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문화 화제] ‘아르브뤼(Art Brut)’ 작가 터전 소화누리 ‘틈새미술관’
<5>그림 통해 스스로를 치유하고 위로 건네다
날것 그대로 순수한 미술 ‘아르브뤼’
정신질환장애인작가 예술 창작
미술수업·전시·‘틈새미술 공모전’
윤미애 작가 싱가포르비엔날레 참여
2023년 01월 24일(화) 19:10
여성정신장애인 시설 소화누리가 운영하는 틈새미술관은 ‘아르브뤼(Art Brut)’ 작가들의 터전이다.
광주 ‘소화누리’는 여성정신장애인 시설이다. 110여명이 살고 있는 이곳에는 아주 작은 미술관이 있다. 지난 2018년 문을 연 ‘틈새미술관’이다. ‘보이지 않는 틈새의 귀한 존재를 알아봐달라’는 마음을 담아 지은 이름이다. 작지만 의미있는 이 곳은 그림을 그리며 스스로를 치유하고 위로받는 장소다.

소화누리 틈새미술관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장애인 작가들은 ‘아르브뤼(Art Brut)’ 작가로 불린다. 아직은 낯선 ‘아르브뤼(Art Brut)’는 ‘날것 그대로’를 뜻하는 불어 ‘Brut’에서 따온 것으로 ‘가공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순수한 미술’을 지칭한다. 1945년 프랑스 화가 장 뒤뷔페가 다듬어지지 않은 순수하고 창조적 충동에 의해 작업하는 정신질환자들의 그림을 예술적 창작물로 인정하는 의미를 담아 처음 사용했다고 한다.

소화누리 원생들을 중심으로 한 미술 창작 활동은 우연에서 시작됐다. 생활관 벽에 붙여놓은 그림, 보물 처럼 옷장 속에 넣어두었다 꺼내놓은 그림들을 발견한 직원들은 그들의 재능을 활용한 자립지원사업을 진행하게 됐다. 아모레퍼시픽의 ‘뷰티플 라이프’ 공모에 선정된 게 큰 동력이었다.

싱가포르비엔날레에 참여한 광주의 아르브뤼 작가들이 현지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아르브뤼 작가 3명이 ‘너의 이름은 나타샤’를 주제로 열리는‘싱가포르비엔날레(2023년 3월 19일까지)에 참여하는 경사도 있었다. 김진홍 작가는 무의식의 세계를 다룬 회화 15점, 나정숙 작가는 연필과 펜으로 작업한 패턴 작품 13점, 윤미애 작가는 껌종이, 커피 봉지, 우유갑 등 다양한 재료로 만든 모자이크 작품을 전시중이다.

싱가포르 비엔날레 참가는 지난해 ‘밝은방(김효나·김인경)’과 이지혜의 기획으로 북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렸던 발달장애·정신장애 작가 기획전 ‘길은 너무나 길고 종이는 조그맣기 때문에’가 계기가 됐다. 2016년 광주비엔날레 큐레이터를 역임했던 최빛나 싱가포르 비엔날레 공동예술감독이 윤미애 작가 등이 참여한 이 전시를 감명깊게 관람, 참여가 결정됐다.

작가들은 개막일 즈음 초청을 받아 싱가포르 비엔날레 현장을 찾았다. 주최측은 영상과 인터뷰 촬영에 나섰고 작가와의 대화도 진행했다. 나정숙 작가는 “기분이 하늘로 붕 뜬 기분이다. 하늘을 날고 있는 것같다”고 말했다. 윤미애 작가는 “내가 아무 것도 아닌 사람이라 내가 만든 작품도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사람들이 좋아해주니 내 작품도 나도 함께 높아지는 것같다”고 말했다.

아르브뤼 작가들은 주홍 작가가 참여해 꾸준히 진행하는 미술 수업과 그림그리기를 통해 자존감을 키워가고 있다. 특히 아르브뤼 작가 발굴을 위해 꾸준히 열고 있는 ‘틈새미술공모전’은 소화누리 거주 장애인 뿐 아니라 지역 전체 장애인들에게 열려 있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다.

이들 작가의 작품에는 자신들의 인생이 그대로 담겨 있어 깊은 울림을 주고 또 다른 위로를 건넨다. 피아니스트 문용은 나정숙 작가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은 무대의상을 만들어 입고 연주회를 열기도 했다. 작가들의 작품은 틈새미술관 블로그에서도 전시중이며 작가들에 대한 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작가님들의 역량에 놀라곤 합니다. 스스로 자신감을 갖고 열심히 활동하며 자유롭게 역량을 펼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가정 전체가 바뀌었다며 가족분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합니다. 아무래도 장애인들은 집에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림을 배우면서 항상 무기력하게 누워만 있던 사람의 얼굴이 밝아지고, 무언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모습을 보게 되니까요.”

초창기부터 소화누리 아르브뤼 작가들의 활동을 돕고 있는 이경도씨는 “앞으로 작가님들이 더 나은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전문가들의 도움이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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