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삶과 죽음, 모두 ‘집’에 있죠”…고차분 전, 15~27일 예술공간 집
촘촘하게 쌓인 작은 집 상상력 자극
연작 ‘숲을 보듯이’·‘안식’ 등 18점
서울옥션 후 상종가…작품문의 이어져
연작 ‘숲을 보듯이’·‘안식’ 등 18점
서울옥션 후 상종가…작품문의 이어져
![]() 예술공간 집에서 개인전 ‘마음이 지어가듯’전을 갖는 고차분 작가. |
화면에 차곡차곡 쌓아올린 작은 집들. 제각각 다른 모양의 수많은 집에는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을까. 가족들이 오랜 세월 만들어간 수많은 사연들, 기쁨과 슬픔, 웃음과 눈물은 시간의 흐름과 함께 집 속에 고스란히 스며있을 것이다.
오랫동안 ‘집’을 소재로 작업해온 서양화가 고차분(38) 작가 개인전이 15일부터 27일까지 예술공간 집(광주시 동구 장동 39-28)에서 열린다. ‘마음이 지어가듯’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올 한해동안 작업한 신작 18점이 나왔다..
이번 전시는 작품이 걸린 ‘장소’, 예술공간 ‘집’과도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문희영 관장이 어릴 적 살았던 집을 리노베이션한 갤러리는 한옥의 서까래가 그대로 보이는 ‘집’의 형태를 띠고 있다.
사실, 같은 소재로 작업을 하는 건 힘든 일이다. 늘 출발선이 같기에 ‘확장성’을 염두해 두고 변화를 꾸준히 모색해야며, 스스로 매몰되지 않도록 고군분투해야한다. 이번 전시작들을 보면 고 작가에게는 소재의 ‘제약’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며 다채로운 화면과 이야기를 만들어낸 듯 하다.
출품작들은 기존 작품들과는 ‘결’이 다르다. 전작들은 집이라는 개체가 사실적으로 표현되고 새 등 또 다른 이미지들이 중첩되며 좀 더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건네는 방식이었다. 반면 근작은 노동의 수고를 가늠할 수 있는, 촘촘하게 쌓아올린 작은 집들에 추상성이 더해져 상상력을 자극한다. 또 이전 작들이 조형성에 방점이 찍히고 발랄하고 동화적 느낌이 강했다면 이번 전시작들은 정제된 듯 차분하고 진득함이 묻어나고 풍성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번 전시는 고 작가의 다섯번째 개인전이다. 2016년 첫 개인전을 열었던 고 작가는 지난 2021년 전남문화재단과 서울옥션이 진행한 경매를 통해 화제를 모으며 컬렉터들의 관심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예술공간 문희영 관장은 이번 전시를 앞두고 개최 전부터 컬렉터들의 문의가 이어졌고, 선판매도 이뤄졌다고 말했다. 지역의 젊은 작가 중 개인전 개최 전부터 문의가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수없이 많은 집이 등장하는 ‘숲을 보듯이’ 연작은 각각 파랑과 녹색, 노랑으로 색감을 쌓아올린 작품이다. 이 시리즈는 가까이서 봐도 좋지만, 멀리서 봐라봐야 숲의 ‘전체’가 보이듯, 몇발짝 물러 나 눈길을 주면 숨겨졌던 ‘큰 그림’이 보이기 시작한다. 나란히 걸린 세 작품은 산맥 처럼, 물결 처럼 이어져 또 다른 조형성을 만들어낸다.
