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부터 외국인까지 온정 “손발 얼어도 마음은 훈훈”
광주 충장로우체국 앞 구세군 자원봉사(케틀메이트) 체험
시작과 동시에 오들오들…따뜻한 음료 받으니 눈물 날뻔
6시까지 30여만원 모여…누적 모금액 지난해 대비 두배
24일까지 모금 “소외이웃 위해 자원봉사 참여 늘었으면”
시작과 동시에 오들오들…따뜻한 음료 받으니 눈물 날뻔
6시까지 30여만원 모여…누적 모금액 지난해 대비 두배
24일까지 모금 “소외이웃 위해 자원봉사 참여 늘었으면”
![]() 1일 케틀메이트로 나선 광주일보 민현기(오른쪽) 기자가 17일 오후 12시 광주시 동구 충장동 충장로우체국 앞에서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행사’를 체험하고 있다. |
“딸랑~딸랑~”
매년 겨울, 번화가에 울려 퍼지는 익숙한 종소리가 올해도 광주 구도심 최고의 번화가인 동구 ‘충장로우체국’ 앞에서 이어졌다.
17일 낮 12시 광주시 동구 충장로우체국 앞에는 눈이 많이 내리는 추운 날씨에도 도움의 손길이 이어져 구세군 냄비는 따뜻한 온기로 가득찼다.
‘구세군자선냄비 광주본부’의 협조를 얻어 4시간 동안 봉사를 한 광주일보 취재진은 본격적인 모금 활동에 나서기 전, ‘구세군’이라고 적혀있는 새빨간 롱 패딩을 입고 온몸을 꽁꽁 싸맸다. 매서운 찬바람을 견디며 한자리에 내리 서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구세군 자원봉사자는 ‘케틀메이트’로 불리며 2인 1조로 활동한다. 함께 모금 활동을 진행한 임정환 (48) 사관은 모금에 앞서 종을 치는 법과 구호방법을 가르쳐 줬다.
종을 치는 것부터가 난관이었다. 너무 세게 치거나 자주 울리면 시끄럽다는 이유로 시민들이 피해갈 수 있는 탓이다.
주의사항도 일러줬다. ‘불우이웃을 도웁시다’라는 표현은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불우’라는 어원에 ‘신도 외면했다’는 뜻이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모든 구호는 지나가는 사람들이 알아 들을 수 있도록 짧고 간결하게 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마이크와 종을 받아 “주위 이웃들에게 따뜻한 온정을 전합시다. 이 순간에도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이웃들을 도웁시다”는 구호를 외치기 시작한 지 10여분이 지나자 첫 온정이 손길이 나타났다.
6살 김도하 군이 꼬깃꼬깃 접힌 만원짜리 지폐를 고사리손에 쥐고 부모와 함께 구세군을 찾았다. 김 군의 부모는 “아이에게 마음을 나누는 법을 가르쳐주고 싶었다”고 기부 이유를 설명했다.
이후에도 기부 행렬은 계속 이어졌다. 이호현(15) 군은 우체국 옆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계란빵을 사 먹고 받은 잔돈을 자선냄비에 넣었다. 이 군은 “추운 날씨에 계란빵조차 먹을 수 없는 사람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기부하게 됐다”고 말했다.
쇼핑차 딸과 함께 충장로를 찾은 곽미아(여·52)씨는 구세군 케틀메이트에게 따뜻한 두유 2병을 건네며 모금함에 정성을 담았다.
곽씨는 “매년 좋은 일을 해줘서 감사합니다. 올해도 모든 시민들이 추운 겨울 잘 보낼 수 있도록 해주세요”라며 웃어 보였다.
외국인의 도움의 손길도 있었다. 인도에서 온 리스톤 스와미나단(29)씨는 “인도를 비롯해 지구촌에는 아직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많다”며 외국지폐를 두번 접어 냄비에 넣었다. 모금행사는 오후 6시까지 이어졌고, 이날 자선냄비에는 약 30만원이 모였다.
올해 광주에는 3곳(충장로우체국, 유스퀘어 광장 등)에 자선냄비가 설치됐다. 지난 9일 시작된 구세군 자선냄비는 오는 24일까지 계속된다. 다행히 올해는 지난 16일까지 약 605만원이 모금돼 지난해 같은 기간 모금액(305만원)에 비해 2배 가량 늘었다.
