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예향-초대석] 민세희 AI·데이터 아티스트
“콘텐츠와 문화기술의 결합, 무한한 잠재력 믿는다”
경기콘텐츠진흥원 원장…예술과 행정 크로스오버 등 신 성장동력 창출
AI·머신 러닝 활용 ‘데이터 시각화’…해외 아티스트들과 트위터로 교류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도시 광주, 기술 기반 문화예술 콘텐츠 필요
2023년 02월 20일(월) 19:45
올해로 창립 22주년을 맞은 경기콘텐츠진흥원을 이끌고 있는 민세희 원장.
AI(인공지능)·데이터 아티스트인 민세희(47) 경기콘텐츠진흥원(이하 경콘진) 원장은 AI와 머신 러닝(Machine Learnin·기계 학습)을 활용한 ‘데이터 시각화’(Data Visualization)를 통해 우리 자신과 한국 사회를 다양한 시각에서 이해하려고 한다. 창작 현장과 콘텐츠산업 행정을 ‘크로스 오버’하는 민 원장을 경기도 부천시 춘의동 춘의테크노파크Ⅱ에 자리한 경콘진에서 만나 ‘데이터 시각화’ 창작 작업과 AI에 기반한 미래 콘텐츠산업에 대해 들었다.

◇예술과 행정의 크로스오버, 새로운 도전= “어떻게 보면 여기서 일을 하는 것은 세세하게 어떤 결과물이 나왔냐, 이게 아니라 제가 사람들의 생각을 어떤 방향으로 리딩(Leading)을 해주었냐가 성과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가장 부족했던 부분이 기술 환경에 대한 이해였는데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과 같은 새로운 인사이트(Insight·통찰력)를 보여주었습니다.”

민세희 원장은 지난 2021년 7월 취임한 후 예술 현장과 행정의 ‘크로스 오버’를 통해 보다 넓은 시각에서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융·복합 콘텐츠산업 육성과 혁신에 지향점을 두고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동안의 ‘성과’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민 원장은 꾸밈없이 답했다.

지난 2001년 8월 창립한 경콘진은 경기도의 신성장 동력을 창출하는 콘텐츠산업 전문 육성기관이다. 음악·영화·게임·만화(웹툰)와 같은 ‘장르 콘텐츠’에 상상력과 인공지능·메타버스·실감 콘텐츠 등 ‘문화기술’(Cultural Technology)을 융합시켜 새로운 콘텐츠 장르 및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핵심은 선을 지우고, 경계를 허무는 것이다. 경기도 콘텐츠산업 매출은 전국매출의 21.9%를 차지한다.

경콘진은 지난해 하반기에 콘텐츠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주는 ‘콘텐츠 디지털전환 축제 쿠키(Cookie)’(10월 28~30일·수원시 화성행궁)와 실감콘텐츠 전시 ‘오르:빛 재인폭포’(10월 7~11월 6일·경기도 연천군)를 마련해 주목을 받았다. 12월에는 경기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추천으로 경기도 일간기자단 주최의 ‘2022년 우수 의정·행정대상’(베스트 피감기관 부문)을 수상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공연기회가 줄어든 인디가수 응원 프로젝트인 ‘2021 청춘 싸운드(보이는 라디오)’에 출연한 작곡가 김형식(맨 오른쪽)과 민세희(두번째) 원장. (2021년 11월)
◇“‘데이터 시각화’는 우리 현실이 다 들어가 있는 ‘디지털 리얼리즘’”= 대중들에게 AI와 머신 러닝(기계학습)을 활용한 민 원장의 ‘데이터 시각화’ 창작 작업은 생소하다. 하지만 미국 등 IT 선진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선보여 친숙한 분야라고 한다. 데이터를 시각화하는 아티스트인 그는 경계를 넘나드는 사고로 서강대 아트&테크놀러지 학과 초빙교수와 구글 art& culture 작가, 서울디자인재단 ‘서울라이트’ 총감독,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랜덤웍스’(Randomwalks)대표 등에 이어 행정가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민 원장은 연구원으로 근무했던 미국 MIT 센서블 시티 랩을 인생의 ‘터닝 포인트’로 꼽는다. 이때 ‘테드 펠로(TED fellow)’에 지원한 4500여명 가운데 선발된 20명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2011년 3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롱비치에서 열린 창의적 지식의 경연장인 ‘TED 컨퍼런스’ 무대에 올라 ‘데이터와 놀아서 좋은 일 몇 가지’라는 주제로 전력소비량에 따라 집크기가 달라지는 ‘Data formation’ 작업결과를 발표했다. 4분 동안 “디지털 시대에 쏟아지는 데이터들 간의 숨겨진 관계를 찾아내 이를 구조화·시각화함으로써 사람들의 각성을 이끌어내고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라는 요지로 발표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를 계기로 ‘한국 최초의 TED 펠로’로서 국내에도 널리 알려졌다.

