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당성 없는 ‘실적 쌓기’ 조례 제정 언제까지
2023년 03월 16일(목) 00:00
전남도의회가 충분한 타당성 검토 없이 조례 제정에 나섰다가 보류 또는 폐기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주민 필요를 고려해 만들어야 할 조례가 의원들의 ‘실적 쌓기용’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남도의회는 최근 의원 22명의 동의를 얻어 ‘전남도의회 시·군 지역 민원상담소 설치·운영에 관한 조례’ 제정을 추진했지만 심의 과정에서 상임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조례안은 지역 주민의 고충과 민원을 수렴하기 위한 의회 차원의 민원 상담소를 22개 시군에 설치·운영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한데 조례 내용이 공직선거법·지방자치법 등에 저촉될 수 있다는 입법연구팀의 검토 의견과 도의회 홍보용 상담소에 예산이 투입되는 데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보류됐다.

전남도의원 61명 중 42명이 공동 발의자로 참여한 ‘전남도 군 복무 청년 상해보험 지원 조례안’도 지난달 임시회에서 실효성과 이중 지원 등에 대한 논란이 일면서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한 채 계류 중이다. 국방부가 이미 실손 의료비 제도를 통해 지원하고 있어 중복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다수의 의원들이 발의에 참여했는데도 상임위 문턱조차 넘지 못하는 것은 조례안의 타당성과 실효성이 떨어지고 사전 검토가 미흡했다는 것을 말해 준다. 조례안 발의 건수가 의원들의 의정 활동 평가에 반영되는 점을 의식해 너도나도 건수 채우기에 급급하고 있는 것이다. 상위법 개정에 따른 위임 사항을 반영하는 조례안에도 수십 명의 의원들이 앞다퉈 서명하는 것 역시 실적 쌓기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지방의회가 만든 조례 가운데 주민 삶의 질 향상과 지방자치 발전의 밑거름이 된 것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재원이나 효과에 대한 고려 없이 추진돼 사문화되는가 하면 다른 지자체 베끼기식 조례 제정 행태도 여전하다. 이젠 양에 대한 집착보다 지역 실정과 특수성을 반영한 알찬 조례를 제정하는 데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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