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 시인 김휼 씨 “시와 사진으로 ‘광주 5월’ 새롭게 조명하고 싶었죠”
‘사진시집’ 발간
생명의 순환·생성과 소멸의 풍경으로 생의 숭고함 전하려해
31일까지 5·18기념재단서 전시…“시와 기도, 묵상은 같아”
2023년 03월 19일(일) 20:15
“광주는 하늘의 평등을 이 땅에 실현하기 위해 목숨을 던졌던 이들이 지켜낸 도시입니다. 5·18은 자유의 소중함을 기억하고 간직해야 할 역사이기도 하지요. 시와 사진으로 광주 5월을 새롭게 조명하기 위해 전시를 기획했습니다.”

시와 사진이 담긴 사진집 ‘말에서 멀어지는 순간’을 발간하고 5·18기념문화센터에서 첫 사진전을 열고 있는 현직 목사가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목사시인 김휼 씨(본명 김형미). 현재 그는 대한예수교 장로회 송정제일교회 부목사로 시무하고 있다. 지난 1901년 설립된 송정제일교회는 12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유서 깊은 신앙의 공동체다.

이번 사진전을 기획하게 된 계기에 대해 그는 “아픈 역사를 갖고 있어서 인지 광주라는 도시는 다른 지역과는 다르다.그 가운데 몸이 먼저 기억하는 광주의 5월은 너무도 특별하다”며 “글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내면의 감정을 시각적 이미지로 보여줌으로써 삶에 대한 애착을 공유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목회라는 일반인과는 다른 성직을 수행하면서 시를 쓰고 사진을 쓴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터였다.

“헤아리는 마음으로 사물을 오래 들여다보면 신비 아닌 것이 없고 기도 아닌 것 없어요. 사진을 찍고 덧붙여 시를 쓰다 보면 생각지 못한 지점에서 하나님의 현현을 만나게 됩니다. 문학과 신학, 시와 신앙이 접목되는 지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예상대로 여느 문인과는 다른 답이 돌아왔다. 좋은 목회와 의미있는 시 창작, 울림이 있는 사진 찍기는 오랜 묵상을 전제하지 않고는 불가능했다. 그것은 ‘말이 아닌 마음속의 기도’가 쌓여야 한다는 뜻으로도 들렸다.

이번 사진시집 주제는 ‘생명의 순환’. “생성과 소멸의 순환이 담긴 풍경을 토대로 생의 숭고함과 ‘지금’이라는 시간의 소중함을” 보여주고자 했다는 말에서 작품의 지향점이 읽혔다.

시를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건 어떤 계기가 있지 않았을까 싶다. 김 시인은 “달 밝은 어느 밤, 무심코 꽃잎 하나가 “툭” 떨어지는 모습을 봤는데 전에 없이 마음이 아려왔다”고 했다. 절망의 순간을 미련 없이 버리는 꽃잎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느낀 것은 아마도 시인의 마음과 목회자의 마음이어서 가능했을 것 같다.

그의 고향은 장성이다. 농사를 짓는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 9남매 중 일곱 번째 딸로 태어났다. 시인의 표현대로라면 “가난한 촌부의 아내였지만 어머니의 사랑 안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본 것”이 지금의 목회와 삶으로까지 오게됐다. 더불어 “글을 쓰고 목회를 병행하는 것이 힘들지만 사랑하는 가족들과 교회 공동체의 도움이 있어서 이 모든 일들이 가능할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사실 목사가 전시를 한다는 것이 아직까지는 낯설고 이색적이다. 마지막으로 기자는 조심스럽게 오늘의 교회가 어떠해야 하는지 물었다.

“기독교가 세상으로부터 많은 지탄을 받고 있고 젊은이들이 교회를 떠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요. 복음의 본질을 벗어난 교회는 성경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저부터라도 묵은 마음의 밭을 기경해야겠지요. ‘개혁’이라는 거창한 말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말씀의 빛 앞에서 스스로를 비춰 보야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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