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번기 앞둔 전남 지자체, 농촌 일손 구하기 전쟁
외국인 계절근로자 다시 본격 입국
2274명 배정에 1500명 고용 예상
인력 이탈 많아 방지 대책 고심
나주·고흥 공공형계절근로 첫 시행
새로운 인력 수급 모델될지 관심
2023년 03월 20일(월) 21:30
외국인 계절 근로자들이 20일 나주시 산포면에서 부추 농사를 짓고 있다. /나명주 기자 mjna@kwangju.co.kr
본격적인 농번기를 맞아 전남 지자체들이 농촌 들녘 일손 구하기 전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3년간 코로나19 여파로 입국하지 못한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입국을 하게 된다는 점에서 농가들의 인력난 해소를 위해 지자체들이 발벗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특히 어렵게 확보한 인력이 현장을 이탈하는 일이 발생해 일손이 턱없이 부족한 농가에게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토록 이탈 방지에도 전전긍긍하고 있다.

20일 전남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법무부에서 22개 전남 지자체에 배정한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총 2274명이다. 배정된 모든 인원이 입국하지는 못하지만 최소 1500여명의 입국이 예상된다는 것이 전남도의 설명이다.

외국인 계절근로자제는 농업인력 수요가 집중되는 시기에 외국인 근로자를 임시로 고용할 수 있는 제도로, 매년 1월과 6월 전국 지자체에서 신청을 받아 법무부가 2월과 7월에 해당 지역에 인원을 배정한다.

외국인 근로자가 없는 광주·전남 산업현장은 찾아보기가 어려울 정도다. 젊은층 유출과 고령화가 심각한 전남지역의 농·산·어촌 현장은 도시로 떠난 젊은이들 대신, 외국인 노동자들이 채웠고 국내 인력이 기피하는 업종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은 점점 역할을 넓혀가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전남의 농업은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사실상 유지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남의 농가와 지자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사정이 이렇자 전남의 각 지자체들은 외국인 계절근로자 수급에 사활을 걸고 있다.

외국인 계절근로자 수급은 해외 지자체와 양해각서(MOU)를 맺거나, 결혼이민자의 4촌 이내 친척을 초청하는 방식 등으로 이뤄지고 있다.

결국 지자체들은 인권이 보장되고 안전이 확보됐다는 점 등을 꾸준히 알려 해외 지자체에게 ‘신뢰’를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고흥군은 필리핀 2개 지방정부와 MOU를 맺어 올해 225명의 인력을 배정받았다. 고흥군은 최근 3년간 농어업분야 외국인 근로자 이탈률이 5%미만을 기록해 법무부가 고용주 1명당 최대 9명이었던 고용가능 인원을 11명까지 늘리는 인센티브도 제공했다.

고흥군 관계자는 “해외 지자체 입장에서 한국으로 인력을 보낼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이 ‘인권’, ‘주거’, ‘급여’다”며 “고흥군은 수시로 현장점검을 나가 주거 상태를 살피고, 월급이 통장에 제대로 들어오고 있는지 등을 살폈다”고 말했다.

이탈률이 높으면 해외 지자체에서 여론이 좋아지지 않아 MOU를 맺는데도 어려움이 많고, 법무부로부터도 각종 제재를 받을 수 있어 지자체들은 혹시나 모를 외국인 근로자의 이탈에 노심초사하고있다.

지난해 외국인 계절근로자 이탈자는 담양 2명, 보성 5명, 무안 6명, 해남 40명이다. 해남은 146명을 고용해 그중 30%이상이 이탈했다.

해남군 관계자는 “당시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들이 더 많은 임금을 준다는 곳으로 단체로 이동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법무부 조사 결과 해남군 차원에서 임금 체불과 같은 문제는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특히 나주와 고흥 등 전국 19개 지자체에서 올해 처음으로 농림축산식품부의 ‘공공형 계절 근로’사업도 시행돼 새로운 모델이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공형 계절근로 사업은 농협 등이 외국인 근로자의 숙식 등을 제공하며 관리하고, 1개월 미만의 단기 인력이 필요한 농민에게 노동력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전남에서는 올해 나주, 고흥, 영암, 무안, 해남 등 5개 지자체가 경합해 최종적으로 주거 분야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나주배원예농협(50명)과 고흥풍양농협(20명)이 선정됐다.

나주시는 고구려대 기숙사를 임대했고, 고흥군은 3층짜리 숙박시설을 통째로 빌려 외국인 계절근로자의 숙식 공간을 마련했다.

하지만 농민들은 인원이 적은 만큼 전체 농가가 이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호소했다. 파종이나 이작을 하는 경우 수십명에서 백 여명의 인력이 필요한데 반해 계절근로자로 배정 받는 것은 농가당 최대 십여명 밖에 되지 않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력이 적기에 투입이 되지 않는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농업 생산비 증가와 농산물 생산량 감소의 악순환이 장기간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결국 불법인 줄 알면서도 ‘편리하게’(짧은 기간· 필요할 때) 일손을 구할 수 있다는 이유로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를 데려다 쓸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나주의 한 농민은 “50명이면 나주 전체의 배 농가에서 활용할 인력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나주시 관계자는 “지난해 시범으로 시행했던 무주에서 인원이 너무 많으면 관리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발견됐다”며 “올해 처음 시행해보고 제도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천홍희 기자 stro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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