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아동센터 통학차량 동승자 못 구해 ‘한숨’
동승자 의무화 ‘세림이법’ 취지 공감하지만 현실은?
확대 적용 50일…광주 잇단 호소
인건비 부담에 운행 포기하기도
일부 개인 차량으로 편법 활용
노인일자리 지원도 현실성 떨어져
예산·인력 지원으로 취지 살려야
2023년 01월 12일(목) 20:15
광주시 북구 한 지역아동센터의 아이들이 12일 오후3시께 귀가를 위해 통학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통학차량에 동승자를 의무화 한 ‘세림이법’이 지역아동센터에 확대 적용된지 50여일이 됐지만 광주지역 아동센터에서는 동승자를 구할 여건이 못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센터의 열악한 재정 및 인력 구조로 인해 법을 지키기 위해 운행하던 차량을 중단하는 곳까지 등장하고 있어 예산 및 인력 지원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2일 광주시와 5개 자치구에 따르면 광주시내 지역아동센터는 총 306곳이고, 이 중 104곳이 어린이 통학 차량을 운영하고 있는데 어린이 통학 차량 내 보호자 동승을 의무화한 ‘세림이법’이 지난해 11월 27일부터 지역아동센터에도 적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지역아동센터 어린이 통학 버스에는 반드시 성인 보호자가 함께 타야 하며 이를 어길시 형사 처벌을 받는다. 지역아동센터는 방과 후 돌봄이 필요한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정부가 보호, 교육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동복지시설이다.

통학 차량 동승자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아동센터는 대부분 29인 이하 시설이다. 29인 이하 지역아동센터의 법정 종사자는 2명이어서, 한 명이 운전하고 다른 한 명이 동승자로 나가면 아이들만 남긴 채 센터를 비워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재정이 열악한 지역아동센터는 인건비를 추가로 산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운전기사를 고용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로 인해 아예 통학 차량 운행을 중단한 지역아동센터까지 나오고 있다.

센터장 1명과 복지사 1명이 근무하는 광주시 남구의 A지역아동센터는 그동안 센터장이 통학 차량을 운행하면 복지사 1명이 센터에 남아 아이들을 돌봤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27일부터 세림이법이 적용되면서 센터장과 복지사가 모두 차량에 탑승할 경우 센터를 비워야 해 차량 운행을 중단했다.

A센터 관계자는 “재정 여건이 열악하기 때문에 통학 차량 운전기사를 고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면서 “‘세림이법’이 적용된지 50일이 다 되가는데 지자체는 노인일자리를 공급해 해결하겠다고 하고 있지만 이것도 검토중인 사항일 뿐 나아진게 하나도 없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12월부터 광주시와 5개 자치구는 노인일자리를 활용해 지역아동센터의 동승자 인력을 확보해 주겠다고 공문을 내려보냈지만, 현장에는 아직 적용되지 못하고 있다.

노인일자리 지원자는 2월부터 12월까지 근무하기 때문에 당장 1월에는 동승자로 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역아동센터는 동승자를 노인일자리로 해결하는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어르신들이 아이들의 빠른 움직임에 대응하기가 어렵다는 점에서다. 동승자는 수백 번 앉았다 일어나야 하고 아이들을 태울 때 급작스런 대응이 필요한 경우에는 더 큰 사고 위험성까지 있다는 것이다.

또 일부 지역아동센터는 ‘야간보호사업’ 확대로 저녁 8시까지 통학버스를 운행하는데 어르신들이 밤 늦게까지 일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결국 지역아동센터는 지자체에 사회복무요원을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연말부터 지역아동센터의 신청이 몰리면서 지자체는 충분한 사회복무요원을 당장 충당하기 어려워 난감해 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일부 지역아동센터는 어린이 통학 차량 대신 개인 차량으로 아이들을 태우는 편법을 활용하고 있다.

광주시 동구의 B지역아동센터는 최근 학부모들의 동의 하에 통학 차량 대신 개인 승용차를 이용하고 있다. B센터 관계자는 “사정은 다급한데, 해결방법이 없으니 자차로라도 운영해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최강님 광주지역아동센터지원단장은 “‘동승자 의무’는 분명히 옳은 정책이지만 지역아동센터는 재정이 열악한 곳이 많아 운영비를 늘린다고 해도 동승자 인건비로 쓰기가 쉽지 않다”면서 “종사자 1인을 채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인력을 책임질 수 있는 환경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아동센터에 대한 추가 지원대책에 대해 광주시 담당자는 “지역아동센터의 운영비를 지난해에 비해 8.5%(11만원)인상하고 이외에도 외부 인력을 장기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해서 찾고 있다”고 밝혔다.

/글·사진=민현기 기자 hyunk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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