구세군 측은 지난해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거리에 사람이 나오지 않았지만, 올해는 유동인구가 늘면서 모금액이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모금액은 늘었지만 자원봉사를 하는 케틀메이트 신청자는 줄고 있다는 것이 구세군의 설명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케틀메이트를 희망하면 며칠씩 기다리고 대기순번까지 있었지만, 올해는 희망하면 3일 이내에 바로 투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2인 1조로 운영돼야 맞지만, 최근에는 부족한 케틀메이트로 인해 단독으로 나가는 경우까지 있는 실정이다.
구세군 관계자는 “내년부터 개인 봉사활동 실적을 대학입시에 반영하지 않기로 제도가 변경되면서 케틀메이트가 줄고 있는 것 같다”면서 “단순히 봉사점수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소외된 이웃과 함께 한다는 의미에서 자원봉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사진=민현기 기자 hyunki@kwangju.co.kr
매년 겨울, 번화가에 울려 퍼지는 익숙한 종소리가 올해도 광주 구도심 최고의 번화가인 동구 ‘충장로우체국’ 앞에서 이어졌다.
17일 낮 12시 광주시 동구 충장로우체국 앞에는 눈이 많이 내리는 추운 날씨에도 도움의 손길이 이어져 구세군 냄비는 따뜻한 온기로 가득찼다.
구세군 자원봉사자는 ‘케틀메이트’로 불리며 2인 1조로 활동한다. 함께 모금 활동을 진행한 임정환 (48) 사관은 모금에 앞서 종을 치는 법과 구호방법을 가르쳐 줬다.
종을 치는 것부터가 난관이었다. 너무 세게 치거나 자주 울리면 시끄럽다는 이유로 시민들이 피해갈 수 있는 탓이다.
마이크와 종을 받아 “주위 이웃들에게 따뜻한 온정을 전합시다. 이 순간에도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이웃들을 도웁시다”는 구호를 외치기 시작한 지 10여분이 지나자 첫 온정이 손길이 나타났다.
6살 김도하 군이 꼬깃꼬깃 접힌 만원짜리 지폐를 고사리손에 쥐고 부모와 함께 구세군을 찾았다. 김 군의 부모는 “아이에게 마음을 나누는 법을 가르쳐주고 싶었다”고 기부 이유를 설명했다.
이후에도 기부 행렬은 계속 이어졌다. 이호현(15) 군은 우체국 옆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계란빵을 사 먹고 받은 잔돈을 자선냄비에 넣었다. 이 군은 “추운 날씨에 계란빵조차 먹을 수 없는 사람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기부하게 됐다”고 말했다.
쇼핑차 딸과 함께 충장로를 찾은 곽미아(여·52)씨는 구세군 케틀메이트에게 따뜻한 두유 2병을 건네며 모금함에 정성을 담았다.
곽씨는 “매년 좋은 일을 해줘서 감사합니다. 올해도 모든 시민들이 추운 겨울 잘 보낼 수 있도록 해주세요”라며 웃어 보였다.
외국인의 도움의 손길도 있었다. 인도에서 온 리스톤 스와미나단(29)씨는 “인도를 비롯해 지구촌에는 아직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많다”며 외국지폐를 두번 접어 냄비에 넣었다. 모금행사는 오후 6시까지 이어졌고, 이날 자선냄비에는 약 30만원이 모였다.
올해 광주에는 3곳(충장로우체국, 유스퀘어 광장 등)에 자선냄비가 설치됐다. 지난 9일 시작된 구세군 자선냄비는 오는 24일까지 계속된다. 다행히 올해는 지난 16일까지 약 605만원이 모금돼 지난해 같은 기간 모금액(305만원)에 비해 2배 가량 늘었다.
구세군 측은 지난해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거리에 사람이 나오지 않았지만, 올해는 유동인구가 늘면서 모금액이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모금액은 늘었지만 자원봉사를 하는 케틀메이트 신청자는 줄고 있다는 것이 구세군의 설명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케틀메이트를 희망하면 며칠씩 기다리고 대기순번까지 있었지만, 올해는 희망하면 3일 이내에 바로 투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2인 1조로 운영돼야 맞지만, 최근에는 부족한 케틀메이트로 인해 단독으로 나가는 경우까지 있는 실정이다.
구세군 관계자는 “내년부터 개인 봉사활동 실적을 대학입시에 반영하지 않기로 제도가 변경되면서 케틀메이트가 줄고 있는 것 같다”면서 “단순히 봉사점수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소외된 이웃과 함께 한다는 의미에서 자원봉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사진=민현기 기자 hyunk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