민 원장은 그동안 ▲Data formation(2009년) ▲프로테이(Protei)-기름유출 프로젝트(2010년) ▲Data Currency(2011년) ▲SKT 모바일 트래픽(2012년) ▲wind 데이터-풍루(風樓)(2013년) ▲시티 데이터(2014년) ▲만약 기계가 음악을 볼 수 있다면…?(What if machines can see music…?)(2017년) ▲모두의, 인공지능(AI, entirely on us)(2018년) ▲과적합 사회(Overfitted Society)(2018년) ▲기후변화 영향 필터(2020년) 등 다채로운 ‘데이터 시각화’ 창작 작업을 발표했다.

‘거주자의 에너지사용과 거주공간’(Data formation)과 서울시의 일자별 지출정보(시티 데이터), ‘작가 13명의 인공지능에 대한 생각’(모두의, 인공지능), ‘미디어에 노출되는 스테레오 타입의 외모기준’(과적합 사회) 등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메시지를 품은 ‘데이터 시각화’ 창작물이다. 데이터에는 우리 사회현실이 고스란히 들어가 있다. 그의 여러 작업 가운데 일상적 네트워킹 생활 활동을 뜨개질 기계로 보여주는 ‘Data Currency’와 기계가 인지한 음악을 시각적으로 구성한 ‘만약 기계가 음악을 볼 수 있다면…?’, 구글 art& culture 팀과 함께 만든 ‘기후변화 영향 필터’가 흥미롭다.

“‘기후변화 영향 필터’는 만약 지구온도가 1~3℃ 까지 상승하면 우리 주변에 서식하는 어떤 동·식물이 사라지고 남아있는 지를 보여줘요. 72종의 데이터를 온라인으로 수집해서 만든 결과물을 사이트에 올려놓아 온도를 올리고 내려서 직접 테스트해 볼 수 있어요.”

‘데이터 시각화’(Data Visualization) 작업은 사회적 이슈와 관련된 방대한 데이터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구조화·시각화함으로써 사람들의 각성을 이끌어내고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 데이터 시각화 작품 ‘twitter_hyundai_01’.
◇“광주 콘텐츠산업 발전 위해 지역에 함몰되지 않아야”=“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을 조금만 알고 있어도 예상할 수 있었기는 하지만 참 빨리 현실화 되어버렸다. 아마도 내게 2022년은 기술의 성장 속도가 너무나 빨라 많이 어지러웠던 한 해로 기억될 거 같은데, 이렇게 갑자기 벼락 맞은 기술 풍년이 좋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다.”

민 원장은 지난해 10월 일간지 기고문을 통해 너무나 빠른 ‘기술의 성장속도’에 대해 언급한다. 급속도로 변화하는 기술트렌드를 따라잡기 위해 일과시간 외 밤 시간과 주말에 끊임없이 공부를 하고, ‘데이터 시각화’ 창작 작업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밤낮없이 틈틈이’ 한다고 한다. 해외 아티스트들과 트위터로 교류하며 최신 정보를 공유한다. 2015년께부터 인공지능 시스템으로 ‘데이터 시각화’ 작업이 넘어갔다.

“그전에는 데이터를 모아서 ‘비주얼 라이징’(시각화·Visualizing)하는 작업을 했으면, 이제는 내가 모은 데이터를 학습을 시켜서 인공지능이 뭔가를 만들어 내는 걸로 바뀐 거죠. 요즘에는 비주얼 작업 위주로 하지 깊게 고민하는 리서치가 필요한 작업들은 아직 못하고 있어요.”

인공지능(AI)이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는 시대가 도래했다.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고 여겼던 ‘창의력’마저 인공지능 쪽으로 기울고 있는 듯 보인다. 대중들은 요즘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대화형 인공지능 ‘Chet-GPT’와 같이 하루가 다른 ‘기술의 성장속도’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기술은 현실이 되는 순간에 모습을 감춘다’고 그래요. 예를 들어서 스마트 폰이 나오기 전에는 폰에서 웹브라우저를 본다는 게 기술적으로 어떻게 되는지 떠들던 시절이 있었는데 현실이 되니까 더 이상 그 얘기를 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인간의 창작도 결국에는 자기 경험에서 나오는 거잖아요. 기계가 학습을 할 수 있으면 기계가 학습한 내용에 준하는 뭔가를 만들어 낼 수 있죠. 기계와 인간은 (뭔가를 만들어 내는 ) 목적이 다르지만 결과는 같을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지난 2014년에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도시’로 지정된 광주시의 콘텐츠산업 발전을 위한 조언을 부탁했다.

“지역에 함몰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도시’에서 지역에 바록이 잡히면 안 될 것 같아요. 글로벌한 감각에 맞추는 게 필요할 것 같아요. 기술기반의 문화예술 콘텐츠 만드는 사업들을 하시는게 필요하지 않을까요?

/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 /사진=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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