따뜻한 노란색을 주조로 삼아, 색의 농담 차이로 변화를 주며 집을 묘사한 100호 대작 ‘안식’은 아이가 안온함을 느끼는 엄마의 자궁같은 느낌을 묘사하려했다. 따뜻하고 포근한 집의 풍경 속에 빠져드는 기분이 드는 작품이다. 또 ‘봄소식’이나 ‘겨울을 지나는 이들’ 등의 작품은 톤타운된 색채가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빨강, 파랑, 노랑, 하양, 검정 등 즐겨 사용하는 색채들로 그려낸 작은 집 하나하나에 물감을 몇겹 더 발라 입체감을 부여하기도 했다. 또 마치 아이가 그린 그림처럼 단순하고, 유쾌한 작품도 함께 내놓았다.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해 늘 관심이 많았어요. 죽음이 힘들고 슬픈 것이라는 생각은 별로 하지 않은 듯해요. 작품의 소재인 ‘집’은 삶고 죽음을 포함해 다양한 삶의 모습을 담고 있는 곳이라 생각해요. 우리의 인생과 삶이 모두 그 안에 있죠. 지난 2016년 첫 개인전부터 같은 소재로 작업했는데 이번 전시작은 초창기 즐겁게 작업하며 시도해 보았던 다양한 방법들을 작품 소재와 분위기에 맞게 이것 저것 시도해본 것들입니다.”
고 작가는 갑자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후 갖게 된 개인전이라 부담으로 다가왔고, 그만큼 고민도 많았다고 했다. 그의 걱정과 달리 그의 ‘집’은 조금씩 진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앞으로도 들려줄 이야기가 무궁무진함을 이번 전시가 잘 보여준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오랫동안 ‘집’을 소재로 작업해온 서양화가 고차분(38) 작가 개인전이 15일부터 27일까지 예술공간 집(광주시 동구 장동 39-28)에서 열린다. ‘마음이 지어가듯’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올 한해동안 작업한 신작 18점이 나왔다..
사실, 같은 소재로 작업을 하는 건 힘든 일이다. 늘 출발선이 같기에 ‘확장성’을 염두해 두고 변화를 꾸준히 모색해야며, 스스로 매몰되지 않도록 고군분투해야한다. 이번 전시작들을 보면 고 작가에게는 소재의 ‘제약’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며 다채로운 화면과 이야기를 만들어낸 듯 하다.
![]() ‘숲을 보듯이’ |
수없이 많은 집이 등장하는 ‘숲을 보듯이’ 연작은 각각 파랑과 녹색, 노랑으로 색감을 쌓아올린 작품이다. 이 시리즈는 가까이서 봐도 좋지만, 멀리서 봐라봐야 숲의 ‘전체’가 보이듯, 몇발짝 물러 나 눈길을 주면 숨겨졌던 ‘큰 그림’이 보이기 시작한다. 나란히 걸린 세 작품은 산맥 처럼, 물결 처럼 이어져 또 다른 조형성을 만들어낸다.
따뜻한 노란색을 주조로 삼아, 색의 농담 차이로 변화를 주며 집을 묘사한 100호 대작 ‘안식’은 아이가 안온함을 느끼는 엄마의 자궁같은 느낌을 묘사하려했다. 따뜻하고 포근한 집의 풍경 속에 빠져드는 기분이 드는 작품이다. 또 ‘봄소식’이나 ‘겨울을 지나는 이들’ 등의 작품은 톤타운된 색채가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 ‘겨울을 지나는 이들’ |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해 늘 관심이 많았어요. 죽음이 힘들고 슬픈 것이라는 생각은 별로 하지 않은 듯해요. 작품의 소재인 ‘집’은 삶고 죽음을 포함해 다양한 삶의 모습을 담고 있는 곳이라 생각해요. 우리의 인생과 삶이 모두 그 안에 있죠. 지난 2016년 첫 개인전부터 같은 소재로 작업했는데 이번 전시작은 초창기 즐겁게 작업하며 시도해 보았던 다양한 방법들을 작품 소재와 분위기에 맞게 이것 저것 시도해본 것들입니다.”
고 작가는 갑자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후 갖게 된 개인전이라 부담으로 다가왔고, 그만큼 고민도 많았다고 했다. 그의 걱정과 달리 그의 ‘집’은 조금씩 진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앞으로도 들려줄 이야기가 무궁무진함을 이번 전시가 잘 보여준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