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더 오르려는지. 벌써 내년이 걱정입니다.”

광주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는 두 자녀를 키우고 있다는 직장인 김모(43)씨는 치솟는 물가에 걱정이 앞선다. ‘한부모가정’으로 벌이도, 자녀 돌봄도 오로지 혼자 해결해야 하는 탓에 그 부담이 더 크다고 한다.

김씨는 “아이들이 커갈수록 먹는 양이 엄청 늘어난다. 퇴근 후 아이들 밥 챙길 시간이 부족해 외식을 자주 하는데 물가가 너무 올랐다”며 “대출금리도 올라 매달 고정 지출이 늘면서 물가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삼겹살과 짜장면 등 광주에서 판매되고 있는 주요 외식 품목이 지난해보다 5~10% 이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달비도 오르면서 시켜먹는 주요 배달 음식(최소 주문 기준)은 2만원을 넘어 3만원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식자재와 외식비 상승세는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데다, 공공요금을 비롯한 전반적인 물가도 오를 것으로 예상돼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18일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광주지역 삼겹살(국산·200g) 평균 판매가는 1만4444원으로 지난해 동월 대비 11.48%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김치찌개, 백반도 지난달 평균 가격은 7800원으로 지난해보다 9.86% 올랐고, 짜장면도 8.77% 오른 6200원으로 파악됐다. 칼국수도 11.11% 오른 8000원으로, 김밥도 7.41% 올라 2900원이다.

참가격에서 표기하는 음식이나 요금의 가격은 평균 값을 뜻한다. 광주의 김밥 등 시민들이 즐겨 찾는 분식 프랜차이즈의 김밥은 한 줄에 평균값인 2900원을 훌쩍 넘어 4000원에 달한다는 점에서, 서민들의 체감물가는 어느 해보다 심각하다는 분석이다.

서민들이 즐겨 찾는 배달음식 물가는 이보다 더 하다. 대표적으로 프랜차이즈 치킨의 경우 가장 저렴한 메뉴가 1만6000~1만8000원 선으로, 배달비 3000~5000원을 포함하면 2만원을 넘어선다. 피자 가격도 올라 주요 피자업계에서 판매되는 제품은 3만원에 육박한다. 이밖에 중국음식도 배달로 시킬 경우 8000원짜리 짜장면이나 짬뽕 두 그릇만 시켜도 배달비까지 2만원에 육박한다.

이처럼 물가부담이 커지다 보니 서민들은 당장 외식비부터 줄이면서 허리띠를 졸라 맬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실제 통계청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광주지역 19세 이상 가구주에게 ‘우선적으로 줄일 지출항목’을 물어보니 ‘외식비’를 택한 비중이 31.8%로 가장 많았다. 이어 식료품비가 28.3%로, 의류비(12.1%), 문화여가비(9.9%), 주류·담배 구입비(5.1%) 등이었다.

서민들의 가계경제를 옥죄는 것은 외식비 뿐만이 아니다. 참가격의 공공요금 가격정보를 보면 도시가스(가정, 취사) 소비자요금은 월 1만67원으로, 지난해보다 38.93% 올랐다.

또 호남지방통계청에 따르면 광주의 고등학생 학원비는 전년 대비 4.8% 올랐고 가정학습지는 6.4%, 운동학원비 4.9% 등 교육·학원비 부담도 늘었다.

고금리·고물가 시대 서민들의 대출 상환 압박과 생활물가 부담이 가중돼 세밑은 춥고 어수선하지만, 문제는 이런 상황이 여기에서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내년 택시와 도시가스 요금도 줄줄이 오를 전망이다. 인건비와 유류비, 보험료 등이 오르자 광주시는 최근 택시요금 용역 결과를 토대로 인상 폭을 논의하고 있으며, 도시가스 요금 인상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국제 곡물 가격 변동성이 심화된 이후 가공식품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어 가공식품이 오른 만큼, 외식물가 역시 계속해서 인상될 것으로도 전망된다.

/박기웅 기자 pboxer@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