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부족 국가- 심상돈 동아병원 원장
2023년 03월 07일(화) 22:00
우리나라는 정말 의사가 부족한 나라인가? 아니면 필수 의료와 공공 의료에 종사하는 의사가 부족한 나라인가? 요즘 세간의 뜨거운 바람, 인공지능 ChatGTP에게 물어보았다. 영악하게도 의사 수의 지역적인 편차가 있고 공공 의료와 필수 의료에 종사하는 의사도 다른 부분과 편차가 있다는 두루뭉술한 답으로 핵심 논란을 피해 간다. 2022년 보건복지 통계상 우리나라 국내 면허 의사 수는 13만 8108명이다.

의사 수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면 다른 나라와 비교를 위해 OECD 통계를 사용한다. 먼저 인구를 기준으로,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2.5명으로 평균 3.7명에 미치지 못하고 일본(2.6명), 미국(2.7명) 보다 낮다. 하지만 국토 면적을 기준으로 하면 10㎢ 당 의사 수는 12.1명으로 네덜란드(14.8명), 이스라엘(13.2명)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국가마다 통계 방법의 차이가 있어 숫자만의 단순 비교는 적절치 않다. 의사 수에 대한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2022년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2022년 7월 기준 실제로 의료기관에서 활동하고 있는 의사는 11만 2293명이다.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2.18명이다. 서울이 3.45명으로 가장 많고 대전(2.63명), 대구(2.62명)순이다. 경북과 충남은 각각 1.38명과 1.54명이다. 인구를 기준으로 하든 국토 면적을 기준으로 하든 심한 지역적인 의료 편차는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큰 도시 한복판 4만 명이 주거하는 대단지 아파트 앞의 병원과 군 전체 인구가 4만인 군청 앞 병원 어디를 선택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의사와 환자 그 어느 누구도 고민하지 않을 오늘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자료이다. 아무리 의사 수를 늘린다 해도 진료 과목 편중 현상은 더 심해지고 지역 간의 의료 격차는 해소되지 않을 것 같다. 이는 단순 의사수의 부족이 아닌 필수 의료의 부족이라는 심각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결국 필수 의료가 부족한 곳은 대도시가 아닌 지방의 의료 취약 지역이며 이를 해결할 방법 중 하나가 공공 의료이다. 공공 의료의 질적·양적 확대가 필수적이지만 국가, 학계, 시민사회 모두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

현재 의과대학 정원은 3058명이다. 정부와 일부 시민사회단체는 의대 정원을 늘리고 의사 수를 늘리면 자연적으로 필수 의료, 공공 의료에 종사하는 의사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공공 의대를 만들어 배출되는 의사들을 일정 기간 공공 의료에 종사한 후 민간 의료로 전환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직업 선택에 대한 인간으로서의 권리, 이해 충돌에 대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또한 과거 군의관 인력과 전문성이 부족하여 만든 의과대학 국방부 장학금 제도와 지금의 일부 장교에 대한 의과대학 위탁 교육 제도의 실패처럼 이미 그 결과가 실패로 귀결 될 수밖에 없다. 차라리 지역 필수 의료, 공공 의료에 종사하는 의사를 따로 구성하는 것은 어떨까?

공공 의료의 부족을 해결 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의사 면허를 분리하는 것이다. 자동차 운전면허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특수, 대형, 1종, 2종으로 그 범위를 구분하고 있는 것처럼 공공 의사 면허를 따로 만드는 것이다. 공공 의대를 졸업하고 전문의 수련의 과정을 거쳐 전문의가 된 뒤 공공 의료에 종사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일반 의사 면허로 재교부해 주는 것이다. 공무원 정년과 동일하게 만 60세까지는 공공 의료에 종사한 뒤 일반 의사면허로 전환 재교부하여 민간 의료기관에서 일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생각해 본다. 공공 의대의 설립, 신입생 선발 기준, 교육 과정, 졸업 후 의사 시험, 수련 과정 등 민감하고 복잡한 사안들이 널려 있기는 하지만 이 또한 해결될 수 있다.

의과대학 설립과 의과대학 입학정원 조절 등으로 의사 수를 조정하는 정책의 사회적인 효과는 최소 15년 정도 후에 나타난다고 한다.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한시적으로 증가될 의료 수요에 대한 의료 정책의 전환이 필요하지만 인구가 이미 줄어들기 시작했고 40년 뒤는 3700만 정도, 지금의 3분의 2로 줄어들 전망이어서 장기적인 의료 수요 감소와 그에 대한 대응은 더더욱 중요하다. 오늘 내일 그리고 먼 내일의 사회 구성을 내다보는 안정적이고 믿을 수 있는 의료 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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