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림의 차이나 4.0] 중국 14차 전인대 이후 남는 궁금증- 조선대 중국어문화학과 명예교수
2023년 03월 21일(화) 00:30
향후 중국의 5년을 결정할 14차 전국인민대표대회가 3월 13일 종료했다. 전인대는 헌법과 법률 제정, 예결산 심의, 국가 주석과 정부 요인 선출 등 막강한 권한과 기능을 지니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그 전해 당대회에서 결정된 사항을 통과의례로 추인하는 측면이 강해서 비중이 낮게 취급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향후 5년의 방향과 목표, 정부 조직의 담당자들이 확정된다는 점에서 앞날을 예측할 수 있기도 하다.

작년 공산당 20기 중앙위원회 1차 전체회의에서 시진핑(習近平), 리창(李强), 자오러지(趙樂際), 왕후닝(王후寧), 차이치(蔡奇), 딩쉐샹(丁薛祥), 리시(李希)의 순서로 새 지도부 일곱 명이 선출되었고, 올해 전인대에서 관례에 따라 서열 순서로 4위까지 국가 주석, 국무원 총리,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에 선출되었다. 전인대는 국가 부주석에 한정(韓正) 부총리를 선출했다. 국가 부주석 자리는 통상 당 서열 6~7위가 맡아왔고 차기 국가 주석 지정석이었다.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은 1998년, 시 주석은 2008년 국가 부주석에 선출되고 5년 뒤 국가 주석에 올랐다. 이 관례가 깨진 것은 2018년 전인대로, 국가 부주석에 정치국 상무위원이 아닌 당시 69세의 왕치산이 선출됐다. 이때 2연임 10년인 국가 주석 임기 제한도 철폐되었다.

한정 부주석은 작년 정치국 상무위원에 선출되지 않아서 은퇴가 예상된 인물이다. 국가 부주석으로서 일정 부분 국사에 관여하겠지만 큰 존재감을 드러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번 국가 부주석의 선출이 자아내는 궁금증은 시 주석 아래의 부주석 자리가 은퇴 직전 인사들에 대한 예우에 불과한지 공청단 출신에 대한 안배 차원인지 후계 구도는 어떻게 되는지 같은 점이다. 이 점이 모호해서 역으로 4연임을 전망하는 견해가 다시 강력하게 대두했다.

전인대는 총리로 리창을 선출했다. 총리직은 당 서열 2위로 국무원을 이끄는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의 자리이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민생과 직결되는 경제이다. 미·중 갈등 격화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침체, 높은 실업률, 요동치는 부동산, 지방 재정 악화 등의 난제에 직면한 현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지 궁금하다. 취임 일성이 올해 경제성장률을 5% 안팎으로 제시하면서 이도 쉽지 않다고 강조한 점에서 위기의식이 드러난다. 리창은 저장성 출신으로 시 주석이 절강성에 근무할 때 인연이 있다. 이후 장쑤성과 상하이시 서기를 지냈다. 중앙 행정 경험이나 부총리 경험이 없는 약점과 국제적 시각도 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또 이전에 총리는 상대적으로 자율적인 권한이 있었으나 현 1강 시스템에서는 그렇지 못하다는 우려와 전망도 있다. 반면에 개혁 개방의 선두 지역에서 주로 근무했고 테슬라 중국 공장을 유치한 점 등으로 긍정적 평가도 있다. 제로 코로나 정책을 유지하자는 의견에 반대하여 조기 해제를 주장하고 이를 관철시켜 백지 시위로 야기된 정치적 리스크를 해결한 뚝심도 있다. 경제 담당 부총리가 된 허리펑(何立峰),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을 맡은 정산제(鄭柵潔) 등과 같은, 내수 주도의 발전 모델을 중시하는 국내 경제 전문가들과 한 팀을 이루어 산적한 난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인지 귀추가 궁금하다.

국무원 부총리 네 명 중 수석부총리에 해당하는 상무부총리는 당 서열 6위인 딩쉐샹이 맡았다. 일곱 명의 정치국 상무위원 중 가장 젊지만 최고지도자의 필수조건으로 꼽히는 지방정부 수장 경험이 없다. 그는 2013년 중공중앙 판공청 부주임 겸 중공중앙 총서기 판공실 주임으로 발탁돼 그동안 시 주석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급속히 출세한 인물이다. 2007년 시 주석이 상하이에 근무할 때의 인연이 있으나 7개월 정도 함께 근무했다. 딩 부총리는 기계와 재료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로 시 주석의 2012년 ‘하이테크 국가전략’ 수립과 ‘중국 제조 2025’를 주도했다고 알려진 테크노 크라트이다. 미·중 무역 마찰이 이제는 ‘경제·과학기술·안보’갈등으로 복합화되고 반도체를 위시한 하이테크 기술의 대중국 교역이 미국에 의해 강제로 금지되고 있는 현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 나갈 것인가, 그가 5년 후 나아가 10년 후 어디까지 성장할 것인가도 궁금하다.

정치국 상무위원은 지난해 당대회에서 시 주석의 측근들로 구성되었고 이번 전인대의 국무원 인사에서도 시 주석과 거리가 먼 것으로 알려진 인사들은 대부분 퇴임했다. 모든 권한이 1강에게 집중되는 통치 체제가 더욱 강화된 것이다. 신속한 판단과 결정, 강력한 집행력으로 국내외 난국에 맞서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하지만 유연성이나 대체 방안이 결여된 위험도 내포하고 있다. 향후 5년, 그 후 5년 중국은 어떻게 나아갈 것인지 여전히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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