 아기의 수를 ‘합계출산율’이라고 한다. 출산율은 1960년 초까지는 6.0명을 넘었으나 2022년 출산율은 0.78명으로 세계 최하위 국가가 되었다. 현재의 인구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출산율을 유엔은 2.1명으로 추산한 바 있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유일한 출산율 0명대 국가가 되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58년 개띠’는 100만 명 넘게 태어났으나 2022년생은 24만 명으로 줄어들어 인구 재앙이 현실화하고 있다. 인구 부족으로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나라로 한국을 꼽았다는 영국 ‘옥스퍼드 인구문제연구소’의 전망이 허황하게만 들리지 않는다.

국토의 12%인 수도권에 전체 인구 50% 이상이 몰려있는 지나친 인구 쏠림 현상이 바로 지방 소멸의 원인이다. 이대로 가다간 수도권과 지방에서도 대도시만 살아남는 극한 사회로 치달을 것이 뻔하다. 지방 소멸은 우리 사회의 붕괴를 의미한다. 시급한 건 도시의 아파트 공급이 아니라 인구 분산 정책이다. 수도권과 지방의 기회 불균형이 유지되는 한 인구 감소는 막을 수 없다. 지역 균형 발전은 우리 사회의 명운이 걸린 문제다. 지방이 살아야 모두가 산다.

1960년 52세였던 우리나라 평균 수명은 2008년 80세가 되었다. 지방으로 갈수록 젊은이들은 떠나고, 고령화에 따른 죽음이라는 마지막 잔치를 둘러싼 산업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한때 예식장이던 곳이 장례식장으로 바뀌고 있다. 아기 울음소리가 끊겨버린 인구절벽의 지방에서 우리의 삶도 소멸할 수밖에 없다. 오죽하면 “우리 동네 아이가 태어났어요”라는 현수막이 걸리겠는가.

인구절벽, 7080세대의 눈으로 보면 만감이 교차한다. 식량이 모자랄 때 먹을 입만 늘어나는 다산(多産) 시대의 배고픔과 오늘의 윤택한 생활 속에서 저출산이 극단적으로 대비되기 때문이다. 나라가 앞장서서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라는 구호가 엊그제만 같아서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우리 농사가 외국인들에게 매달린 지 한참을 지났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우리를 먹여 살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외국인 계절 노동자’가 없으면 우리 농촌은 당장 지탱하기 힘들다. 도시에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내국인들이 농업 분야에 취업하면 문제는 간단하다. 그러나 우리의 젊은이들은 농촌 취업 희망자가 드물다.

인구절벽의 폭풍 속에 국가 존립을 위협하는 경고음과 징후들이 쓰나미처럼 몰려오고 있다. 출생아 수가 40만 명대에서 20만 명대로 급감하면서 10년 후 초등학생 수는 절반으로 줄어들게 된다. 그 첫 번째 신호탄은 교육대학교 졸업생 임용 대란이다. ‘벚꽃 엔딩’에 비유되는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문을 닫는다”라는 대학가의 자조가 이제 현실이 되었다. 세계 최악의 저출산 여파는 어린이집과 유치원, 그리고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 그리고 대학교를 휩쓸면서 우리 교육계를 쑥대밭으로 만들 것이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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